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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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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동맹' 나토 균열 가속화…유럽, 미국 없는 '자주국방' 채비

2026.06.23 05:05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일으킨 전쟁의 충격은 중동을 넘어 유럽까지 번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에 군대를 보내지 않은 유럽에 ‘미군 감축’으로 앙갚음했고, 유럽은 미국 없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서방 헤게모니의 근간이었던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향후 미국과 유럽 모두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쪽은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첫 포성이 울릴 때부터 등을 돌렸다. 미국은 전통의 우방인 유럽에 전쟁 계획을 비밀에 부친 채, 이스라엘과만 상의해 2월28일 전쟁을 시작했다. 유럽은 이란 폭격을 위해 군 기지를 쓰게 해달라는 미국 요구를 받고서야 공습이 임박했음을 알았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하자 파열음이 커졌다. 그는 영국·프랑스 등이 군함을 보내 항행 안전을 보장하라고 주장했지만, 유럽은 ‘전쟁이 끝나면 참여하겠다’며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칠게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종이호랑이”(3월31일 텔레그래프 인터뷰)라며 “탈퇴를 절대적으로 검토 중”(4월1일 로이터 통신)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미국은 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며 협박을 구체화했다. 5월 초 독일 주둔 미군 5000명을 철수한다고 일방 통보한 것이 시작이었다. 5월 말엔 나토 동맹국에 배치된 군 자산도 대폭 줄인다고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럽 내 F-16과 F-15E 미군 전투기가 기존 150대에서 100대로 줄고 해상 초계기는 26대에서 15대로 감축된다. 르피가로는 “이 발표는 찬물을 끼얹은 듯한 충격을 줬다. 오랫동안 미국 보호에 의존해온 유럽인들은 이제 스스로 말고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썼다.

유럽도 미국에 호락호락하게 굽힌 건 아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3월2일 “우리는 이라크(전쟁)에서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처럼 미국이 중동 국가 정권 교체를 목표로 벌이는 전쟁에 발 들이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3월 “우리는 전쟁 당사자가 아니”라며 참전에 선 그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4월 “미국 전체가 이란 지도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며 미국의 전략적 실패를 꼬집었다.

미국에 ‘아부 외교’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끌려 다니던 유럽의 이전 모습과는 달라진 양상이었다.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유리한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안을 내밀었을 땐,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당황한 유럽 정상들이 백악관으로 몰려가 그의 마음을 돌린 바 있다.

그러나 그 뒤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거리두기’가 계속되자, 유럽은 미국과의 관계가 이전과 같을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유럽이 “문명적 소멸”위기에 놓였다고 맹비난한 백악관 국가안보전략 문서에 유럽은 충격 받았다. 올 초엔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영유권 주장이 유럽에 공분을 일으켰다.

요슈카 피셔 전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5월 르몽드 기고에서 “동맹 해체는 이미 시작됐다”며 “남은 질문은 트럼프가 미국을 나토에서 공식 탈퇴시킬할지, 아니면 방치·경멸을 통해 나토의 실질적인 내용을 비워낼지” 뿐이라고 짚었다. 트럼프의 나토 탈퇴 협박이 현실화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럽은 자주 방위 구축에 열을 올린다. 프랑스는 3월 자국 핵전력을 유럽 동맹국에 전개할 수 있도록 핵 교리를 수정했다. 유럽연합(EU) 유일의 핵무기 보유국인 프랑스가 유럽 전체에 ‘핵 우산’을 씌우려는 시도다. 안드류스 쿠빌류스 유럽연합 국방·우주 담당 집행위원 등은 유럽 주둔 미군을 대체할 10만명 규모 ‘유럽군’ 창설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진척은 빠르지 않다. 유럽 각국이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군사력과 국방 예산을 줄여온 터라, 군수 산업 기반을 단기간에 확충하기 어렵다. 공중 조기 경보, 장거리 미사일, 방공 능력 등은 특히 취약하다. 르피가로는 나토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600㎞ 이상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가진 유일한 유럽 국가는 (나토 회원국도 아닌) 우크라이나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체계도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 포대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자강 노력을 서두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강온책’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15~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을 자제한 채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유럽의 입장을 설명했다. 회의 뒤 미국은 G7의 다른 6개 나라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방공 시스템과 장거리 무기 등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르몽드는 G7 회의에 관여한 외교관을 인용해 “트럼프는 과거에도 여러번 입장을 바꿔왔기에 이번 일로 그가 동맹국들과 더 가까워졌는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이것(트럼프의 존재)은 (바꿀 수 없는) 운명이며, 우리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동맹과 멀어져 손해를 보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유럽이 여전히 미국 빅테크·방산·농업 기업 등의 주요 시장인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해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유럽 협조가 필요하다. 군사적으로도 미국이 자국에서 먼 중동 등에 전력을 투사하려면 유럽 주둔 기지를 유지해야 한다.

피셔 전 부총리는 “언젠가 (미국에서) 마가(MAGA) 열풍이 꺼지고 나면 대서양 관계, 즉 ‘서구’라는 개념 자체가 재정의 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유럽과 미국은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도 서로 떨어져 있을 때보다는 단결해 있을 때 언제나 더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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