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10P 역대 최대 낙폭…AI과열론에 연기금·세제 변수까지
2026.06.23 18:08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0.71포인트(9.99%) 급락한 8203.84에 마감했다. 하락 폭(910.71포인트)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외국인이 4조1391억원, 기관이 4조5120억원 규모 주식을 팔아치우는(순매도) 동안 개인은 8조5223억원어치를 사들였다(순매수). 개인 투자자의 일일 순매수 규모는 이날 사상 최고 기록을 찍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된 데 이어, 코스피 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20분간 거래정지)까지 작동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27회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기록(26회)을 이미 넘어섰다. 서킷브레이커도 네 차례 발동되며 연간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올해 증시가 이전에 없던 상승세를 기록하는 동시에, 사상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는 이날 급락의 출발점으로 전날 발생한 시가총액 1위 교체를 지목한다. 전날 26년 만에 보통주 기준 코스피 시총 1위 자리에 오른 SK하이닉스는 12% 넘게 급락했고, 삼성전자 역시 12% 밀리며 동반 추락했다. 두 종목의 하락률은 각각 17년 만에 가장 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존 시총 1위보다 이익 규모가 작은 기업이 선두에 섰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과열 신호로 받아들여졌다”며 “여기에 미국 증시 약세와 AI 수익성 우려, 관련 기업 부진 등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대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가 최근 증시 상승 동력이었는데, ADR 승인 지연과 MSCI 편입 불발이 겹치며 관련 기대감이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대형주 쏠림 현상으로 ‘바짝 마른 짚더미’처럼 민감해진 시장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불쏘시개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 구조가 주가가 오를 때 현물을 추가 매수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비중 조정을 위해 현물을 더 팔게 된다”며 “개인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음에도 기관 매도가 더 크게 나타난 배경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전날 이찬진 금감원장도 증시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당시 어떻게든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던 건 아닌지 개인적으로 반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이 뒤늦게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있다. 2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가, 최근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전망을 뒤집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AI 종목으로 쏠렸던 투자 심리가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를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고평가된 반도체·AI주를 중심으로 유동성 축소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각 가능성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자산 배분(리밸런싱) 의무를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국내주식 목표 비중과 허용 범위를 확대해 최대 28.8%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 급등으로 실제 국내주식 비중이 이를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 국내주식 비중이 31.4%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 상단을 웃돌면서 매물 출회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1조3538억원, 최근 한 달간 2조4757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상당 부분이 국민연금 물량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비중 조정 과정에서 50조~60조원 규모 물량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세제 개편 논의도 불안감을 더했다. 이날 여권 주도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주식·부동산 투자로 발생한 미실현 이익까지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경민 연구원은 “미실현 이익 과세 논의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증시 하방 압력을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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