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차붐이 본 월드컵 진단 “한국, 8강 갈 만한 실력…손흥민 여전히 위협적”
2026.06.23 10:00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73)이 22일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축구 인생을 돌아보고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누비는 대표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이 8강에 갈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차 전 감독에게 이번 대회가 열리는 멕시코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무대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하던 그는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3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차 전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1986년 출전 당시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라고 고백했다. 독일 현지에서 베르더 브레멘 원정 경기를 치르던 중 상대 선수의 축구화 스터드에 발목 힘줄을 찍히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수술대에 오르면 월드컵 출전이 불가능했다. 내가 수술을 선택하면 자칫 국가를 위해 뛰기 싫어 핑계를 댄다는 오해를 살 수 있었기에 수술을 미루고 통증을 참으며 멕시코행을 택했다”며 40년 전 조국을 위해 부상 투혼을 불살랐던 비화를 직접 전했다.
선구자로서 모진 주위의 견제를 견뎠던 차 전 감독의 시선은 이제 자신과 같은 나이로 멕시코 땅을 밟은 캡틴 손흥민(34·LAFC)에게로 향했다. 차 전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전술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손흥민의 역할을 분석했다.
차 전 감독은 “손흥민의 경기력이 전혀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신체적으로 회복하는 데 조금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가 수년 동안 쌓아온 모든 기술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중앙보다 측면에서 뛰는 것을 분명히 더 편안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전술적으로 우리는 손흥민을 중앙 공격수로 기용했다. 그 방식은 체코를 상대로 두 골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줬다. 그렇기 때문에 손흥민이 팀을 위해 매우 좋은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의 전술적 영향력도 강조했다. 그는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면 상대 수비에 큰 압박을 줄 수 있다. 그 결과 다른 선수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차 전 감독은 이웃 나라 일본 축구의 무서운 성장 기류에 대해서도 가감 없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일본은 이미 내가 선수로 뛰던 시절부터 무려 30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며 장기적인 축구 청사진을 빌드업해 온 팀”이라고 평가하며 “그 장기적인 준비의 결실로 이제 일본은 월드컵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우승을 목표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평했다.
과거 일본 축구의 무서운 장기 기획 시스템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던 충격은 차 전 감독의 축구 인생 행보까지 바꿨다. 그가 독일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사재를 털어 국내 최초의 선진형 아카데미인 ‘차범근 축구교실’을 출범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뿌리가 튼튼해야 미래 세대가 세계무대에서 기죽지 않고 뛸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실제 이번 대표팀의 주축인 황희찬과 백승호 등이 모두 ‘차붐 아카데미’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결실이다.
차 전 감독은 “지금 우리 선수들이 보여주는 경기력은 다음 세대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우리 팀이 8강에 진출할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아시아 축구 전체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대표팀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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