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일석이조’ 호남 투자…‘전력·세제 혜택’ 얻고 ‘균형 발전’ 부응
2026.06.23 19:56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전남·광주 지역에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공장뿐 아니라 전공정 팹(생산라인)을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세제 혜택 등을 누리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인프라와 에너지 수급 등 최적의 조합을 찾는 동시에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도 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만 해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팹보다는 후공정을 담당하는 패키징 공장을 호남에 조성하는 데 무게를 뒀다. 하이닉스 또한 호남에 대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나 패키징 공장을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최근 전남·광주 지역에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역시 경기 용인 클러스터에 추진 중인 팹 일부를 호남으로 옮겨 지을 가능성을 열고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두 기업에 현재 생산능력 확대는 필요한 상황이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모두 가동률 100%로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호남 지역 장점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의 재생에너지 기반을 갖췄다는 점이 꼽힌다. 수도권보다 전력 수급이 비교적 쉽고, 재생에너지도 풍부해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의 강력한 알이(RE) 100(사용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압박을 받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곳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정부는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망·도로 등 필수 기반 시설 조성 비용과 국유재산 사용료를 최대 100% 감면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들 기업으로서는 이런 정책적 지원에 더해 이재명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전략에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국가 균형 성장 전략으로 ‘5극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을 내세우며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 전략을 세워왔다. 삼성전자가 호남 지역에 최소 200조원, 하이닉스가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면 이런 정부 구상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총 투자 규모가 360조원에 이르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개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용인 반도체 일반산업단지에 600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어온 하이닉스는 내년부터 팹 가동에 들어가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착수한 토지 보상 작업조차 완료되지 않아 아직 부지를 다지는 기초 토목 공사에도 착수하지 못했다. 그만큼 지역으로 눈을 돌릴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전남·광주 지역이 반도체 핵심 제조 시설인 전공정 투자를 꾸준히 요구해왔다는 점도 이들 기업의 구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어 “호남 반도체 시대, 전남 팹과 광주 패키징으로 완성하자”며 “대규모 전력과 풍부한 용수가 필수인 전공정 팹이 갈 곳은 바로 전남”이라고 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전공정 유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5극3특 국가균형발전전략과 남부권 반도체벨트를 완성하는 길”이라며 “전공정이 들어와야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따라오고, 장비 유지·보수, 연구·개발, 품질 관리, 물류 등 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한다”고 했다.
애초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후공정 패키징 공장 건설 지역은 광주와 전남 장성군에 걸쳐 조성되는 ‘첨단 3지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전공정 팹까지 만든다면 투자 지역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첨단 3지구’에서 더 넓은 지역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또한 정주 여건, 물류, 용수에서 강점을 보이는 광주 군공항 및 탄약고 이전 부지(약 260만평), 전남도가 희망해온 해남·영암군의 ‘솔라시도’(약 1천만평) 등도 추가될 수 있다.
반도체 전공정은 관련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대표적인 집적 산업이다. 전공정 팹이 지방에 들어설 경우 관련 소부장 기업의 연쇄적인 이전과 신규 투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방 재정 확충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연구개발(R&D) 생태계 구축과 전문 인력 유치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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