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중국의 12만 톤 항모에 미국이 꺼낸 건... 150 톤짜리 무인 보트?
2026.06.23 14:01
구약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키가 3m가 넘는 블레셋 군대의 장수 골리앗을 이스라엘의 양치기 소년 다윗이 물리친 이야기다. 성경에 따르면 다윗은 군인이 아니었다. 전장에서 싸우는 형들에게 도시락을 전해주러 갔다가 이스라엘 군인들을 압도하는 골리앗을 보고 그에 대적하겠다며 자원하고 나선 그는 왕이 하사한 갑옷과 칼을 걸치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년이었다. 골리앗은 다윗을 비웃으며 달려들었지만, 다윗은 개울가에서 주워 온 돌멩이를 슬링, 즉 돌팔매로 일격에 쓰러뜨렸다. 다윗이 날린 돌멩이는 아주 작았지만, 골리앗의 이마 한가운데에 정확히 명중해 두개골을 깨뜨렸고, 골리앗은 즉사했다.
이 사건 이후 사람들은 누가 봐도 작고 볼품없는 약자가 크고 강력한 상대를 물리치는 상황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했다. 광활한 영토와 막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강대국 반열에 오른 미국은 20세기 이후 모든 전쟁에서 골리앗의 포지션이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군함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노후화도 심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대형 전투함을 대량 건조하며 함대를 확장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큰 항공모함 건조중인 중국...태평양에서 미국 압도하는 '골리앗'
중국은 이미 태평양에서 미 해군 함대 규모를 넘어섰고, 지금은 격차를 벌려 나가는 중이다. 최근 선체 모듈 조립을 마무리하고 비행갑판 설치를 준비하고 있는 중국의 신형 항공모함은 세계 유일 슈퍼 캐리어로 군림했던 미국 항공모함들보다 더 큰 12만 톤 규모로 만들어지고 있다. 태평양에서 중국이 골리앗, 미국이 다윗이 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국 랴오닝성 다롄 해군조선소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항공모함이 만들어지고 있다. 004형으로 불리는 이 항모는 길이 최대 340m, 폭 최대 90m, 만재배수량 12만 톤 이상으로 길이 332m, 폭 78m, 만재배수량 10만 톤 수준인 미국의 니미츠·제럴드 R. 포드급보다 훨씬 더 크다.
이 항모는 중국이 쓰촨성 러산시 외곽에 건설한 일명 909기지에서 실험 중인 차세대 원자로, *‘토륨 용융염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004형 항모는 이 원자로가 제공하는 강력한 에너지로 4~5개의 전자기식 사출기를 운용할 예정이고, J-35 스텔스 전투기 등 최대 100여 대에 달하는 함재기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 항모는 지난해 10월 다롄조선소 드라이도크에서 선체 모듈 조립이 시작된 사실이 확인됐는데, 내년 상반기 진수 가능성이 보도될 정도로 건조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토륨 용융염 원자로
고체 우라늄 연료봉과 별도 냉각재를 사용하는 현용 원자로와 달리 우라늄과 토륨, 용융염을 섞은 액체 상태에서 핵분열하는 연료를 고온·상압 상태에서 순환시키는 방식의 차세대 원자로다. 일반적인 원자로보다 압력과 온도가 훨씬 낮아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소형화가 유리해 선박·항공기 탑재용 원자로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다만 용융염의 높은 부식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다량 발생 등의 기술적 문제로 아직 실험 단계인 원자로다.
중국은 항모뿐만 아니라 수상함 전력도 급속 확충 중이다. 탄도미사일과 위성 요격 능력을 갖춘 1만3,000톤짜리 대형 구축함인 055형이 최근 6년 사이 무려 10척이 취역했고, 성능 개량형 구축함이 최소 6척 더 건조되고 있다. 중국판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7,500~8,000톤급 052D 계열은 기존에 배치된 13척을 제외하고도 최근 6년 동안 24척이 취역했는데, 장난·다롄 조선소에서 각각 5척을 더 건조 중이어서 향후 3년간 10척이 더 배치될 예정이다.
