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딥페이크 피해 여성 42.5% “전 애인이 가해자”
2026.06.23 16:26
지난해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전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의 가해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법촬영물·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피해를 경험한 여성의 10명 중 4명 이상은 전 애인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성평등가족부가 23일 발표한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신매체 이용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2022년 9.8%에서 지난해 7.6%로 감소했다. 성추행 피해 경험률은 3.9%에서 2.4%로, 강간·강간미수 피해 경험률은 0.2%에서 0.1%로 각각 낮아졌다.
성폭력 안전실태조사는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정책 수립을 위해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다. 이번 조사는 만 19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 남녀 1만1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피해 경험률은 감소했지만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를 기준으로 불법촬영물·허위영상물 피해 경험자의 가해자 유형을 분석한 결과, 전 애인이 4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현재 애인(18.1%), 전혀 모르는 사람(14.6%), 배우자(13.4%), 전 배우자(6.6%) 순이었다.
특히 전 애인에 의한 피해 비율은 2022년 13.8%에서 지난해 42.5%로 28.7%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애인에 의한 피해는 10.3%에서 18.1%로, 배우자에 의한 피해는 6.0%에서 13.4%로 각각 증가했다.
성추행 피해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 기준 전 애인에 의한 성추행 피해 비율은 2022년 5.6%에서 지난해 14.6%로 늘었다.
피해 이후 불안감도 여전했다. 불법촬영물·허위영상물 유포 피해 경험자 가운데 61.3%는 추가 유포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만 놓고 보면 이 비율은 85.1%에 달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피해 경험자 가운데 경찰에 신고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73.0%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29.2%),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8.7%) 순이었다.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2차 피해 방지 정책’(45.7%)이 꼽혔다. 이어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33.0%), 피해자 지원 서비스 강화(32.2%), 가해자 재범 방지 처분 강화(28.7%) 등이 뒤를 이었다. 2022년 조사에서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 요구가 가장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정책 수요가 처벌 중심에서 피해자 보호 중심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제폭력 대응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한편,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과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 증가와 2차 피해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디지털성범죄와 교제폭력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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