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6·25전쟁 76주년, 안보 현안 누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것인가?
2026.06.23 21:57
국군의 정신적 문화유산에 아파트 짓는 건 세계적 조롱거리
태릉 화랑대는 군사리더 양성과 국가인재 육성 최적화된 것
대승적 차원의 국가리더십…발상의 전환 필요한 때
| 윤원식 전 국방정신전력원장. 윤원식 전 원장 제공 |
6·25전쟁이 발발한지 76년이 됐다. 선배 전우들은 변변찮은 무기로 어떻게 3년이나 넘게 전쟁을 버텨낼 수 있었을까? 참으로 존경스럽다. 아마도 정신력으로 버텨냈을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의 승패는 무기보다도 정신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했다. 개인의 정신력이 부대 차원으로 조직화 된 것을 정신전력이라 한다. 곧 개인의 정신력과 부대의 정신전력이 전투력의 핵심인 셈이다. 개인이나 부대의 정신력은 측정하기 어렵다. 다만 군기·사기·단결을 지표로 해서 판단해 보는 것이 보통이다. 군기·사기·단결은 부대의 명예와 전통에서 비롯된다. 명예와 전통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하다.
6·25전쟁 76주년에 정부가 추진 중인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지방 이전’을 명예와 전통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육사는 80년간의 경험을 통해 태릉 화랑대에서 군사리더 양성과 국가인재 육성에 최적화 돼 있다. 사관생도들에게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의 후예로서의 정신과 기개를 길러주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호국충정 고양의 핵심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육사를 없애고 지방으로 이전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에 육사와 육사인들의 반발이 크다. 군과 육사의 정신적 맥을 끊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반발이 클 수밖에 없고 논란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육사는 국군의 모체인 국방경비대가 1946년 1월에 창설된 곳이다. 국군의 정신적 지주이자 호국정신의 얼과 기가 서려 있다. 육사 생도 1·2기는 76년 전 6·25전쟁 때 19살 앳된 나이에 계급도 군번도 없는 사관생도 신분으로 전쟁에 투입돼 절반 정도가 전사했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다. 그들이 공산군과 맞서 싸운 흔적이 지금도 육사 92고지에 남아 있다. 아픈 역사이지만 보전해야 할 현장이자 살아있는 교훈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전쟁이 무엇인지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에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스러져 간 사관생도들의 정신이다. 그들이 본받고 배우고자 했던 화랑정신의 계승이다. ‘국군의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그 정신적 토대가 지금 육사가 있는 터다. 바로 앞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과 강릉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국군의 정신문화를 말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무정신과 호국정신으로 부국강병을 이뤄 온 선배들을 뵐 면목이 없다.
사관학교를 통폐합하고 육사를 지방으로 내려보내고자 하는 속내에는 ‘12·3계엄’에 대한 부정적 단면과 편견이 들어있는 것 같다. 장을 담은 장독에 날파리가 끼였다고 해서 장독을 깨부수는 것은 누가 봐도 어리석은 짓이다. 날파리를 걷어내고 다시는 날파리가 끼이지 못하도록 천으로 커버를 씌우고 그 위에 장독 뚜껑을 덮어서 잘 관리하면 맛있는 장이 숙성된다.
각 군 사관학교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전통과 명예는 존중돼야 한다. 그것이 곧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군대의 정신적 문화유산은 국가안보의 미래와 직결된다. 일부가 잘못해서 밉다고 전체를 미워하고 모두를 동일시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편견에 의한 확증편향이나 인식의 오류로 사관학교를 통폐합하고 육사를 지방으로 보내고 난 뒤의 후유증은 국가안보 약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우려가 크다.
6·25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다만 정전협정으로 잠시 멈춰 있을 뿐이다. 이 오래된 민족적 난제가 해결돼야 세계 속의 한국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 6·25전쟁 76주년을 맞은 지금, 군사리더 양성의 중심 기관인 각 군 사관학교는 혼란스럽다.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지방 이전’ 문제나 6·25전쟁 종결이라는 화두를 두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생각해 봤다. 복잡하고 어려운 난제 해결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단칼에 매듭을 끊어버리지 않았는가. 어려운 때일수록 대승적 차원의 국가 리더십이 필요하다. 과연 누가 이 시대의 고르디우스가 돼 꼬인 매듭을 풀 것인가?
윤원식 前 국방정신전력원장·재향군인회 홍보실장. 예비역 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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