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작은 실험
2026.06.23 00:33
AI 시대는 스펙보다 창의성·공감 능력 필요
SK하이닉스의 학력 제한 철폐 고용과 교육현장 변화 이끌까
AI로 일자리 사라지는데 교육 패러다임 바뀌어야
SK하이닉스의 학력 제한 철폐 고용과 교육현장 변화 이끌까
AI로 일자리 사라지는데 교육 패러다임 바뀌어야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이 직장 선호도는 물론 수십 년간 공고하게 구축된 대학 서열도 바꾸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도 주목했듯이 요즘 우리나라 학원가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대학 선호도가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에서 SK하이닉스를 앞세운 ‘하의치한약수’로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올해 성과급이 6억원씩에 달하다 보니 오랜 기간 의학 수련을 거치는 의대보다 반도체 학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고학력을 감추고 대기업 생산직을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 기업의 막대한 성과급과 주가 폭등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셔틀버스권인 동탄 지역 아파트 가격도 폭등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주식 광풍이 몰고 온 한국 풍속도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지난 17일 시작된 신입사원 채용부터 학력제한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AI시대에는 학벌보다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대학을 보낸다고 ‘우골탑’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유별나다. 자신은 못 배워 가난하게 살았어도 자식만큼은 최고의 교육을 받도록 해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자식사랑의 발현이었다. 그러다보니 교육열이 사교육 광풍으로 번지면서 학원가가 즐비한 서울 대치동 집값을 끌어올리고 부동산 폭등의 불씨가 되곤 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집값은 물론 사교육비, 물가 급등의 원인이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고교생들이 마약을 먹어가며 입시 지옥으로 내몰리는 교육현장 실태를 보여줬다. 드라마 속 가상 얘기가 아니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진다며 ADHD 치료제를 남용하거나 실제 2023년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마약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마시게 한 범죄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다. 수백만원씩의 학원 외에도 혼자 공부하는 시간까지 월 100만원 안팎에 관리해주는 일명 ‘독재자’(독학재수+자습) 학원이 성행하고 있다.
저출생 영향으로 한 집안에 아이가 하나이다 보니 내 아이만은 최고로 키우겠다는 ‘골드 키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오감발달 교육을 시킨다며 생후 3개월도 안 돼 목도 못 가누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 백화점 문화센터로 줄지어 가고 주 1~2회에 수십~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영유아 전문 놀이학원, 원어민 감각 자극 수업, 최고급 아기 수영장(스파)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태어나자마자 사교육 현장으로 끌려가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밤늦게까지 학원 버스로 ‘뺑뺑이’를 도는 게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다. 스펙이 부와 권력의 피라미드 서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교육을 없애겠다고 교육정책을 뜯어고치고 대학 입시 제도를 여러 차례 바꿨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SK하이닉스의 학력 파괴 실험은 고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을 없애고 교육을 정상화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올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고졸이든 전문대졸이든 상관없이 뽑겠다는 것은 장강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다. 창의적 인재가 더욱 필요한 AI 시대에 LG, 현대차 등 다른 대기업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학력 위주의 대기업 채용이 바뀔 경우 사교육시장과 공교육 현장은 물론 부동산과 주거 변화 등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구나 AI가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고용 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선 대량 해고가 이미 진행 중이다. 오픈AI 초기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지난 3월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5세인 아이는 15년 뒤(2041년) 생계를 위해 직업을 구하러 다닐 필요가 없을 것이다. AI와 로봇 공학의 발전으로 미래 직업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해 충격을 던졌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일하는 시대가 끝난다는 것이다.
요람에서부터 남들보다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지만 정작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직업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경고다. 코슬라의 예측이나 SK하이닉스의 실험처럼 AI시대의 인간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성과 공감능력, 사고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함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마저 갖춘 AI가 등장할 것이라고 하니 인간이 우위를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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