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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의 말로 사람 읽기] [8] 닛케이 7만에도 ‘자화자찬 없는’ 다카이치 리더십

2026.06.22 23:38

규제 풀고 ‘소부장’ 육성해 반도체 키워… 자본 적대시하지 않아
이 대통령 말은 당혹스러워, 세금과 통제에 꽂혀 있다는 인상도



그래픽=백형선

코스피 9000, 닛케이 7만! 지난주 한국, 일본 증시가 폭등했다. AI 빅테크 흐름을 탔지만 차이가 있다. 우리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 거인이 시총을 지탱한다. 반면 일본은 도쿄일렉트론, 디스코 같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자가 셀 수 없이 많다. 여기다 신생 키옥시아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K 메모리를 추격하고 있다. 이뿐인가, 안경 렌즈로 알려진 호야, 섬유를 만들던 닛토방적 등 전통 기업들도 이미 변신을 마쳤다.

“됐으니까 닥치고 일본에 투자해, 일본이 돌아왔다.”

국가 지도자 입에서 ‘진격의 거인’ 대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다카이치 총리가 2025년 말에 한 연설인데, 그 전부터 나는 한국·미국·일본 주식을 소소하게 운용해 왔다.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국가 경제를 들여다보면 본업인 방송에도 도움이 됐다. 돈의 흐름은 세상을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주는 도구다. 뉴스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투자에 응용하거나, 투자에서 얻은 통찰을 방송에 활용한다. 개미 구력이 쌓이면서 알게 된 사실도 있다. 리더에 따라 꼭 주가가 움직이진 않더라는 것, 그럼에도 리더십은 시장 신뢰도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다카이치는 ‘안보의 시장화’ 중심에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반도체를 ‘국가 생존의 최전선’으로 본다. “일본의 핵심 인프라를 점유하면서 안보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자본에 영토를 내어줄 수 없다” “기술 주권을 잃는 것은 국경을 잃는 것” 같은 주장을 설파해 왔다. 통화량을 늘리는 아베를 닮았지만, 디테일은 다르다.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글로벌 자금을 단단히 묶어두는 전략을 추구한다. 한국과 대만에 빼앗긴 반도체 주권을 찾는다며 어떤 선택을 했는가? 무지막지할 정도로 규제를 풀어 구마모토의 TSMC 공장을 지원하고, 소부장을 엮어 AI 생태계를 구축했다. 우리 사회에서 반도체 공장 호남 이전 주장이 나올 때, “일본도 좋은 후보지가 될 수 있다”는 최태원 회장의 말,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닛케이 1위인 키옥시아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찍이 일본인을 ‘국화와 칼’에 빗댔다. 다카이치가 그렇다. 방송에서 활동한 경력 덕분인지, 프롬프터는 의지하지 않고 자기 말을 한다.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는 질문자를 직시하며 단호한 제스처를 쓴다. 칼 같은 우파 정치인이다. 반면 대외 무대에서는 국화가 연상된다. 상냥한 쇼맨십은 때론 서늘할 정도다. 한국 대통령과 드럼 스틱을 잡는 파격, 투박한 영어 발음이나마 스스럼없이 섞이려는 모습이 그렇다. 이탈리아 총리와는 여성끼리 라포를 형성해 “뭐든 부탁하라, 그녀는 내 베스트 프렌드다”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일본 내 지지자들조차 ‘과하다’는 평도 있지만, 국화든 칼이든 가리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닛케이가 최고치를 찍던 날, 다카이치가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했다. 자축은 없었다. 엉뚱하게도 ‘트럼프가 이란전 참전을 권했다 단칼에 거부당했다’는 폭로가 나왔으나 역시 별 입장이 없었다. 왜일까? 일본은 우리처럼, 주식 상승 이면에 양극화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생색 낼 때가 아니라는,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일까.

“내가 언제 자화자찬했나. (없는) 논평을 내면 되겠나. 내가 얼마나 주가 문제에 조심하는지 아나, 일체 한번 언급한 적이 없다. 몇 천 포인트 됐다고 자랑한 적 있나.”

이재명 대통령의 이 말은 주식으로 돈 번 사람들도 당혹스러웠다. 분당 집을 내놓으면서 ETF 같은 투자가 이득이라 믿는다던 입장, 코스피 지수가 찍혔던 SNS, 내 기억이 잘못됐나? 금투세로 가는 빌드업인가? 여기에 “주식에서 번 돈, 부동산에 넣어선 안 된다”는 정책실장 발언까지 더하니, 세금과 통제에 꽂혀 있다는 인상을 많은 사람이 받는다. 일본을 우습게 보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일본은 조용히 산업을 키웠다.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만, 자본을 적대시하거나 수익을 어디 쓰라고 일일이 간섭하진 않는다.

개미일 뿐이지만, 나는 코스피가 조금 더 오를 것으로 본다. 현 정부가 부양한 덕, 우리 기업들이 선방한 덕도 크다. 특히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반도체 불황기를 견뎌냈다. 다만 연기금을 무리하게 투입했다는 시각도 있으니, 누구든 겸손하고 조심할 때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아무리 돈 잔치에 취하더라도, 꼭 다뤄야 할 뉴스는 기억했으면 한다. 이미 한계를 넘긴 환율 기사가 점점 잘 안 나온다. 또한 리더십의 기본 전제인 투표 신뢰 문제도 해결이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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