40척이 배치된 4,000톤급 054A 계열은 2024년 10척이 연쇄 기공돼 지난해 5척이 취역했고, 올해 5척이 더 취역할 예정이다. 2022년부터 건조가 시작된 5,500톤급 054B 시리즈는 지난해 2척이 취역했고, 현재 후둥중화조선소에서만 최소 4척이 동시 건조 중이다. 이 시리즈 역시 20척 이상 건조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이후 중국이 만든 전함은 50척 이상...미국은 16척에 불과
중국이 2020년부터 구축함 34척, 호위함 17척 등 50척이 넘는 수상전투함을 취역시키는 동안, 미 해군이 취역한 수상전투함은 1만 톤에 조금 못 미치는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10척, 3,100~3,500톤짜리 프리덤급·인디펜던스급 16척에 그쳤다. 프리덤급·인디펜던스급은 미 해군 건함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으로 불리는 연안전투함으로 현대적인 함대함 전투에 사용하기 어려운 저강도 분쟁용 군함이다.
미국이 중국의 해군력 팽창을 지켜보면서도 군함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미군용 군함은 미국인 소유의 회사가, 미국인 노동자에 의해 미국 안에서만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과 이를 지키는 조선 카르텔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성능의 전투함을 세계적으로 낙후된 시설에서 노동 집약적으로 만드는 희한한 나라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봇이 할 작업을 미국 조선소에서는 사람이 직접 한다. 그래서 건조 비용도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중국 조선소에서는 구축함 1척을 만드는데 기공부터 진수까지 1년 정도면 충분하지만, 미국 조선소에서는 2~3년 이상 걸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국 조선산업을 개혁하는 한편, 건조가 시급한 군함은 외국조선소에 발주해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미국 전쟁부(국방부)는 2027회계연도 예산안에 외국산 군함 구매를 위한 18억 5,000만 달러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예산은 공식적으로는 ‘연구비’이지만, 외국산 군함 구매를 주도하고 있는 백악관 예산관리국 관계자는 한국의 한화오션, HD현대, 삼성중공업과 일본의 미쓰비시, 가와사키, JMU 등의 업체를 직접 거론하며 이 조선사들로부터 최대 2척의 군함을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군함 해외 조달 추진...의회 반대와 조선 카르텔에 제동
그러나 이 방안은 조선 카르텔이 꽉 쥐고 있는 의회에서 막혔다. 미 의회는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해군 예산 중 그 어떤 예산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전투함 조달 계약에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어 외국산 군함 구매를 원천 차단했다. 이 개정안을 주도한 민주당의 재러드 골든 하원의원은 “미국의 군사 지출은 미국의 일자리를 지원해야 한다. 수상함 전력의 일부라도 외국 영토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건조한다는 발상은 용납할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했다. 미국 조선 카르텔에게는 미·중 패권 경쟁이 바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중국과의 건함 경쟁에서 미국이 밀리고 있는 심각한 국가안보 위기 상황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군함 조달이 차질을 빚으면서 미 해군 군함들은 살인적인 임무 스케줄에 내몰리고 있다. 통상 6개월, 180일 이내로 제한되던 항모 배치 일정은 이제는 7~8개월 배치가 우습게 됐다. 최근 이란 전쟁에 참전한 제럴드 R. 포드 항모는 11개월, 무려 326일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세탁실 화재 사건이 없었더라면 이 배는 지금도 중동이나 지중해에 떠 있었을 것이다. 항모보다 훨씬 작아 장기 작전이 어려운 구축함도 이제는 6~10개월 이상 배치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모항으로 돌아온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미처’는 무려 328일 동안 작전하며 제럴드 R. 포드함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러한 군함 장기 배치는 선체 피로도를 급격히 증가시켜 배 자체의 수명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승조원들의 사기를 꺾고 입대율까지 떨어뜨린다. 포드 항모 세탁실 화재는 공식적으로는 가전제품 합선에 의한 것이었지만, 미 해군 장병들 사이에서는 누군가 집에 가고 싶어 불을 질렀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국가 전략적 목표를 위해 바다에 일정 숫자 이상의 군함을 항상 띄워놔야 하는데 배는 부족하고, 정치적 이유로 배를 확보할 방안까지 막혔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크고 비싸며 만드는 데 오래 걸리는 대형 전투함 대신 작고 저렴하며 금방 만들 수 있는 배를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다.
