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삼전 사자” 초등생도 아는데…투자 열풍 못 따라가는 학교 수업
2026.06.23 05:00
지난 10일 모의투자대회가 열린 경기 평택 모산초 6학년 5반 교실. 담임 신수형 교사의 외침에 학생들의 시선이 교실 앞 모니터로 쏠렸다. 학생들은 2~3명씩 조를 이뤄 가상 투자금 100만원을 ‘삼송전자’, ‘테슬랑’, ‘아뭐래퍼시픽’ 등 가상 기업의 주식과 채권, 원자재, 금 등에 투자 중이다. ‘속보’도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지표를 학생들이 참고하도록 신 교사가 만든 가상의 뉴스였다.
4라운드 투자가 끝나고 신 교사가 순위를 발표하자, 교실 뒷자리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3라운드까지 12조 중 11등이었던 김서연 양의 팀이 3위로 올라섰다. 종전 소식이 나오자마자 삼송전자를 사들이고 채권은 모두 판 게 역전으로 이어졌다. 김 양은 “그동안 배운 자산의 특징을 떠올려 전쟁이 끝나면 반도체 수요가 늘고 안전자산인 채권은 가격이 내려갈 거라고 예상했다”고 했다.
수업을 기획한 신 교사는 2024년부터 학생들에게 실생활에 밀착한 금융경제 수업을 진행 중이다. 신 교사는 수업을 마련한 이유를 “평생을 살아가는 데 경제적 자립과 자산 관리는 필수 역량이지만, 학교는 아이들에게 돈을 어떻게 현명하게 쓰고 관리해야 할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아쉬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실은 투자 열풍…경제이해력은 50~60점
최근 정지선 셰프의 6학년 아들이 “주식투자로 20만원을 벌었다”고 밝혀 화제가 된 것처럼, 최근 교실의 투자 열풍은 초등학생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자사 고객 분석 결과, 10대 증권계좌 수는 50만7697개로 처음 50만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38만5441개에서 31.7%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0~9세 계좌도 4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도 올해 1월 대비 지난달 0∼9세 계좌가 2배 넘게 신규 개설됐다고 밝혔다.
높은 관심에 비해 학생들의 금융 지식 이해도는 그리 깊지 않다. 지난해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초·중·고 학생 경제이해력 조사 결과, 초등학생들의 경제 이해력 평균 점수는 61.5점, 중학생 51.9점, 고등학생 51.7점에 그쳤다.
교사경제금융연구회 회장인 천상희 교사(경북 다문초)는 “제대로 된 금융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에 어설프게 돈을 벌거나 잃는 투자 경험을 하게 되면 자산 형성을 위한 건전한 투자보다 도박이나 투기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학교선 ‘살아있는 금융’ 배울 기회 부족
일선 학교의 경제금융교육은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교과서는 수요·공급 곡선이나 환율의 정의, 경제학 역사 등 학문적 기초 개념을 다루는 수준에 그친다. 고등학교에선 올해 선택과목으로 ‘금융과 경제생활’이라는 교과가 신설됐지만, 대입을 목전에 둔 고등학생들에겐 찬밥 신세다. 서울 한 고교의 사회 교사는 “학교에선 신용점수가 무엇인지, 투자와 투기의 차이가 무엇인지 등 ‘살아있는 금융’은 배울 기회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수업 시간이 짧고 내용도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교사들을 상대로 한 경제교육 실태조사(재정경제부·2024)에선 초·중·고 교사 과반수가 “경제교육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편성시간 부족’, ‘교육 프로그램 부족’(초교), ‘입시 위주 풍토’(중·고교) 등이 원인으로 조사됐다. 학교 내 경제금융 교육이 신 교사 같은 몇몇 교사의 개인적 역량과 사명감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은 “현행법상 경제금융 교육을 위한 외부 기관과의 연계 근거는 있지만 교육 현장 체감도는 낮다”며 “학교에선 실생활 중심의 금융 기본기와 함께 보이스피싱 같은 금융사고 대응 능력을 키워주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연동해 투자 등 전문적인 분야 경제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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