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불용 기자재 방치·업무 전가' 의혹에 부여교육지원청 "소극행정 아냐"
2026.06.23 16:51
| ▲ 부여 A중학교 컴퓨터실에 쌓여 있는 노후 기자재. 하지만 노후기자재 처리를 놓고 해당 학교 교사와 학교 측이 3개월 넘게 갈등을 벌이고 있다. |
| ⓒ 제보사진 |
충남 부여교육지원청이 학교 내 불용 기자재 방치로 인한 학생 안전 위협과 부당한 행정 업무 전가 의혹을 받는 일선 중학교 행정실장에 대해 '소극행정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민원을 제기했던 교사는 핵심 사실이 묵살된 불공정한 결과"라며 상급 기관인 충청남도교육청에 재신고서를 접수했다.
앞서 부여 A 중학교의 김아무개 교사는 같은 학교의 행정실장에 대해 ▲수업 공간 내 노후 기자재 방치(학생 안전 위협) ▲3개월 이상 불용처리 행정절차 미완료 ▲조례상 행정실 고유 업무인 견적서 수령의 교사 강요 ▲교장 직무상 명령(공문 결재) 명시적 거부 등을 이유로 소극행정 신고를 접수했다.
논란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남 부여 A중학교에 신규 발령받은 교사 김씨는 미래 교육의 현장이 아닌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컴퓨터실을 마주했다. 2010년에 구입한 노후 비품들이 학생들의 시야를 가렸고, 교실 전면에는 고장 난 거대한 전자교탁이 방치돼 안전사고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었다. 김 교사는 수업 환경 복구를 위해 일주일 넘게 대대적인 청소를 하고 노후 기자재에 대해서는 불용 처리와 창고 이동을 정식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수개월에 걸친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갈등의 핵심은 김 교사가 노후 기자재 불용처리를 요청하자 행정실 측이 '불용 처리의 근거가 될 업체 견적서를 직접 확보해 오라'고 요구하며, 서류가 오기 전까지는 기자재를 컴퓨터실 밖으로 뺄 수 없다고 답변하면서 시작됐다. 업체 견적서를 업무 주체인 행정실에서 직접 받으면 될 일인데, 이를 관례를 들어 부당하게 교사에게 떠넘긴다고 생각한 김 교사는 이 같은 조치에 항의했다.
김 교사는 "교사가 불용 의뢰를 하면 행정실에서 상태를 판단해 폐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수천만 원대 기자재의 전문적 판단(견적서 수령)을 권한 밖인 교사에게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업무 독박이자 근거 없는 잘못된 관행으로 생각해 바로 잡아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8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학교장의 지시로 노후기자재 불용처리 의뢰 공문을 시행했다. 그러자 해당 학교 행정실장은 '결재라인에서 자신을 제외하라'며 결재를 명시적으로 거부했다. 노후 기자재는 컴퓨터실에 방치됐고, 김 교사는 부여교육지원청에 해당 행정실장을 '소극행정'으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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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교육지원청 측 "도교육청 재무과 및 경리팀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
부여교육지원청은 답변서를 통해 기자재 방치 문제에 대해 "학생 안전에 위험이 있는 노후 기자재는 학교 컴퓨터실에서 학교 내 창고로 일부 이동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창고로 이동 조치한 노후 기자재는 일부일 뿐이며 나머지는 여전히 컴퓨터실에 방치돼 있다. 게다가 일부 기자재를 창고로 이동 조치한 시점조차 김 교사가 민원 신고를 제기한 이후의 임시방편이었다.
부여교육지원청은 교사에게 견적서 징구를 강요한 행위에 대해서는 '충청남도 교육비특별회계 소관 물품관리 조례'를 근거로 "분임물품출납원은 사용 불능 물품을 물품관리관에게 반납하고, 물품의 불용 결정은 물품관리관이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용 불능 물품에 대한 반납, 심사 및 불용결정은 관련 규정에서 정한 주체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문장대로만 해석하면 물품의 불용 결정 주체와 그에 따른 의무가 행정실장(물품관리관)에게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럼에도 부여교육지원청은 "다만, 업무 범위의 명확화를 위해서는 규정의 적정한 수정·보완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적정한 처리를 위하여 관계 부서와 내용을 공유했다"라며 "관련 규정의 명확화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지침 미비와 관행 등을 이유로 명확한 행정적 책임 소재 판단을 회피한 셈이다.
부여교육지원청은 이를 바탕으로 "피신고인의 행위를 소극행정의 범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 교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업무 지연이 아니라, 학생 안전에 위험이 있는 기자재를 컴퓨터실에 장기간 방치하고, 정당한 학교장 지시 공문조차 명시적으로 결재를 거부한 행위(국가공무원법 제57조 복종의무 위반)"라며 "조사 기관인 부여교육지원청은 가장 주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답변서에서 완전히 배제,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는 최근 부여교육지원청 행정과로부터 받은 소극행정 신고 답변에 불복해 충청남도교육청 감사관실의 직접 조사를 요청하는 재신고서를 23일 제출했다. 이를 통해 ▲3개월 이상 불용처리 방치가 소극행정에 해당하는지 재확인 및 즉각적인 이행 명령 ▲견적서 수령 강요가 조례상 근거 없는 위법한 업무 전가인지 여부 명시 및 시정 조치 ▲교장 직무상 명령(공문 결재) 거부 행위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소극행정인지에 대한 상급 기관의 직접 재조사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부여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관련 판단은 부여교육지원청 자체 판단이 아닌 도교육청 재무과 및 경리팀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노후기자재의 견적서 수령 등 업무처리 주체, 교장 지시 거부행위에 대한 위법 여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회계·물품관리 업무 부과 관행' 갈등과 직결된 사안
교육계에서는 이번 일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고 있는 '회계·물품관리 업무 부과 관행'의 적법성 논란과 직결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지방회계법과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물품의 수리·보관·반납을 책임지는 '분임물품출납원'은 엄연한 법적 책임을 지는 '회계관계공무원'에 속한다.
그러나 많은 학교가 협의 없이 교사들을 분임물품출납원으로 임명하고 행정 업무를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는 "교사는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명시해, 학교의 행정사무를 담당하는 행정직원과의 임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교육부령인 규칙에서도 물품을 출납·보관하는 출납원은 행정직렬이 맡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법적 근거도 없이 교사에게 회계관계공무원의 직무를 강요하는 것은 학교장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업무 분장이며,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 3(부당한 업무지시 금지)에도 위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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