오랜 시간 걸리는 큰 배 대신 작고 싼 무인 수상함 찍어내는 미국
큰 배를 지으려면 큰 도크와 크레인 등 거대 조선소가 필요하다. 대형 조선소인 뉴포트뉴스는 222만 제곱미터에 달하지만, 미국 전역에는 이보다 훨씬 작은 중·소형 요트나 낚싯배를 만드는 소형 조선소들이 지천으로 깔렸다. 미 해군의 중형 무인 수상함(MUSV) 시제함 제작 경쟁에 뛰어든 20여 개의 조선소 대부분이 이런 소형 조선소들이었다. 지난 5월 미 해군은 이 20여 개 업체 중 7개 회사를 시제함 제작업체로 선정하고 각 업체당 1,5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선정된 회사 전체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스타트업 ‘사로닉’는 자사의 ‘머라우더’ 모델이 선정된 사실을 밝히며, 시제함을 공개했다.
머라우더는 기획·설계부터 시제함 진수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조선소가 없던 사로닉은 머라우더 건조를 위해 지난해 4월 16일 루이지애나 프랭클린 소재 ‘걸프 크래프트’ 조선소를 인수했다. 이 조선소는 40만 제곱미터의 작은 조선소인데, 사로닉은 지난 5월 29일 머라우더 시제함을 진수시켰고, 현재 설비를 확장하지 않고도 연간 20척, 현재 진행 중인 확장 공사가 끝나면 연간 50척씩 건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대형 조선소에서 매년 구축함 1척을 겨우 만드는 데 반해 무인수상함 건조 속도가 이처럼 빠른 것은, 전기자동차 대량 생산으로 유명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와 같은 공정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 배는 조선소가 아니라 육상 공장에서 로봇이 모듈을 생산하고, 로봇이 그 모듈을 조립해 배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미 해군이 시제함 건조 사업자로 선정한 7개 회사 대부분 이런 공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로닉이 대량으로 찍어낼 준비를 하고 있는 머라우더는 길이 45m, 만재배수량 150톤 정도의 배다. 우리나라가 대량 운용했던 참수리급 고속정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머라우더는 40피트 표준 규격 컨테이너 4개를 싣고 시속 22㎞ 속도로 30일간 6,400㎞를 항해할 수 있다. 완전 자율 항해 능력을 갖추고 있고, 위성을 통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사람이 타지 않기 때문에 해상에서 연료와 소모품만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면, 유인 수상함보다 훨씬 더 오래 작전할 수 있다.
무인함에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해전의 게임체인저 될까
이 배는 40피트 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든 *Mk.70 PDS 컨테이너형 미사일 발사기를 4개 싣는다. Mk.70에는 군함에 들어가는 Mk.41 수직발사기 4셀이 들어가는데, 여기서 토마호크·SM-6 등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사람이 타지 않는 이 작은 배가 어지간한 호위함 수준의 화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로닉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무인함에 극초음속 무기를 얹어 게임체인저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Mk.70 PDS
40피트 표준 규격 컨테이너(길이 12.19m·폭 2.44m·높이 2.59m) 안에 Mk.41 타격형 수직발사기 4셀을 넣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기. 트레일러·열차·선박에 실어 언제 어디서든 토마호크·SM-6 등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미 육군과 해군이 대량 채용·도입 중이다.
사로닉은 같은 스타트업 캐스텔리온과 손을 잡았다. 스페이스X 출신의 쟁쟁한 엔지니어들이 2022년 설립한 캐스텔리온은 지난해 미 육군과 해군으로부터 저가형 극초음속 미사일 ‘블랙비어드’ 체계 통합 계약을 수주한 회사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악당인 에드워드 티치의 이름을 딴 이 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비행 속도로 800㎞ 밖 표적을 때릴 수 있는 고성능 극초음속 무기다. 이 미사일은 부품 숫자를 크게 줄이고, 주요 부품에 상용 부품을 써서 1발당 가격을 토마호크 미사일의 5분의 1 수준인 30만 달러 미만으로 맞췄다.
가격은 저렴한데 성능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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