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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아빠도 화가 많이 났어”…‘흐린 눈’ 해결할 현실판 참교육은 뭘까

2026.06.23 06:02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교권 강화에 대한 여론 커져
학부모의 선택적 민원과 교사 매뉴얼 사이 ‘이상한 균형’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우진 엄마’(왼쪽)가 교사에게 겁박하듯 말하고 있다. <참교육> 화면 갈무리


중학교 교사 A씨는 얼마 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가 된 건 태어나 처음이었다. A씨는 지난해 친구에게 성희롱을 한 학생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회부했다. 그러자 학생 어머니는 A씨를 국민신문고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했다. 이 기관들이 A씨 손을 들어주자,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다.

교권보호위원회도 A씨의 교육 활동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는 늘 불안하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혹시 출석을 요구하는 전화일까’라는 압박감을 느낀다. A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고소장에 적힌 대로라면 나는 악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동료 교사들의 정서적 지지가 버팀목이 됐다.


A씨는 “교육은 ‘인간행동의 계획적인 변화’라고 믿는다. 아이의 행동 수정을 정서학대라고 하면, 교사는 무얼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그는 “‘흐린 눈’(악성 민원을 우려해 학생의 잘못을 모르는 척하는 태도)이 되면 아이도, 학부모도, 선생님도 편해진다. 물론 교육적이진 않다”며 “그러나 흐린 눈을 가진 선생님을 비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인기를 끌면서 교권 강화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에서 교사를 스토킹하고 아동학대로 신고한 ‘우진 엄마’(박지연 분)는 교사를 겁박하며 말한다. “우리 애 아빠도 화가 아주 많이 났어!” 이 대사는 밈이 되면서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비대칭적 관계의 상징이 됐다.

드라마에는 힘 있는 아버지 믿고 악행을 저지르는 학생, SNS로 교사를 괴롭히는 학생, 성적 조작을 돕는 교사 등 수많은 빌런이 등장한다. ‘교권보호국’ 감독관은 교사들을 대신해 빌런들을 응징한다. 때론 폭력 사용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장면에 많은 시청자가 ‘사이다’라며 환호했다.

현실은 어떨까. 일단 드라마가 그린 교사의 열위적 지위는 현실과 유사해 보인다. 당장 교육청·교육지원청의 교권보호위원회가 2025년도 1학기에 접수한 교권침해는 2189건이었다. 2000건(91%)이 학생, 189건(9%)이 보호자에 의한 것이었다. 학생은 주로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거나 교사를 ‘모욕·명예훼손’했고, 보호자는 교사에 ‘부당·반복 간섭’하거나 ‘업무 방해’를 했다.

2023년 7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이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드라마에서 엿보이는 ‘학교의 사법화’도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학교의 사법화는 법과 행정적인 판단에 따라 교육 활동을 재단하면서 교육 주체인 교사 등의 공간이 줄어든 현상을 말한다. 드라마 속에서 친구의 계정과 비밀번호, 결제 수단까지 빼앗는 ‘와이파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은 학폭위에 변호사를 대동해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붙인다. 책임을 피하려는 학교는 이 상황을 방관한다.

사실 학교의 사법화는 적어도 15년 이상 이어져온 흐름이다. 2011년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학폭위가 실질화되고 가해자 처벌이 강화됐다. 여기에 2014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크게 늘었다. 이 과정을 거치며 학교폭력과 학생생활에 대한 정당한 지도를 맞고소와 아동학대 신고로 대응하는 학부모가 늘었다. 법이 최후의 수단이 아닌, 가장 쉬운 수단이 된 것이다.


여기엔 허위로 아동학대 신고한 뒤 교사가 무죄를 받으면 “사과하면 되죠”라고 말하는 우진 엄마처럼, 교사와 학부모의 비대칭적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더 넓게는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교사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로, 학부모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비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서서히 강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김승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부실장은 “학부모들은 자신이 필요한 것에만 선택적 민원을 넣고, 악성 민원을 우려한 교사들은 정당한 교육 활동을 피하게 되는 이상한 균형점이 학교 안에 형성됐다”며 “드라마는 드라마적인 방식으로 이 이상한 균형점을 깨면서 쾌감을 선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주는 쾌감이 교육 현실에 대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응징할 수 없으며, 학부모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맞설 수도 없다. 김 부실장은 “현실에서도 이상한 균형점을 깰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책의 첫 번째 방향은 교사를 보호하는 움직임이다. 2023년 서이초등학교 교사 자살 사건 이후 ‘교권 5법’(교육기본법·유아교육법·초중등교육법·아동학대처벌법·교원지위법)이 개정되면서 관련 대책이 나왔지만, 교사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각각 민원대응팀·통합민원팀이 설치됐지만, 민원 처리는 여전히 담임 교사가 맡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교사의 연락처와 SNS가 학부모에게 노출되는 것도 여전하다.

2023년 7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내 고인이 된 교사의 교실로 추정되는 공간 앞 벽면에 추모 메시지들이 붙어 있다. 성동훈 기자


이 연장선에서 교육부는 지난 1월 교사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이 중대한 교권 침해를 보다 쉽게 고발할 수 있게 하고, 교장이 악성 민원인을 경찰에 신고하도록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교사들 사이에선 “교육청과 교장부터 믿을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처럼 교육부 산하에 교육활동보호국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월 12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이경아 연구위원은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을 교사 개인이 부담했던 현재 체제를, 학교와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책임지는 방식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이에 공개토론을 하자며 호응했다.

대책의 두 번째 방향은 교육공동체 회복에 방점을 두는 움직임이다. 지난 6월 16일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11개 교육단체는 “교육의 사법화는 교육의 공멸을 가져오는 일”이라며 “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한 실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10여년 이상 지속해온 교육의 사법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묘책은 없다”면서 “그러나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법만 강화하면 결국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죽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사 보호와 교육 공동체 회복이라는 두 가지 대책은 상충하지 않는다.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사법화’ 문제를 공론화했던 김기홍 옥동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이후 학부모와 지역사회 인사를 학교에 초청해 어떻게 교육과정을 꾸리고,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는지를 보여드렸다. 입시 성적과 대회 입상이 우선인 현실에서 쉽지는 않지만, 교육철학과 신뢰의 공유가 교사를 보호하고 교육 공동체를 회복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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