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필승 코리아' 옛말…월드컵 응원가 다국적 앨범 시대
2026.06.24 08:30
참가국 48개국 증가 단일곡 관행 깨져
리사·이재 참여…그라운드 울린 한국어
다국적 팬 겨냥한 앨범…달라진 K팝 위상
월드컵 음악이 한 곡의 응원가 시대를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단일 공식 주제가 대신 18곡이 담긴 공식 앨범을 선보였다. 블랙핑크 리사와 한국계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 등 K팝 아티스트들도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높아진 한국 음악의 위상을 보여줬다.
24일 FIFA와 음악업계에 따르면 FIFA는 올해 북중미 월드컵 공식 앨범을 제작해 개막 행사와 주요 음원 플랫폼을 통해 공개했다. 월드컵 공식 음악이 단일 주제가 중심에서 다국적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앨범 형태로 확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 응원가는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아왔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리키 마틴 '라 코파 데 라 비다(La Copa de la Vida)'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샤키라 '와카 와카(Waka Waka)'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오 필승 코리아'가 거리 응원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국민적 열풍을 이끌었다.
이번 공식 앨범에는 총 18곡이 수록됐다. 리사는 브라질 가수 아니타, 나이지리아 가수 레마와 함께 '골스(Goals)'를 불렀다. 퓨처와 타일라의 '게임 타임(Game Time)', 샤키라와 버나 보이의 '다이 다이(Dai Dai)', 대디 양키와 셴시아의 '에코(Echo)' 등도 앨범에 포함됐다. 팝과 힙합, 레게톤, 아프로비트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아 전 세계 팬층을 겨냥했다.
공식 주제가도 별도로 제작됐다. FIFA는 이탈리아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프랑스 DJ 데이비드 게타, 미국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 한국계 싱어송라이터 이재가 참여한 'DNA'를 공식 주제가로 선정했다. 이재는 곡에 한국어 가사를 직접 써 눈길을 끌었다.
월드컵 음악 프로젝트에 한국 아티스트가 잇따라 참여하는 것은 K팝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과거 국내 가수들이 대표팀 응원가나 방송사 캠페인 음악을 제작하는 데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FIFA 공식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공식곡 '드리머스(Dreamers)'를 선보였고, 이번 대회에서는 리사와 이재가 주요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과 음악의 결합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전 하프타임 쇼가 도입된다. 다음 달 19일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에는 BTS가 마돈나, 샤키라와 함께 공동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다. FIFA와 글로벌 시티즌은 축구와 음악을 결합해 전 세계 팬층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팬들을 겨냥한 응원가 제작도 이어지고 있다. 그룹 투어스(TWS)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응원가 '드림 위드 어스(Dream With Us)'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월드컵 음악의 변화가 대회 규모 확대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며 참가국도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었다. 개최 지역과 팬층이 확대되면서 특정 국가나 언어에 기반한 단일 주제가만으로는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에 FIFA는 다국적 아티스트가 참여한 앨범을 제작하고 이를 공연과 음원 플랫폼, 마케팅에 연계하는 전략을 택했다. 월드컵 음악이 단순한 응원가를 넘어 음원 유통과 공연, 브랜딩을 아우르는 수익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반응은 엇갈린다. 스페인 매체 '아스(AS)'는 "공식 노래 대신 앨범을 선보인 것이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변화"라며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아티스트를 한데 모은 점에 주목했다.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도 6개 대륙 출신 가수들이 참여해 다양한 언어와 장르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곡 수를 늘린다고 대표곡이 자연스럽게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처럼 강력한 상징성을 가진 단일 히트곡이 나오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한국어 가사가 월드컵 공식 주제가에 포함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이재는 FIFA를 통해 "한국어 가사를 쓸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며 "2002년 월드컵 당시 서울 전체가 하나가 됐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밝혔다.
음악업계 관계자는 "월드컵 음악이 앨범 형태로 진화한 것은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FIFA의 전략적 선택"이라며 "K팝 아티스트들이 공식 앨범과 주제가에 잇따라 참여한 것은 한국 음악 산업의 높아진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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