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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딥시크 창업자 집이래"… 과학기술자가 의사보다 존경 받는 중국

2026.06.23 04:31

<6> 중국 과학굴기 해부: 공산당의 뚝심
딥시크 관심→량원펑으로... 'AI 성지' 된 고향
집 주변, '딥시크 기념품' 상점에 벽화마을까지
"'과학자 존경' 분위기, 량원펑으로 이어진 것"
'혁신 도시' 선전엔 '인재 공원'도... 보상도 상당

편집자주

'짝퉁'과 '탈취'만으로 중국의 첨단기술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인공지능(AI)·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국 혁신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한국이 무엇을 경계하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짚어봤습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사진을 중국 국기 및 딥시크 로고와 합성한 것. VCG 제공 및 챗GPT 생성


정확한 주소는 몰랐지만 마을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이에게 "량원펑 집을 아느냐"고 묻자, 익숙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량원펑은 인공지능(AI)으로 전 세계를 흔든 중국 딥시크의 창업자다. 그의 집은 이제 지도 없이도 찾아갈 수 있는 명소가 돼있었다.

딥시크의 충격은 중국산 AI가 등장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로 중국 AI의 한계가 거론되던 상황에서, 딥시크는 막대한 자본과 대규모 연산자원이 있어야만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통념을 깼다.

창업자에 대한 관심은 '량원펑 고향 방문'으로 이어졌다. 량원펑이 태어난 광둥성 잔장시 우촨의 미리링 마을은 'AI 성지'로 불리기 시작했다. 2025년 춘제(중국 설날) 기간에는 하루 방문객이 1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딥시크의 충격을 감안하더라도, 과학기술 창업자의 고향을 성지처럼 받드는 것은 한국에선 낯선 풍경이었다.



실제로 한국일보가 찾아간 미리링 마을은 단순히 유명인의 생가를 구경하는 장소에 머물지 않았다. 표지판마다 기록된 문구는 량원펑을 '영웅'으로 묘사했다.

국가 영웅이 된 량원펑



4월 26일 중국 선전에서 3시간 40분간 고속철도를 타고 잔장북역에 도착한 뒤 택시를 탔다. 미리링 마을은 잔장북역에서도 64㎞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이다. 차창 밖으로 낮은 건물과 풀밭이 번갈아 보이더니, 이내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4월 26일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이 태어난 중국 광둥성 잔장시 우촨 미리링 마을이 량원펑 및 딥시크 관련 이야기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윗줄 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나무에는 량원펑에 대한 존경의 메시지가 적혀 있고, 량원펑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딥시크'라고 적힌 표지판이 놓였으며, 량원펑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담긴 벽보가 붙었고, 딥시크를 상징하는 고래 등이 그려진 벽화 마을이 조성됐다. 잔장=신은별 기자


마을 입구엔 커다란 나무가 자리 잡았다. 줄기는 금빛 포장지로 감겨 있었고, 그 위에는 "딥시크, 영원히 위대한 업적. 미리링 마을 출신 량원펑이 만들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벽화마을도 조성됐다. 건물 10여 채의 외벽에는 푸른빛으로 AI, 혁신, 미래 등의 글자와 이를 상징하는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자 이정표가 보였다. "딥시크 창립자의 집"이라고 적혔다. 몇 미터쯤 걸어가자 베이지색 4층 건물이 보였다. 량원펑 일가가 사는 집이었다. 건물에는 "세상을 바꾼 인공지능이 여기에서 시작됐다"고 기록됐다. 중국에서 모범 가정을 선정할 때 쓰는 '별 등급 문명 가구'라는 표식도 붙어 있었다.

