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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샹젤리제 41도, 5분만에 땀 줄줄"…폭염에 녹아내린 파리(종합)

2026.06.23 01:57

관광객들 냉방 건물로 피신…지하철역 통풍구 위에도 '옹기종기'
폭염에 익사 사고 잇따라…차 안에서 2·4세 숨진 채 발견
영국·스페인 등도 폭염과 사투…폭염, 당분간 이어질 듯


섭씨 41도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22일 오후 3시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근처의 약국 간판에 섭씨 41도가 찍혀 있다. san@yna.co.kr 2026.06.22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사하라 사막에 서 있는 게 이런 기분일까'

프랑스 본토 96개 데파르트망(광역 자치권) 중 49곳에 최고 수준인 폭염 적색경보가 내려진 22일(현지시간) 오후 파리 도심. 섭씨 38도에 달하는 폭염에 바람마저 뜨거워 입에서 연신 "앗 뜨거워"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햇빛을 가리려 챙 넓은 모자까지 챙겨 쓰고 나섰지만 밖에 나온 지 5분도 안 돼 목덜미와 등줄기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폭염 속 샹젤리제 거리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큰마음 먹고 온 여행이니 폭염이라고 숙소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냉방 시설이 돼 있는 매장을 수시로 들어갔다 나오며 폭염에 대처하고 있었다.

'우산으로 조금이라도 막아보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파리로 신혼여행 온 김상현씨 부부가 시원한 건물에서 나와 곧바로 우산을 펴들고 더위를 피해 걸어가고 있다. san@yna.co.kr 2026.06.22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은 사람들의 대표적인 피신처가 됐다.

매장 통로를 타고 흘러나오는 찬 공기를 따라 홀린 듯 백화점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한국인 신혼부부를 마주쳤다.

전날 파리에 도착했다는 김상현(30)씨 부부는 "날이 더울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 정도까지 더울 줄은 몰랐다"면서 "너무 더워서 중간중간 미술관 등 실내 일정을 챙겨 넣었다. 여기 백화점도 잠깐 더위 식히러 들른 것"이라고 했다. 김씨 부부는 "여기 1층보다 위층이 더 시원하다"는 팁을 알려주고는 우산을 펴들고 자리를 떴다.

거리에 설치된 간이 음수대 주변은 물을 받아 가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길 한복판 나무 그늘에 누워있는 노숙자 옆에선 두 마리 반려견이 바닥에 배를 깐 채 혓바닥을 길게 빼고 숨을 헐떡였다.

'우리도 덥다 헥헥'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22일 오후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노숙자 옆 반려견들이 혀를 길게 뺀 채 더위와 씨름하고 있다. san@yna.co.kr 2026.06.22


더위에 불티나는 건 시원한 슬러시였다.

손님을 줄줄이 맞고 있던 한 가판대 점원은 "날이 이렇게 더우니 슬러시가 평소보다 10배, 아니 그 이상은 팔리는 것 같다"며 "아침 10시부터 시작해 지금 오후 3시인데 거의 다 나갔다. 주문이 많아서 슬러시를 만들 시간도 부족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역 통풍구는 폭염에 지친 이들의 또 다른 임시 도피처가 됐다. 한 무리 남성들이 통풍구 위에 모여 있길래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어 슬쩍 올라가 보니 퀴퀴한 냄새가 좀 섞인 찬 공기가 다리의 열을 곧바로 식혀줬다.

그렇게 열을 식히고 있던 기자와 눈이 마주친 이스라엘 관광객 3명도 통풍구로 몰려와 함께 바람을 맞았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지금 한 26∼27도 정도"라며 파리의 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통풍구 찬바람이 어디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22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의 한 지하철역 통풍구 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 san@yna.co.kr 2026.06.22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평균 기온 지표(주·야간 기온 평균)는 29.2도를 기록해 1947년 이후 기록된 가장 더운 날 중 3위를 차지했다. 이날 평균 기온 지표는 또 역대 6월 최고 기록으로, 지난해 6월30일에 세웠던 기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프랑스 여러 도시에서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됐으며, 보르도에서는 기온이 41.9도까지 치솟았다.

폭염에 취약 계층의 안전을 우려해 당국은 이날 초중학교 1천352곳을 휴교했다.

안전 예방 차원에서 이날 파리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열차 10대 중 1대는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폭염에 인명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이 전국적으로 최소 13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고 관계 당국이 밝혔다. 또 남서부 보르도 지역에서는 폭염에 따른 건강 악화로 80∼95세 고령자 3명이 사망했다고 지방 당국이 밝혔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이날 프랑스 남서부의 한 주거지 주차장 내 차량에선 2세와 4세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지방 검찰청은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폭염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AFP 통신에 밝혔다.

프랑스 기상청은 폭염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고하면서 23일엔 이날보다 더 많은 54개 데파르트망에 적색경보가, 35개 데파르트망엔 주황색 경보가 발령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로 더위 식히는 사람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22일 오후 3시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간이 음수대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san@yna.co.kr 2026.06.22


프랑스뿐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영국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은 오는 24∼25일 잉글랜드 중부와 남부, 웨일스 남동부에 폭염 최고 수준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들 지역에선 대체로 기온 37도를 넘고 일부는 38∼40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남부 일부 병원은 응급서비스 수요 급증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 아닌 환자는 수용하지 못하는 '긴급 상황'을 선언했다. 그레이트 웨스턴 레일웨이 등 철도 회사들은 철로의 온도가 기차 운행 속도 제한이 필요한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며 일부 기차 편이 지연,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기상학회는 영국의 6월 최고기온 기록이 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인 기상청도 오는 24일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온이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일부 지역에선 기온이 최고 4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고했다.

벨기에 역시 이번 주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경고하면서 열차 고장으로 인한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 철도 운행을 취소하거나 감편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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