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PHEV시장 파고드는 도요타·BYD… 현대차가 대응 안하는 까닭은
2026.06.23 06:01
현대차그룹 PHEV 모델은 전부 단종
韓 특성상 장거리 이점 부각 어려워
관건은 가격… BYD 4000만원대 책정
일본 도요타와 중국 BYD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PHEV는 외부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주행 거리가 전기차보다 길면서 충전 부담은 덜하다. 한국 PHEV 시장에 국산 모델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수입차 브랜드들이 ‘틈새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다만 좁은 국토 면적 등 한국 시장의 특성상 PHEV의 이점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현대차그룹이 라인업을 확장하지 않은 만큼,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외국 브랜드 역시 PHEV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코리아는 지난 16일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라브4(RAV4)’의 완전변경 모델을 공식 출시했다. 이전 모델의 경우 하이브리드(HEV) 2종과 PHEV 1종으로 트림이 구성돼 있었는데, 이번엔 PHEV 고성능 버전 트림을 하나 더 추가했다.
‘올 뉴 라브4’ PHEV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77㎞를 전기로만 달릴 수 있고,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35분이 소요된다. 연비는 L당 15.3㎞ 수준이다. 토요타코리아 관계자는 “사전 예약의 30%가 PHEV”라고 말했다.
BYD도 오는 26일 개막하는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자체 PHEV 기술인 ‘DM-i’를 적용한 ‘씨라이언 6 DM-i’를 공개할 예정이다. 전기차 기반 PHEV로, 전체 주행의 80% 이상을 전기 모터가 작동하도록 설계해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 경험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 모델 역시 70㎞ 이상 전기만으로 움직이는 데다, 배터리 잔량을 3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BYD코리아 관계자는 “(PHEV) 판매량이 전기차의 3배 정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요타와 BYD가 한국 시장에 PHEV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국내 PHEV 라인업이 사실상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토요타코리아 관계자는 “로컬(지역) 기업이 PHEV 모델을 내놓지 않다 보니 국내 PHEV 시장이 굉장히 작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국산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현재 국내에서 PHEV를 판매하지 않는다. 글로벌로 범위를 넓혀 봐도 전체 친환경차에서 현대차·기아의 PHEV 판매량은 1%도 채 되지 않는다.(5월 기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그 결과 올해 1~5월 국내 PHEV 판매량은 474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중 PHEV에 힘을 뺀 대신, 충전이 필요 없는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한국 시장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는 “PHEV도 전기로 오래 달리려면 매일 충전을 해줘야 하는데, 해외는 주택이 많아 충전이 수월하지만 아파트 위주 생활 방식인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충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소비자라면 보조금까지 주는 결국 순수 전기차로 최종 정착할 가능성이 큰 만큼, 보다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는 순수 전기차 등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여기에 한국은 PHEV의 가장 큰 장점인 ‘장거리 주행’이 통하기 어렵다는 부분도 있다. PHEV는 전기 모터와 엔진을 합쳐 수백㎞씩 달릴 수 있는데, 영토가 작은 한국에서는 이러한 이점이 부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PHEV 판매량이 많은 유럽과 중국은 이웃 나라와 연결돼 있거나 자국 영토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장거리 이동 수요가 많은 만큼, 충전에 대한 불안함과 연비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는 PHEV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PHEV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러한 PHEV 전략 부재가 향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조급하게 PHEV를 늘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시각이다.
유럽의 경우 내연기관차를 많이 판매하는 브랜드는 PHEV와 같은 연비가 높은 차를 라인업에 포함해야 탄소 배출 규제를 준수할 수 있다. PHEV 판매가 일종의 ‘규제 대응용’ 역할도 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조사실장은 “전기차가 잘 판매된다면 PHEV의 가치는 높지 않다”며 “PHEV는 규제 대응을 위한, (전기차로 가기 전) 거쳐가는 차량”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 PHEV 판매량이 236% 폭증했지만, 역시 규제 효과가 크다는 것의 그의 분석이다. 이 실장은 “중국 기업들이 관세를 내야 하는 전기차 대신 PHEV를 공격적으로 유럽에 수출하다 보니 판매량이 당장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EU는 중국산 PHEV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에서 순수 전기차로 직행하면서 PHEV 기술이 다소 부족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PHEV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차 투싼·싼타페, 기아 니로·스포티지·쏘렌토의 PHEV 모델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과거 쏘나타, 아이오닉, K5 등의 PHEV 모델을 판매했지만 2021년 대당 5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함께 단종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PHEV 시장이 확대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가격’을 꼽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PHEV를 선택하려면 그만큼 체감할 수 있는 효용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하이브리드만큼 저렴한 가격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PHEV는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비싼 편이다. 업계에서는 BYD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책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하반기 PHEV 모델을 3000만원 후반에서 4000만원대 초반에 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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