석화 1분기 착시 실적 걷히나…울산 구조조정 시험대
2026.06.24 10:41
NCC 생산규모 낮고 이해관계 복잡해 ‘난항’
역래깅 공포·중국 증설에 하반기 업황 둔화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 논의 재차 속도낼듯[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장기 불황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업계 구조개편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석화 3대 산단인 대산·여수·울산 가운데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울산권 재편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동발 전쟁 영향으로 제품가격이 오르며 주요 석화 업체들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하반기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구조조정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정부와 울산 산단에 속한 대표 석화 기업인 에쓰오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등이 수차례 만나 사업재편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울산 구조개편의 가장 큰 변수는 샤힌프로젝트다. 에쓰오일이 약 9조원을 투입한 샤힌프로젝트 가동이 임박하면서 울산 클러스터인 속한 기업들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낙후설비를 줄여 공급 과잉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신공법인 TC2C(원유의 석화제품 전환 비중을 높인 고부가 기술)를 탑재한 초대형 신규 에틸렌 설비가 가동하면 정부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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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재편 사업은 여수나 대산과 같이 NCC(나프타분해설비) 통폐합이나 공동 운영 등이 방안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 지역은 다른 산단과 달리 NCC 비중 자체가 높지 않고 정유·석화 복합단지 성격이 강해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석화업계 불황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타격은 크지 않은 편이었다. 다만 샤힌프로젝트 가동에 맞춰 그동안 에쓰오일로부터 나프타를 공급받았던 대한유화 등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고, 울산 지역에서 증산되는 나프타를 어떤 식으로 소화할지도 숙제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 지역 주요 석화업체들은 NCC 생산 규모도 작고, 업황 둔화에도 손해를 보지 않고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 작업도 쉽지 않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강조한 석화 체질 개선 작업을 선제적으로 단행한 신규 시설은 감축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일부 에쓰오일이 노후설비를 인수하거나 원료 구매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석화기업들은 중동 전쟁 영향으로 재고평가 이익, 래깅 효과 등으로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하반기 전망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당장 2분기부터 고가 원재료를 투입해 생산한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파는 역래깅이 나타날 수 있는데다 중국의 범용 석화제품 생산설비 증설로 에틸렌 스프레드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실적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멈춰 있던 구조조정 논의도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기간 동안 석화기업들이 공장 가동률을 생각보다 많이 줄이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역래깅 영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울산권 사업 재편 여부가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를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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