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1심 ‘노상원 수첩’ 첫 인정…계엄 준비 시점 1년 앞당겨
2026.06.23 21:14
헌법 개정·선거제도 개선 등 메모도 ‘불법계엄 선포 계획 뒷받침’ 판단
지귀연 재판부는 “이틀 전” 무인기 재판 땐 “석 달 전”…시점 더 당겨져지난 22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1심 법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12·3 불법계엄 준비 시점을 2023년 무렵으로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그동안 증명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메모를 처음으로 유력한 증거로 인정하고, 계엄 관련 논의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고 봤다. 앞서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 수첩의 증명력을 인정하지 않고, 계엄 준비 시점을 직전인 12월1일로 봤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전날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이같이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가 즉흥적인 것이 아니고 적어도 2023년부터 준비됐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계엄 선포 계획을 수립했고,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과 이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노 전 사령관 수첩과 여 전 사령관 휴대전화 메모에 적힌 군 지휘부 인선 계획과 계엄 후속 조치 등을 근거로 계엄 준비가 2023년 하반기부터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당시 재판장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도 ‘노상원 수첩’은 배척했다. 작성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고 필기 내용이 조악하다는 등의 이유였다.
박 전 장관 사건을 맡은 이진관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이 충남 서천에 있는 모친 주거지에 실제 사용하던 수첩을 보관했고, 수사기관에 압수된 이 수첩이 그가 사용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특히 수첩에 기재된 ‘여의도 진입’ ‘출입구 접수’ ‘모든 민간인 출입 통제’ 등 문구가 실제 비상계엄 당시 시행된 조치와 부합한다며 증거의 신빙성을 높게 샀다.
수첩의 ‘헌법 개정(재선~3선)’ ‘선거제도 개선’ ‘국회의원 숫자 1/2’ 등의 문구도 절차적·실체적으로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 계획을 뒷받침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등이 과거 전두환 세력처럼 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비상입법기구를 만들어 국회를 대신하려 했으며, 이는 헌법에 보장되는 의회·정당제도를 부인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된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지시 문건 등을 들어 윤 전 대통령 등이 단순히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않고 헌정 질서까지 개편하려 했다고 봤다. 필기가 조악한 점에 대해서는 “김용현의 발언을 현장에서 그때그때 받아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원이 판단하는 계엄 준비 시점은 점점 앞당겨지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결심 시점을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로 판단했다. 그러나 ‘평양 무인기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이정엽)는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9월부터 무인기 작전을 준비했다고 보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여기에 더해 이진관 재판부에서는 계엄 논의 시점이 2023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박 전 장관 사건 판결문에는 윤 전 대통령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을 의식하고 계엄을 선포했다는 판단도 담겼다. 김 전 장관 진술 등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이 박 전 장관에게 명태균 사건을 언급하며 비상계엄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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