이 집에는 량원펑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지만 고령 탓에 인터뷰에 응하진 않았다. 마을 주민은 "손자가 유명 인사가 되면서 예전처럼 편하게 외부인을 만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량원펑 친척들은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미리링 마을에는 량씨 가문이 여럿 모여 산다. 자신을 량가 일원으로 소개한 한 여성은 "딥시크가 나왔을 때 깜짝 놀랐다. 량원펑은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좋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우리는 그의 업적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4월 26일 중국 광둥성 잔장시 우촨 미리링 마을에 있는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의 집 전경. 4층짜리 베이지색 건물에는 량원펑의 할아버지가 여전히 살고 있다. 지난해 1월 딥시크가 전 세계에 충격을 주며 이곳은 '인공지능(AI) 성지'로 거듭났다. 여느 관광지처럼 사람들이 몰려 사진을 찍는 장소가 된 것이다. 잔장=신은별 기자


량원펑은 마을에선 위인이자 영웅이었다. 건물 주변에 붙어 있던 벽보엔 "중학생 때 가전제품을 30번 이상 분해하고 조립하던 아이가 중국 미래를 짊어진 영웅이 됐다"고 적혔다. 량씨 가문의 한 남성은 "중국에서 업적이 뛰어난 과학자는 대단한 존경을 받는다"며 "이곳으로 자녀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집 주변에 깔린 노점엔 '딥시크'라고 적힌 모자가 판매되고 있었다.

량원펑은 '중국이 서방 기술 질서의 후발주자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징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벽보엔 "해외 기관들의 고액 연봉 제안이 있었지만 그는 중국에 남기로 했다"는 문구가 보였다. 마을을 찾아온 한 남성은 "딥시크 이후 '해외 유학파나 미국 빅테크 출신이 아니어도 세계적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과학기술자 존경" 중국선 '당연'



량원펑을 영웅으로 여기는 장면은 '예외적 풍경'이 아니다. 중국은 과학기술자를 기념하는 공간을 전국 곳곳에 조성했다. 중국과학기술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에는 '과학자 정신 교육기지'가 287곳 조성돼 있다. 과학자의 생애와 업적을 전시하고,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혁신, 협동과 같은 '과학자 정신'을 알리는 공간들이다.

중국에서 매년 5월 30일은 '전국 과학기술 종사자의 날'이다. 중국은 관련 행사를 통해 과학기술 인재의 성취를 기리고, 이들을 '과학기술 강국'이라는 국가 목표와 연결해 부각한다. 이런 기조는 권력 핵심부의 의전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국영 CCTV는 지난해 8월 3일 공산당 서열 5위인 차이치 중앙서기처 서기가 '베이다이허'에 모인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을 찾아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전략연구원은 정치 원로와 권력 핵심부가 모이던 장소인 베이다이허에 과학자와 기술 전문가들이 초청된 사실을 두고 "중국이 '기술 우선'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미리링 마을은 중국 사회가 오래전부터 과학기술자를 국가적 롤모델로 내세웠던 흐름 속에서 알려진 최신 사례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뒤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김대수씨는 "중국 미디어는 과학기술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많이 보여주는데, 이는 젊은 세대에게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딥시크 열풍으로 갑자기 생긴 건 아니다. 중국청년보 사회조사센터가 2015년 2,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사회적 위신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연구원, 대학교수, 엔지니어를 꼽았다. 의사와 변호사는 그 뒤였다. 홍콩 싱크탱크인 우리홍콩재단에서 웨강아오 대만구(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묶은 권역)를 연구하는 앨릭스 막 선임연구관리자는 "이공계 인재들은 매우 존경받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들이 AI, 로봇 공학 같은 최첨단 기술을 발전시키길 원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만난 기술자들도 이런 분위기를 체감한다. BYD 소속의 한 연구원은 "중국에서 고급 엔지니어나 연구원이 갖는 직업적 자부심은 매우 크다"며 "국가 건설과 산업 발전에 직접 기여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흥 기술 분야에서 인재에 대한 존중과 대우가 커지면서 과학기술 인재의 사회적 지위는 더욱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의 과학기술자 존중을 낭만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에서 활동했던 한국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중국이 이공계 인재를 존중한다는 얘기는 일부만 본 것"이라며 "이공계 안에서도 뛰어난 인재에게 자원이 몰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성과를 내지 못한 인재에게는 냉정하다는 것이다.

