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이낙연
이낙연
문 전 대통령을 진짜 모욕하는 건 '문조털래유' 단어가 아니다

2026.06.23 06:51

[주장] 공만 가져가고 과는 외면하는 현실... 역대 정부 유산 가지려면 '부채'도 책임지는 자세 필요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6.3 지방선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임기 마지막 날인 2022년 5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도보로 퇴근을 한 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문재인 정부는 끝까지 레임덕이 없는 정부로 여겨졌다. 임기말 국정지지율이 40%가 넘었다. 임기 내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며 레드팀을 자처하는 세력도 없었다. 오로지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당시의 차기 민주당 대선 주자들 중에서도 '감히'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후보조차 없었다. 친문들에겐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을 것이다. 성공한 정부로 임기를 마무리했다는.

그런데 그 마무리 끝에 새로 시작된 정부는 민주당 정부가 아니었다. 혹여 친문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놨는데도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한 것은 후보의 책임이다'라고. 뇌피셜로 떠드는 게 아니다. 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던 날 "성공한 대통령이었나요? 다시 출마할까요?"라고 말하던 장면에서 그런 마음을 느꼈다. 명백하게 부적절한 말이었다.

이제 와서 20대 대통령 선거 패배가 누구 책임인지 따지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민주진영'의 패배였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총체'를 심판한 것이지, '민주당의 특정 계파'를 심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권심판론의 토대는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고,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후보로서 그것을 끝내 돌파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도 공과가 있다. 과만 있는 정부가 그렇게 높은 국정지지지율로 임기를 마무리할 순 없다. 그러나 '세력으로서' 친문은 문재인 정부가 남긴 부채를 감당해보려는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왜 심판을 받았는지에 대한 성찰도 하지 않았다.

예컨대, 20대 대통령 선거 이전으로 시간을 옮겨보자.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이재명이란 인물과는 상관도 없는 체제였다. 대통령은 문재인이었고, 당대표는 이낙연이었으며, 친문 후보들이 나섰다. 참패했다. 명백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

당시 방송인 김어준씨는 선거 내내 '생태탕' 타령만 해댔다. 그것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심판하고 싶은 불난 마음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었다. 행정부·지방정부·입법부를 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몰아줬는데도, 자신들이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사용했는지에 대해 전혀 성찰하지 않은 오만한 태도라 여겼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 그리고 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요즘 여권 지지자들 간의 갈등이 극심하다. 거칠게 분류하면 두 덩어리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김어준씨, 정청래 민주당 대표, 유시민 작가를 청산하자고 주장하는 쪽과, 그 사람들은 민주진영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온 자산들로 그 사람들을 끊어내자는 건 갈라치기이며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건조하게 서술하면 각각의 감정들 모두 이해는 된다. '사람' 중심으로 청산을 논하니, 결국 감정적 격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사람이 아니라 자산과 부채라는 개념으로 치환해보자.

다시 말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공과가 있다. 즉, 공에 해당하는 유산을 남겼다. 여러 부분에서 퍽 잘한 부분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임기말까지 그런 높은 국정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헌정을 파괴해 보수진영 자체를 궤멸시키고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끌어내려진 박근혜나 윤석열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내총생산 세계 10위권 진입과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불 진입, 한미 미사일 지침의 폐지로 국방주권을 강화한 외교나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 등은 문재인 정부의 공이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어준씨나 유시민 작가, 정청래 대표도 마찬가지다. 민주·진보진영을 위해 잘해온 부분도 있다. 오랜 시간 민주당이 암흑기에 빠져있던 시기 김어준씨는 '나는 꼼수다'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민주진영 지지층 결집의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한 때 '신경안정제'라는 별호로 불리던 유시민 작가 역시 윤석열이란 반동을 분쇄하고 이재명 정부 창출을 위해 힘을 보탰다.

그런데 '공'만 있는가? '과'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공'으로 평가되는 코로나19 대응을 보자. 그 성공은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 덕분만은 아니다. 의료진과 자영업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공이다. 그런데 이후 의사들의 파업이 일어나던 때, 간호사들의 노고를 칭찬하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의사-간호사 갈라치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의료 대응 자체는 한국보다 훨씬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도,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중단하는 날의 숫자만큼 계산해 꼬박꼬박 지원금을 줬다. 문재인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잘 설득하지 못했는지 어땠는지 몰라도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못했다. 성공한 방역으로 문재인 정부가 전세계적 박수를 받는다며 홍보하는 그 뉴스를, 텔레비전을 통해 바라보던 자영업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방역의 비용은 내가 냈는데 왜 박수는 너희들이 받느냐?' 그러지 않았을까?

