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년 걸린 시총 1위 교체, 혁신 속도 더 높이는 계기로
2026.06.23 11:14
국내 증시 대장주의 역사는 주력 산업 변화와 맞물려 움직였다. 시총 1위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8년 포항제철(현 포스코홀딩스)부터다. 1990년대에는 한국전력이 시총 1위를 장기간 유지했고, 1999년에는 한국통신(현 KT)이 선두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999년 7월 29일 처음 코스피 시총 1위에 올랐고, 이후 KT와 엎치락뒤치락하다 2000년 11월 21일부터 25년 넘게 대장주 자리를 지켜왔다. 이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연초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348% 상승해 같은 기간 195% 오른 삼성전자를 크게 앞질렀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HBM 공급난이 심해지면서 이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더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8월 나스닥 상장(ADR· 주식예탁증서) 전망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신규 유입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우리 주식시장 대장주가 국가가 주도하는 중후장대 산업에서 반도체로 교체됐듯이 세계 곳곳에서도 기술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시총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일본 대표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홀딩스는 지난 12일 일본 산업의 간판이던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도쿄증시 시총 1위에 올랐다. AI 열풍에 힘입어 ‘자동차의 나라’ 일본이 ‘반도체의 나라’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그룹의 지주회사 포르셰SE는 22일 독일 증시 대표 지수인 DAX(시총 상위 40개 종목)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전기차 전환 작업이 테슬라와 중국 업체에 현저히 뒤진 결과다.
첨단 산업은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가장 극단적으로 작동하는 영역이다. 혁신역량과 초격차 기술 확보에 따라 시총 순위가 확확 바뀐다. 우리 주식시장의 대장주는 25년만에 교체됐지만 미국은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순위가 단숨에 바뀌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미국 증시 상장 사흘 만에 아마존을 제치고 세계 시총 5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졸면 죽고, 한순간 삐끗하면 낭떠러지다. 지금보다 혁신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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