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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자 대신 공사비 줄이고 품질 관리… 30년간 매출 70배로

2026.06.24 00:38

국내 1호 건설사업관리 기업
한미글로벌 창립 30돌 맞아

세종시 집현동에 2023년 준공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한미글로벌이 PM을 수행한 이 건물은 축구장 41개 크기로 서버 수십만대가 24시간 쉼없이 돌아간다. 대형 재난에도 서버 운영이 중단되지 않도록 첨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미글로벌

“직접 벽돌 한 장 안 쌓고 시공도 안 하는 회사가 왜 용역비를 받아 가느냐.”

국내 1호 PM(건설사업관리) 기업인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1996년 창업 초기에 건설사나 발주처로부터 냉대받기 일쑤였다고 회고했다. PM은 발주자를 대신해 건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설계하면 바로 시공하는 방식이 관행이었다. ‘발주자를 대신해 공사 기간과 비용, 품질을 관리해 준다’는 PM 비즈니스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것. 그는 “계약 한 건을 따내기 위해 발주자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PM의 필요성을 과외하듯 설득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한미글로벌이 지난 18일 창립 30돌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한미글로벌을 ‘대한민국 PM의 산역사’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도 한미글로벌은 톱 티어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건설 전문지 ENR은 한미글로벌을 글로벌 PM기업 순위 8위에 올렸다. 2021년 이후 5년 연속 톱 10에 꼽혔다. 한미글로벌이 PM 불모지이던 한국에서 30년째 성공을 이어온 비결이 뭘까.


30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는 3000개가 넘는 PM 기업이 있다. 이 가운데 한미글로벌이 이뤄낸 실력과 성과는 압도적이다. 직원 수는 120명에서 2200명으로 20배쯤 늘었다. 매출도 64억원에서 4488억원으로 70배, 자산은 10억원에서 4466억원으로 무려 400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9년에는 국내 PM 업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한미글로벌이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만 3300여 건에 달한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스타필드, 타임스퀘어 같은 초대형 복합 상업시설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까지 우리나라 건설의 질적 도약 순간에는 늘 한미글로벌의 PM 기술력이 함께 했다”고 밝혔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100층 골조 공사가 끝난 뒤 한미글로벌 직원들이 현장에서 기념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한미글로벌


한미글로벌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 중 하나는 한발 앞서 미래를 내다보고 움직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이다. 글로벌 영토 확장이 대표적 사례다. 한미글로벌은 2003년 중국 상해 법인을 시작으로2007년 PM 업계 최초로 중동에 진출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도심 재개발 사업인 ‘리야드 디지털시티’ 등 메가 프로젝트를 잇따라 따냈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추진을 위해 미국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전 세계 66개국에 진출해 28개의 해외 법인과 지사를 구축했다”면서 “이제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60%에 달한다”고 했다.

한미글로벌의 또 다른 성공 DNA는 ‘프리콘(Pre-construction)’ 기술력이다. 프리콘은 시공 전 단계부터 설계 완성도를 높이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차단하는 기법이다. 발주자를 대신해 공사비 절감과 공기 단축을 동시에 달성하며 건설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김 회장은 “시공 전 단계인 기획이나 설계, 조달에 투입하는 비용은 전체 사업비의 15% 정도에 불과하다”면서도 “이 단계에서 건축물의 완성도가 정의되고 총 건설비용의 90% 이상이 결정된다”고 했다.

2016년 준공한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 프로젝트는 한미글로벌 프리콘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진행해 공사 기간을 3개월쯤 단축했고, 이를 통해 전체 사업비의 10%인 589억여원을 절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PM은 발주자가 내리는 의사결정의 모든 과정을 대행하는 파트너십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획과 금융, 시공 후 운영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프리콘 역량이야말로 한미글로벌이 차별화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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