문재인 정부가 남긴 건 유산만이 아니란 뜻이다. 부채도 남겼다. 그것을 항목화해보라. 하나 하나가 다 특정 유권자 층에게 내리 꽂히는 사안들이다. 부동산 문제는 중산층에게, 자영업자 문제는 서민층에게, 젠더갈등 조율 방기 및 조국 사태는 청년층에게, 검찰개혁 실패 및 윤석열 정권 탄생이란 결과는 민주당 지지층에게.

앞서 임기말 국정지지율이 40%였다고 적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정평가 비율도 꾸준히 50%를 넘었다. 이미 지표상으로 단단해진 반대층이 보였다. 그런데도 '대선전에 돌입하면 40%만 확보하면 충분히 당선된다'는 식의 안이한 낙관론이 있었을 뿐이다. 그 안이함으로 대선전에 돌입했고, 패배했다. 오늘날까지도 그때의 그 안이함을 반성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여전히 민주당의 '친문'이란 사람들 중엔 이런 부채들을 감당해보겠다는 사람이 없다. 아니, 그런 부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거나 성찰하는 사람 자체가 없다.

유산을 가져가려면 부채도 떠안아야 한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4일 경기도 평택시 선거사무소에서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혹자들은 민주진영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역사라고 한다. 이재명 정부도 그 주춧돌 위에 서 있는 것이지, 어느 한 대통령이나 정부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니 문재인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나는 100% 동의한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역대 정부의 유산만 가져가려 한다. 부채도 감당해야 한다는 말은 일절 하질 않는다. 세상에 유산만 노나먹고 부채는 없는 것처럼 여기는 게 가능할 것 같은가? 자산을 승계하면 당연히 부채도 감당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부동산 문제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 최대의 부채 중 하나는 '조국 사태'였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 자체를 완전하 파산시켜버린 사건이었다. 거기서 김어준씨나 유시민 작가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 둘은 당시 가장 대표적인 '조국 수호 연대의 플랫폼' 노릇을 했지 않은가?

그때 당시엔 오판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검찰권 남용은 그것대로 심각한 문제니까. 그런데 이제는 대법원 재판도 끝났지 않은가? 정말 떳떳하게 조국 전 대표는 죄가 없고, 무도한 검찰이 그저 생사람 잡은 거라고 말할 수 있는가? 거기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보인 바 있는가?

민주진영에 공헌해온 '사람'들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성찰해야 한다. 유산에 대해 인정하라 주장하는 그만큼, 부채를 청산하자는 노력도 하자는 이야기다. 그래야 문재인 정부의 공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평가 받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진짜 모욕하는 것은 '문조털래유' 멸칭을 만들어 돌리는 일군의 인터넷 대중들이 아니다. 그가 힘이 셀 때는 그 유산으로 정치를 하며 '탄광 안의 카나니아' 한 마리조차 남겨두지 않는 걸 '원팀 정신'이라고 하더니, 막상 탄광 안에 퍼진 유독가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그 비겁한 태도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모욕하게 만든다.

지금 친문이 해야 할 일은 유산 승계가 아니다. 부채에 대한 청산이다. 정확히는 부채를 인정하고 그 부분을 지지층과 국민들에게 사과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게 없으니 문제가 된다. '사람이 싫어서' 부정하려는 게 아니라, 부채 그 자체인 사람과 그 부채를 옹호해온 사람들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새로운소통연구소장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새로운소통연구소장입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이낙연의 다른 소식

이낙연
이낙연
6시간 전
김어준 “검찰개혁 못하면 이재명 다친다···코어 지지층, 정체성 부정하는 사람 바로 버려”
이낙연
이낙연
8시간 전
김어준, 데드크로스 李대통령 향해 이낙연 ‘거론’하며 경고
이낙연
이낙연
9시간 전
전대 앞둔 시점에?송영길, 지난주 李대통령과 비공개 만찬
이낙연
이낙연
9시간 전
전대 앞둔 시점에⋯송영길, 지난주 李대통령과 비공개 만찬
이낙연
이낙연
10시간 전
이낙연 소환한 김어준 "지지율 확 빠져…靑 원인 분석 제대로 해야"
이낙연
이낙연
12시간 전
이해찬은 S, 이재명·문재인은 D…민주당 역대 당대표 성적표
이낙연
이낙연
15시간 전
[단독] 전대 출마 준비 끝낸 정청래… 李는 송영길과 관저 만찬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