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주차질→공사지연→공급난 '도미노'
2026.06.23 05:02
전세난 속 3년째 이주 수요 봇물
계약만료 세입자 겹치면 '대란'
서울시, 이주시기 조정 불가피 할 듯
"비아파트 규제 풀어 공급 늘려야"[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올해부터 2028년까지 약 8만 3000가구가 이주에 나서야 하는 가운데 신규 입주 물량은 약 5만 8000가구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에 따른 신규 물량보다 이주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이주 시기 자체가 조정돼 전세난이 공급난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해 현재의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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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시가 국회에 제출한 ‘2026~2031년 이주 예상 수요’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예정된 이주 물량은 총 8만 3630가구다. 올해 2만 5230가구를 시작으로 내년 1만 3144가구, 2028년 4만 5256가구로 이주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이주 예상 수요가 신규 입주 물량을 압도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부동산114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예정된 입주 물량은 5만 7822가구로 예정된 이주 물량의 69.1% 수준이다. 전월세난이 심각한 지금 입주 물량보다 많은 이주 물량이 전월세 시장으로 쏟아진다면 현재보다 더욱 큰 위기가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 등으로 지정한 구역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속도를 붙이며 이주 예상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9년 이주 수요 추정치는 3만 9102가구, 2030년 5만 6249가구, 2031년 1만 5926가구로 총 11만 1277가구로 나타났다. 오 시장은 이미 3년 내 착공 가능한 사업장 85곳(8만 5000가구)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 집중 관리를 공언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오 시장의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전월세 시장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2.67을 기록하며 전월(178.10) 대비 4.57포인트 올랐다. 월간 전세수급지수가 180을 넘은 건 2020년 12월(187.41)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해당 지표가 180을 넘어서면 ‘전세 대란’에 가까운 공급 부족 상태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서울시는 이주 시기 자체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2015년 개포주공3단지 등 3개 단지에 대한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늦추기도 했다. 약 6000가구 규모의 둔촌주공아파트는 2017년 3월 이주 예정이었으나 서울시의 권고로 이주 시기가 약 2개월 가량 미뤄졌다. 2018년 전셋값이 오르던 상황에서 강남 3구를 비롯해 대규모 단지들의 이주가 한꺼번에 몰리자 잠실 미성·크로바, 잠실 진주, 거여2구역, 개포1단지, 신반포3차·경남,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한신4지구 등의 이주 시기를 대거 조정하기도 했다. 현재의 전세난이 미래를 위한 공급 자체를 가로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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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계약갱신권 없이 만료되는 전월세 물량도 시장에 쏟아질 예정이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을 통해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체결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17만 7072건을 분석한 결과 2026년 하반기 1만 4045건을 시작으로 2027년 상반기 1만 1562건, 2027년 하반기 2만 3086건이 계약갱신권 없이 전월세계약이 만료되게 된다.
대단지의 이주와 갱신권 없는 세입자까지 시장에 몰릴 경우 서울시가 이주 시기 자체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오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속도전을 할 텐데 전월세난이 심각하다면 이주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뒤로 이주를 미뤄놓는 것이기 때문에 해결은 안 되고 상황만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1~2년 내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물량을 늘려 현재의 전월세난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1~2년 내 공급할 수 있는 비아파트 공급을 원룸이 아닌 쓰리룸 등 가족 단위에서 살 수 있는 물량으로 공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비아파트에 대한 주택 수 규제를 완화하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비거주 1주택자 규제’ 기조 자체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공급 자체가 비탄력적인 상황에서는 기존 매물이 시장에 나와야 하는데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해 실거주를 해야 하니 매물이 줄어든다”며 “규제를 층층이 하다 보니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매물도 부족해지고 있는데 규제 완화밖에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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