4월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인재공원에 "인재를 깊이 사랑하는 도시 선전이 여러분의 방문을 기다린다"는 내용의 간판이 세워져 있다. 인재공원은 '인재'를 주제로 조성된 중국 최초의 공원이다. 선전=나광현 기자


보상 구조, 인재 당기는 요인



사회적 존경만으로 인재가 움직이는 건 아니다. 보상 구조도 중요하다. 중국 국가통계국 '2024년 도시 근로자의 평균 연봉' 자료에 따르면, 정보전송·소프트웨어·IT서비스업 평균 연봉은 23만8,966위안(약 5,370만 원)으로 전체 평균 12만4,110위안(약 2,789만 원)의 두 배였다. 과학연구·기술서비스업도 17만5,425위안(약 3,942만 원)으로 19개 직업군 중 3위였다.

이는 최상위권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각한 한국 상황과 대비된다. 백세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중국에선 이공계 인재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에게 부와 명예가 따라가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4월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인재공원의 기념석판 위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석판 위에는 "인재는 혁신의 핵심 자원이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선전=나광현 기자


미리링 마을뿐 아니라 중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도시라는 선전에서도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존경심은 남다르다. 난산구에 자리 잡은 '인재공원'은 '인재'를 도시의 간판으로 내세워 2017년 조성한 공원이다. 선전에서 말하는 인재는 대체로 엔지니어와 과학기술 인재를 가리킨다.

공원 곳곳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이 새겨져 있다. "인재는 혁신의 핵심 자원입니다. 인재 우위가 없다면 혁신 우위, 기술적 우위, 산업적 우위도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인재가 되기를 열망하고,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인재가 될 수 있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중국에선 과학기술자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2026 차이나 리포트

  1. ① <1> 중국 과학굴기 해부: 인재 도둑은 없다
    1. • 한국 영재 '중국 공대' 갈 때, 중국인은 '한국 도피 유학' 온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40004827)
    2. • '인재에 미친 나라' 중국이 한국인 교수에게 건넨 것들... 억대 연봉·공항 프리패스·영주권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40000168)
  2. ② <2> 중국 과학굴기 해부: 우리가 외면한 중국
    1. • 짝퉁? 탈취?… 중국이 말했다 "첨단기술 빼앗길까 걱정"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30000486)
    2. • "협력 안 하면 중국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반중 정서'에 주한중국대사의 경고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10000002371)
    3. • 중국의 과학기술은 훔친 것?... '현실 직시' 막는 혐중 인식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50000631)
    4. • 주한중국대사 "중국 과학기술 새로운 단계, 한국 객관적 인식 확립해야" [인터뷰 전문]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10000000059)
  3. ③ <3> 중국 과학굴기 해부: 중국의 실리콘밸리
    1. • 인재들이 '제 발로' 모인다… 잘 나가는 美 창업자들도 앞다퉈 '선전행'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30002916)
    2. • 미국에서 6개월 걸릴 일이 '여기'선 6주… 대표 '기술 관광지' 된 선전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20002164)
    3. • 15분 만에 드론이 망고주스 배달… 선전에선 미래기술이 일상이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80005631)
  4. ④ <4> 중국 과학굴기 해부: 마피아와 카피캣
    1. • "퇴사했대" 사흘 안에 소문이 '쫙'… 선전 생태계 확장하는 'DJI 마피아'의 힘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40001535)
    2. • "아이템도 없는데 300억 줘버려요"… '출신' 하나로 투자자 줄 서는 이 기업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80001807)
    3. • 무엇이든 2시간 안에 구한다... '짝퉁 성지' 화창베이가 '제조 메카' 된 까닭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80004431)
    4. • 신입은 일 안 준다? '이곳'선 예외… '천재 엔지니어' 키우는 비결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13020000224)
  5. ⑤ <5> 중국 과학굴기 해부: 기술 포비아는 없다
    1. • "이게 무인차라고?" 한국 vs 중국 자율주행 택시 직접 타봤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30004500)
    2. • 한국은 2028년으로 미뤘는데 중국은 이미 손님 태운다… UAM 격차 현장 [인터뷰]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20003408)
    3. • 춤추는 로봇은 시시하다... 중국이 진짜 키우는 건 '일하는 로봇'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20001137)
    4. • 중국 로봇 "실리콘밸리도 못 따라온다"... 인간 기록 깬 로봇 뒤엔 [인터뷰]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10003125)
  6. ⑥ <6> 중국 과학굴기 해부: 공산당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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