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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월드컵' 두고 교실은 눈치싸움... '남아공전 보여줘도 민원 없을까?'

2026.06.23 04:31

월드컵 시청-수업 진행 두고 교사들 고민
"학부모 민원 의식해 일괄 금지한 학교 많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예선 A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린 19일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 시간을 이용해 월드컵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안 보여주면 민란이 날 것 같은 분위기인데, 기말고사 진도는 또 나가야 되니까요."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국가대표팀의 체코전 조별리그가 열린 12일, 경기 시흥의 고등학교 교사 최모(40)씨는 고민 끝에 학생들과 타협했다. 진도를 최대한 빨리 빼고 남은 시간에 경기를 보여준 것이다. 그는 "애들이 행복해하니 잘 보여줬다 싶으면서도, 교감 선생님이 그 시간에 복도를 순회지도 하시길래 신경은 쓰이더라"고 말했다.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1~3차전이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에 열리면서 학교가 고민에 빠졌다. 경기 시간이 2~4교시 수업과 겹치면서 교사들이 함께 경기를 볼지, 원래대로 수업을 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탓이다. 25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는 32강 진출을 결정짓는 승부라 교사들의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충남 천안의 초등학교 교사 이모(42)씨도 "옆 반에서 보여줬더니 소리가 다 들리니까 우리 반 애들도 난리여서 점심시간과 쉬는시간 때 보여줬다"며 "3차전도 잠깐 보여줄까 싶긴 한데, 교육과정에 잡아놨던 게 아니라서 혹시 말 나올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펼쳐진 12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경북 영덕중 학생들이 대형 전광판으로 경기 중계를 보며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22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수업 시간을 포함한 학사 일정은 학교장 권한이다 보니 월드컵 경기 시청 여부는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여럿이 같이 응원하면서 스포츠 경기를 보면 연대감, 공동체 의식, 애국심 등을 배울 수 있다며 빨간 티셔츠를 입고 오라는 학교가 있는 반면, 학부모에게 월드컵 시청을 하지 않고 원칙대로 수업을 한다고 공지한 학교도 있다. 다만 1차전보다 2차전 때, 또 3차전이 다가올수록 학교장의 '월드컵 시청 금지령'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습 분위기를 해친다'는 학부모 민원을 우려해서다. 입시 부담이 큰 고등학교는 더 그렇다. 대회가 기말고사(보통 7월 첫째 주 전후)를 앞두고 치러진 탓도 크다. 최씨는 "옆 동네 고등학교는 부장회의 때 '월드컵 보여주지 말라'고 지침을 정하고 교감이 아예 경기 전날에 교사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냈다더라"며 "경기를 안 보여주고 수업했다고 학부모가 항의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수업을 안 하고 월드컵을 본다면 항의하는 학부모도 있을 수 있어서 관리자인 교장, 교감은 최대한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경북 예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교장이 '월드컵 경기를 틀어준 교사를 색출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희정 교사노조 대변인은 "수업 시간에 경기를 보여줄지는 교사의 판단과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 되는데 학부모 민원이 무서워서 관리자가 일괄적으로 '보여주지 말라'고 하는 학교가 많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들이 민원에 대비해 체육 교과 등 교육과정과 연계하거나 동아리 시간으로 시간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내부 결재를 받는 등 과도한 행정 절차를 거쳐 경기 시청을 하는 곳도 있더라"며 "민원에 의해서 교사의 수업 자율권이 위축되고 학교 현장이 좌우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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