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우리 아이 왜 째려봐” 신고 앞에 무력감…‘참교육’ 현실 겪는 교사들의 바람
2026.06.23 05:02
송욱진 전주 미산초 교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을 보고, 지난해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 앞에 느낀 ‘무력감’을 떠올렸다고 했다. 송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6학년 학부모 2명은 수업 시간에 들이닥쳐 ‘아이가 불안해하니 참관하겠다’고 요구하는가 하면, ‘(송 교사가) 아이를 째려봤다’며 아동학대 신고를 반복했다. 학기 첫달에만 이들이 접수한 아동학대 신고가 5건, 학교로 경찰이 출동한 일도 9차례였다. 해당 학부모들은 한해 전에도 담임교사 6명을 물러나게 했다. 송 교사 경험은 드라마 원작이 된 웹툰 ‘참교육’의 한 에피소드로도 등장한다. 송 교사는 22일 한겨레에 “아이의 문제 행동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아무런 교육적 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가장 컸다”며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통쾌한 결말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학부모들은 교권보호위원회의 교권침해 인정에 따른 특별교육·심리치료 이수 명령을 1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
드라마 ‘참교육’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정책적 갑론을박까지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교육 현장 일선에 선 교사들은 드라마 참교육이 드러낸 학교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작중 등장하는 ‘교권보호국’ 감독관들처럼 물리력으로 학생을 제압하는 방식이 지닌 한계를 함께 짚었다. 교사들이 강조한 건 ‘응징’이 아닌, 교사로서 학생의 문제 행동을 바로잡을 권한과 기회였다.
교사들은 학생을 지도할 방편이 없는 자신들의 현실을 드라마가 잘 짚어낸 점에 특히 공감했다. 6년째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전담교사를 맡고 있는 김성우 교사(영성중)는 “학교폭력 피해가 명확할 때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 가해 학생에게 사과하라고 할 수도 없고, 드라마에서처럼 교사 신상 공개나 딥페이크 사건이 벌어져도 학생 휴대전화를 교사가 조사할 수 없다”며 “모두 민원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교 내 갈등 전반이 법적 분쟁 영역이 되며, 교사가 교육을 위해 개입할수록 큰 위험에 놓이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드라마 속 ‘초법적인’ 교권보호국이나 ‘특전사’ 출신 감독관은 아니라는 게 교사들 설명이다. 애초 학교 문제 해결을 한층 어렵게 만든 것이 처벌과 응보 중심의 대응이었던 탓이다. 세종의 한 초·중 통합학교 최병호 교장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학교 안 갈등 상당수는 관계 갈등”이라며 “지금까지 교육당국이 교육 현장 갈등을 가해자 처벌에 집중하는 응보적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학교가 교육적으로 접근할 방법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이어 “학교에서 필요한 건 누군가를 굴복시키는 힘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최 교장은 최근 학생·학부모에게 전하는 통신문에서도 ‘자칫 폭력도 교육적 수단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드라마 참교육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광주의 한 남자고등학교 학생부장 서부원 교사도 “‘마동석’이 와도 학교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드라마에서 ‘어른이 애들을 무서워하면 세상은 망하는 겁니다’란 대사가 나오는데 처음부터 교사들이 학생에 대한 지도를 단념하는 게 아니다.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이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드라마 참교육이 ‘사이다’ 콘텐츠를 넘어 정당한 교육 활동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송욱진 교사는 “문제 행동이 발생해도 교사가 눈과 귀를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아이들이 보고 자란다면 ‘학교에는 나를 보호해줄 정의와 원칙도 없겠구나’라고 느낄 것”이라며 “진짜 참교육은 통쾌한 응징이 아니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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