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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미얀마군, 총선 기간 민간인 700여명 살해”

2026.06.23 21:00

반군 점령지 탈환하려 폭격 단행
지난 18일 미얀마 라카인주 짜욱도의 한 마을이 군부의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는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있는 라카인 등 지역을 공격해왔다. AFP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정권이 지난해 총선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최소 7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유엔 보고서가 공개됐다. 군부가 선거를 통해 쿠데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야권을 배제한 채 반군 장악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공세를 벌이며 대규모 희생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군부의 공격으로 민간인 최소 70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여성은 224명, 아동은 153명에 달했다.

유엔은 민간인 피해가 지난해 8~9월과 12월에 집중됐다고 했다. 이는 군사정권이 총선 실시 계획을 발표하고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지역을 확보하기 위해 반군 점령지 탈환 작전을 확대하던 시기다. 유엔은 선거 추진 과정에서 군부가 통제 지역 확대에 집착하면서 민간인 희생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최소 505명은 전투기와 무인기(드론), 동력 패러글라이더 등을 동원한 군부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외국 세력이 군부에 무기와 탄약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이 같은 인권침해를 가능하게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지역은 반군 세력이 강한 사가잉이다. 이곳에서 여성 60명, 아동 30명 등 민간인 191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사가잉의 한 학교 앞 광장에서 불교 사순절 종료를 기념하고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던 가운데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 4명을 포함해 23명이 숨졌다. 같은 해 12월에는 군용기가 축구 경기를 시청하던 주민들이 모인 찻집을 폭격해 최소 19명이 사망했다.

유엔은 소수민족 로힝야족이 겪는 인권침해도 별도로 조명했다. 로힝야족은 무장단체 아라칸군에 의한 강제 징집과 자의적 체포, 살해, 성폭력 등에 노출돼 있고, 군부와 반군 사이에서 이중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유엔은 평가했다.

유엔은 국제사회에 미얀마 사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국제법 위반에 악용될 수 있는 무기와 항공유, 이중용도 물자의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은 지난해 실시된 총선의 정당성도 문제 삼았다. 유엔은 선거 기간에 “전반적인 치안 부재와 불안 속에서 심각한 인권침해와 학대가 발생했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선거에 필수적인 기본권과 자유가 광범위하게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축출하고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구금했다. 이후 전국적인 무장 저항과 내전이 이어지면서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지난 총선 역시 수지 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비롯한 주요 야당의 참여가 원천 차단된 채 치러졌다. 선거 결과 친군부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압승했고, 이후 군사정권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군복을 벗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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