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타성에 젖어 참정권 보장에 미흡…깊이 사죄한다"
2026.06.23 16:32
이른바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여야 합의로 구성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첫 번째 기관보고에 나섰다.
여야 할 것 없는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독립성을 지키고자 조직 내부의 타성에 젖어서 효율성만 중시했다"며 "정작 주권자인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하는 기본 책무에 미흡했다"고 사과를 표했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23일 오전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회 국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위 대행은 "지방선거 당일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여려를 끼쳐드렸다"며 "참담하고 부끄럽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으며 엄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위 대행은 이어 "위원회는 현재 진행 중인 국회 진상조사와 검경 합동수사에서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회의엔 증인 출석이 요구된 7명의 선관위 비상임위원이 불출석해 여야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는데, 위 대행은 이에 대해서도 "지금이라도 당장 연락해서 (출석을) 독려하겠다"고 했다. 이후 5명의 비상임위원은 오후 출석 의사를 밝혔다.
6.3 지방선거 당시 현직이었던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도 "위원장으로서 위원회가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노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선관위의 투표용지 50% 축소 인쇄 지침을 두고 '졸속행정'을 비판하며 "선관위의 이 같은 인식이 이번 사태의 근원 아닌가" 묻자 "그렇다"고 인정하며 이같이 답했다.
선관위 측은 이날 기관보고를 통해 △투표용지 인쇄 비율 전면 재검토 △인쇄업체 확보 및 투표용지 관리 체계 전반 개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사전 위험성 평가 등을 자체 재발방지 대책으로 제시했다.
또한 이들은 △위원장 상근제 △복수 상임위원제 도입 △선거관리평가위 설치 등 국회 차원의 입법 과제도 스스로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관위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노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위 대행에게도 사퇴를 요구하는가 하면, 위 대행이 "대통령의 밥친구"이기 때문에 책임을 피해가고 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저는 이 사태를 부른 주범 중 가장 큰 책임을 져야 되는 부분은 대통령의 밥친구 위철환 상임위원이라고 본다"며 "사퇴하실 생각이 있는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위 대행은 "지금 현재 선관위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지금 (사퇴하면) 현재로서는 결재라인이 무너진다. 아무것도 못한다. (사퇴) 그건 무책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수사받아야 될 분이 선관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들이 보시면 도둑이 경찰 행세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 의원은 이어선 "지금 국민들은 위철환 증인이 증거를 인멸한다고 의심하고 있다"며 "출국금지는 되셨나", "수사기관 소환 통보는 받았나"라고 거듭 추궁했다.
위 대행이 "출국금지는 모르겠다", "소환 통보는 아직 없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합수본도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의 밥친구를 어떻게 손댈 수 있겠나"라고 비꼬듯 지적했다.
위 대행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 출신으로, 연수원 당시 이 대통령과 자주 식사를 함께 한 친구 사이로도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이 이를 꺼내 위 대행이 일종의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공세를 에둘러 펼친 셈이다. 위 대행은 "잘못이 있으면 어떤 처분도 달게 받을 것"이라고만 대응했다.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 체질개선 문제에 주로 집중했다.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선관위의 이번 '축소인쇄' 결정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노 전 위원장에게 "관련 회의록을 요구했더니 공개가 안 된다고 한다"며 "이렇게 큰 사태가 벌어진 이 상황에서...(적절한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용만 의원은 "국회도 독립된 헌법기관이지만 상임위는 물론 소위에서 무슨 얘기하는지까지 속기록이 다 공개된다"며 "회의록을 왜 감추나.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국민이 알 수 있게 공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전임자인 노 전 위원장이 "저는 그 부분에 책임지고 답변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답하자, 김용만 의원은 현직인 위 대행에게도 "회의록 공개를 검토할 텐가" 물었다. 위 대행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독립적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찰'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해당 사안이 '헌법 개정이 아닌 감사원법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김영배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를 할 땐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었다"며 "그리고 (헌재는) '이것이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을 인정한 것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판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배 의원은 "이런 헌재 판시로 볼 때 현재와 같은 국민적인 의심과 함께 문제점이 드러나면 감사원법만 개정해도 개헌 없이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측은 별도의 의견 없이 "헌법재판소의 결론에 따라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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