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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석의 파크골프 인사이트]파크골프, 지역 소멸을 막는 그린(Green)의 경제학

2026.06.23 15:12

화천 산천어파크골프장 전경_화천군 제공

인구 2만여 명의 강원도 화천군에 한 해 60만 명에 육박하는 발길이 몰렸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도권을 비롯한 타지역 방문객이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이 작은 도시를 찾은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파크골프장이다. 화천의 사례는 파크골프가 더 이상 특정 세대의 여가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위기에 놓인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이제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생활체육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한때는 시니어 중심의 레저 스포츠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도심 공원과 생활권 체육시설을 기반으로 가족 단위는 물론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특히 국내 성장세는 가파르다. 대한파크골프협회 등록 회원 수는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고, 빠르게 늘어난 파크골프 인구는 곧 지역을 움직이는 새로운 소비 주체가 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스포츠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 효과를 ‘승수 효과’로 설명한다. 외부 방문객이 지역에 들어와 숙박하고 식사하고 소비한 돈은 곧장 상인과 주민의 소득으로 연결되고, 다시 지역 안에서 재소비되며 선순환을 만든다.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 열리는 파크골프 대회는 지역 상권과의 결합도가 높다. 숙박업소, 음식점, 전통시장, 특산물 판매장까지 소비가 넓게 퍼지기 때문에 체감 효과도 크다.


파크골프 대회가 일반적인 일회성 스포츠 행사와 다른 점은 체류 시간이 길다는 데 있다. 예선과 본선이 며칠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선수와 동반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지역에 머문다. 이는 펜션과 민박, 중소형 숙박시설의 객실 가동률을 높이고, 지역을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르는 체류형 관광지’로 바꿔놓는 기반이 된다.

대회 기간 지역 식당과 전통시장에 유입되는 소비는 골목상권을 살리는 직접적인 힘이 된다. 외지 방문객이 지역에서 식사하고 장을 보고 특산물을 구매하면서 만들어지는 현금 흐름은 대기업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지역 상인과 농가에 비교적 곧바로 닿는다. 이 과정에서 농업과 서비스업이 연결되고, 로컬푸드와 특산물 판매는 농촌 지역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든다. 파크골프가 단순한 체육 활동을 넘어 1차 산업과 3차 산업을 잇는 융복합 경제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소규모 스포츠 이벤트의 성패는 결국 방문객의 특성과 지출 규모, 그리고 지역 주민의 참여도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파크골프는 경쟁력이 높다. 진입 장벽이 낮아 주민이 직접 선수로 참여하기도 쉽고, 운영 인력이나 자원봉사자로 행사에 힘을 보태기도 수월하다. 외부 자본에 과도하게 기대지 않고 지역 내부의 참여와 소비를 중심으로 자립형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화천 산천어 파크골프장에서 회원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_화천군 제공

흔히 지방 소멸의 원인으로 고령화를 먼저 떠올리지만, 파크골프는 이 고령 인구를 오히려 지역 활성화의 주체로 전환시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파크골프는 신체 활동과 사회적 교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생활체육이다. 활기찬 노년층은 의료·돌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꾸준한 이동과 소비, 관계 형성을 통해 지역사회에 활력을 공급하는 경제 주체가 된다. 고령화를 부담이 아니라 자산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한 것이다.

이제 잘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단순한 체육시설을 넘어 지역의 얼굴이자 관광 브랜드가 되고 있다. 동호인들 사이에서 ‘파크골프 성지’로 입소문이 난 지역은 정기적인 대회 유치와 재방문 수요를 통해 지속적으로 외지인을 불러들인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양적 확대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하천 둔치나 생태 민감 지역에 무분별하게 시설을 늘리는 방식은 결국 환경 훼손이라는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스포츠 관광의 성과를 오래 누리려면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시설의 품질과 운영의 완성도를 높이는 지속 가능한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

지자체 역시 이제는 ‘몇 홀을 더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더 좋은 코스를 만들고, 어떤 대회를 더 짜임새 있게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규모 경쟁보다 품질 경쟁, 단기 실적보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파크골프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역을 살리는 생활체육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파크골프가 일으키는 녹색 바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포츠 관광의 경제적 연쇄 효과와 고령 인구의 소비 활력, 지역 공동체의 참여가 맞물려 만들어내는 구조적 결과다. 작은 클럽 하나가 지역 식당의 불을 밝히고, 숙박업소의 방을 채우고, 도시의 이름값을 키운다. 파크골프장의 초록빛 잔디는 단순한 운동장이 아니다. 지방 소멸의 위기를 넘어서는 또 하나의 ‘그린 경제’가 시작되는 희망의 들판이다.

<조진석 파크골프 전문위원_조진석 교수는영진전문대학교 파크골프경영과 학과장이며 대한파크골프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파크골프의 산업화와 생활체육 정책, 지역경제 연계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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