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방산 오픈마켓'…전투 성과 포인트로 무기 산다
2026.06.23 18:17
우크라 방산 플랫폼 '브레이브1'
軍서 무기 수요 받아 기업 연결
시험·인증·부대 조달까지 한번에
부대별 전투 데이터 AI에 제공
잘 싸운 부대에 드론·로봇 보급우크라이나가 대량 생산한 전투용 드론을 앞세워 러시아 보급망과 에너지 시설 등을 타격하면서 러시아의 병력 우위를 흔들고 있다. 2023년 우크라이나가 도입한 방위산업 기술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조달 체계 혁신이 우크라이나군 전력 강화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핀란드 전쟁 감시단체 블랙버드그룹은 “러시아군이 올해 2~5월 새로 점령한 영토는 164㎢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51㎢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규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이 2500㎞를 날아 러시아 튜멘(시베리아 서부)에 있는 정유시설을 타격했다”며 전과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의 약 900억유로 대출 지원을 바탕으로 전투용 드론을 집중 생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정찰드론 생산은 작년 동기 대비 441%, 중거리 타격 드론은 312% 늘어났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올해 드론 생산 목표치를 ‘700만 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가장 혁혁한 전과를 내는 것은 ‘1인칭 시점(FPV) 자폭드론’이다. FPV 드론은 고속 비행 중 조종사에게 고해상도 화면을 제공해 정밀도와 기동성이 높고 전파 방해에도 강하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전차·장갑차 중심 돌격이 어려워지고, 병력 수 우위도 결정적이지 않게 됐다.
러시아가 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과 전파 방해(재밍)로 드론 운영을 방해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전파 대신 가는 광섬유 케이블을 매단 드론을 제조해 문제를 해결했다. 광섬유 드론은 빛으로 신호를 직접 보내기 때문에 러시아가 재밍을 해도 소용없다.
이 같은 공격은 러시아군 보급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러시아군은 주요 보급창을 기존 80㎞ 후방에서 120~150㎞까지 옮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가 FPV 군집 드론으로 (전선 양쪽) 20㎞ ‘킬존’(살상지대)을 만들었다”며 “과거 보급 차량이 자유롭게 움직이던 후방도 이제 표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전장 사망자의 최대 80%가 드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팅’ ‘바그넷’ 등 요격 드론은 러시아가 운용한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의 공격을 대부분 차단하고 있다. 스팅은 시속 300㎞로 비행하면서 시속 180㎞ 안팎으로 날아오는 샤헤드를 추적해 충돌 방식으로 격추한다. 제작 단가는 수백만원에 불과하지만 성능은 압도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같이 우크라이나가 전투용 드론을 빠르게 개발한 것은 2023년 우크라이나 정부가 만든 방산 기술 플랫폼 ‘브레이브1’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레이브1은 전쟁에 필요한 무기 수요를 군에서 받아 무기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투자자, 해외 기업을 연결한다. 또 보조금·무기시험·인증·조달 역할까지 맡아 무기를 빠르게 실전배치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술력만 입증되면 어떤 회사라도 정부 플랫폼을 통해 지원금을 받고 시제품을 실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레이브1은 플랫폼 내 마켓을 통해 군부대가 드론, 전자전 장비, 지상로봇 등 필요한 무기를 직접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투 성과를 ‘포인트’로 환산해 무기·장비를 구매하게 하는 ‘성과 연동형 보급 제도’를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단순히 물자를 일괄 배분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잘 싸운 부대가 더 좋은 보급을 받는다”는 인센티브를 군수 체계에 넣은 게 핵심이다.
브레이브1은 군사용 인공지능(AI) 모델을 시험·훈련하는 군사용 AI 플랫폼 ‘데이터룸’도 갖췄다. 데이터룸에선 군이 실전에서 수집한 적 무기 데이터와 영상 소스를 방산 기업과 공유한다. 개발자들이 해당 데이터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결과물이 다시 전선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방산 스타트업은 크게 성장해 해외 수주까지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집 드론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인 ‘스워머’는 3월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공모가 대비 500% 이상 급등하며 상장됐다. 회사가 개발한 AI 기술은 많은 드론의 개별 움직임을 조율해 ‘드론 떼’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스워머의 기술은 2024년 이후 우크라이나 전투 현장에서 10만 건 넘게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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