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세상은 '사실'이 아니라 '편향'으로 움직인다, AI조차도"
2026.06.24 09:0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AI조차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간의 뇌와 알고리즘이 같은 편향의 회로 안에서 판단을 왜곡하는 과정을 파고든다. 저자 구리야마 나오코는 가짜 뉴스, SNS 추천, AI 답변이 겹치는 환경에서 인지 편향의 구조를 알아야 판단의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고 짚는다.
수만 개의 '좋아요'가 붙은 뉴스와 AI가 내놓은 답은 객관적 결론처럼 보이지만, 책은 그 표면 아래에 깔린 왜곡부터 들춰낸다. 사람들은 정보가 많고 복잡할수록 스스로 따지기보다 숫자와 시스템에 기대려 하고, 그 순간 판단의 빈틈이 커진다.
저자는 이런 오류를 지능의 부족으로 돌리지 않는다. 인간의 뇌가 애초에 '사실'보다 편향에 끌리기 쉬운 구조로 움직이고,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한 AI도 그 한계를 그대로 안은 채 답을 낸다고 본다. 정보가 넘칠수록 주의력은 더 쉽게 흔들린다는 경고도 이 지점에 놓인다.
인지 편향을 왜 배워야 하는지는 대학 강의실의 풍경에서도 드러난다. 하버드와 스탠퍼드 등 명문대 학생들이 이를 필수 교양처럼 공부하는 이유는 세상을 움직이는 규칙이 냉정한 이성만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대중의 선택과 군중 심리, 플랫폼의 추천 구조가 만나는 지점에서 편향이 어떻게 힘을 얻는지 따라간다.
구성은 네 갈래다. 사고 습관, 감정, 사람, 정보와 사물이라는 축을 세워 흩어진 이론을 한 흐름으로 묶고, 시스템 1과 시스템 2, 프레이밍 효과, 손실 회피, 자기중심성, 가용성 휴리스틱 같은 개념을 일상 장면 속에 배치한다. 목차를 늘어놓기보다 서로 다른 편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려는 짜임이 선명하다.
사례는 구체적이다. 2년 동안 당첨되지 않은 번호에 전 재산을 거는 복권 선택, '살코기 80%'와 '지방 20% 포함'이라는 문구 앞에서 갈리는 소비자의 판단, 뉴스에 자주 노출된 사건을 더 흔하다고 믿는 반응이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정치 언어의 프레이밍과 재판 증언의 불안정성, 온라인 친밀감까지 편향의 범위를 넓혀 놓는다.
AI를 둘러싼 대목은 특히 현실적이다. 데이터 자체가 잘못됐다면 AI 활용도 공허해질 수 있고,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생존 편향에 빠졌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식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게시물에 반복 노출될수록 확신만 강화되는 구조도 함께 짚으며, 알고리즘 환경이 편향을 증폭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저자는 인지심리학자이자 교육심리학·교육공학 전문가로 사고와 문제 해결을 연구해왔다. 2016년 문부대신 표창 과학기술상을 받았다.
△ 'AI조차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구리야마 나오코 지음/ 지소연 옮김/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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