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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사장' 세우고 '문방' 두고…단속 비웃는 강남 성매매 업소

2026.06.23 10:56

경찰, 300평 업소 적발…바지사장 등 4명 입건
"경찰 얼굴 공유·철문까지"…단속 '첩첩산중'
수천만원 순수익 올리는데 벌금 평균 304만원
경찰이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18년간 불법 성매매를 알선해온 대형 안마시술소를 적발했다. 이 업소는 반경 1㎞ 내에 학교 5곳을 두고도 상호를 바꿔가며 성매매를 일삼았다. 경찰이 침대까지 압수하며 재영업을 차단하고 있지만, 단속을 따돌리는 업소들의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형사처분 결과도 대체로 벌금형에 그쳐 범죄 생태계를 끊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안마시술소 내부 모습. 경찰은 지난 20일 성매매 알선 혐의로 해당 업소를 압수수색해 침대와 예약용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단속 직후인 지난 22일 취재진이 찾았을 당시 업소 관계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바지사장 A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성매수자 1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강남역에서 도보 190m 떨어진 지점에 차린 업소로 안마시술소 인허가를 받은 뒤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수법으로 외국인 등에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20일 해당 업소를 압수수색하고 침대 9개와 영업 장부, 예약용 휴대전화 2대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서류상 업주로 등록된 시각장애인 A씨를 바지사장으로 보고 실제 업주를 추적하고 있다. 현행법상 안마시술소를 개설·운영하려면 시각장애인으로서 안마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적발된 업소는 강남역의 한 출구에서 직선으로 50m 거리에 있다.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991㎡(약 300평) 규모다. 내부는 이른바 '거울방' 형태로 꾸며놓고 여러 성매매 종사자 가운데 성매수자가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영업해왔다.

더구나 이 업소의 반경 1㎞ 내에 초등학교 3곳, 중학교 2곳 등이 위치해 있다. 번화가는 물론, 교육시설과 가까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장기간 불법 영업이 이어진 셈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안마시술소 건물 외부 모습. 해당 업소 반경 1㎞ 내에는 초등학교 3곳과 중학교 2곳이 위치해 있다. 박호수 기자


어떻게 오랜 시간 경찰의 단속을 따돌렸을까. 경찰은 최근 성매매 업소들을 단속할 때 침대까지 압수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성매매 단속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현행법상 실제 성행위와 대금 수수 정황을 입증해야 하는데 업소들이 단속 경찰관 얼굴과 차량 정보를 공유하고 신원이 확인된 손님만 받는 경우가 많아 현장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권 대형 업소들은 손님 얼굴과 전화번호 등을 다 공유한다"며 "단속 정보도 업소끼리 실시간으로 퍼져 사실상 기습 단속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 압수수색을 당한 업소 역시 현장 단속이 예상되면 영업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방식으로 단속망을 회피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업소 주변의 이른바 '문방(감시 인력)'도 단속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들은 순찰차 접근과 경찰관의 움직임을 감시하다가 단속 기미가 보이면 내부에 즉시 연락을 취한다. 성매매 종사자와 손님들을 대피시킨다. 업소 내부에는 3중 철문은 물론 벽으로 위장한 비밀문까지 설치된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철문 하나를 여는 데만 30분 넘게 걸리는 곳도 있다"며 "그 사이 증거를 없애거나 성매매 종사자와 손님들을 빼돌리는 일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업주를 검거하기 어려운 바지사장 구조도 걸림돌이다. 안마시술소의 경우 자격증을 보유한 시각장애인을 서류상 업주로 내세우는 사례가 많다. 자금을 관리하고 영업을 총괄하는 실제 업주를 특정하지 못하면 단속 이후에도 다른 사람 명의로 상호만 바꿔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

강남권 일부 대형 업소들은 이런 방식으로 수년간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학동역 인근의 한 불법 안마시술소는 파출소와 불과 106m 거리에서 성매매를 알선하고 있으며, 지난해 경찰이 침대까지 압수했던 선릉역 인근 업소도 최근 바로 옆 건물로 주소만 옮겨 영업을 재개했다.



재영업을 부추기는 처벌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가 고발한 '성매매 업소 형사·행정처분 자료' 197건을 분석한 결과, 형사처분이 확인된 128건 중 벌금형은 100건(78.1%)이었다. 평균 벌금액은 304만6000원에 그쳤다. 월 수천만원대의 순수익을 올리는 강남권 대형 업소들에 대한 억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속 이후에도 포털사이트와 지도 서비스 등에 전화번호, 예약 페이지 등 영업 기반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업소는 52곳에 달했다.

경찰은 단발성 단속을 넘어 범죄 생태계 자체를 차단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청은 이번에 적발한 강남역 업소에 대해 불법 영업을 방치한 건물주 처벌과 범죄수익 환수를 추진하는 한편, 관계기관과 과세 및 행정처분도 병행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3월 신설한 풍속범죄사이버수사팀을 통해 성매매 광고 사이트와 예약 플랫폼, 자금 흐름 추적도 확대하고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업소 하나를 단속하면 끝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광고·예약·자금 흐름까지 연결된 전체 구조를 끊어내는 방향으로 수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반복 영업이 가능한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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