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도 코미디도 와장창... '남편들' 왜 이렇게 만들었나
2026.06.22 13:21
넷플릭스 신작 <남편들>을 보고 민망했다. 이 영화는 쏟아지는 수많은 작품 사이에서 어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갈 이 영화는 한국영화에 대한 어떤 인식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주게 될까.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이르는 홍콩영화 황금기가 저물어갈 무렵, 단 몇 주 만에 만들어진 졸작들의 범람이 홍콩영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돌이킬 수 없게 훼손한 일을 잊지 않고 있다.
그저 한 편 영화의 문제가 아니다. 작품 시청 시간을 작품 러닝타임으로 나누어 산출한 뷰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넷플릭스의 순위 산정 방식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가운데서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적어도 외연적으로 그렇다.
넷플릭스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6월 20일 기준)를 뜯어보자. 최상단엔 지난해 말 공개된 <대홍수>가, 그 아래엔 마동석 주연의 <황야>, 전도연과 설경구의 <길복순>이 자리한다. 이중 <대홍수>는 8000만 뷰를 넘겼고, <황야>는 7000만 뷰를 넘겼다. 극장에 개봉해 관객수 1000만 명을 넘는 영화가 드문 현실을 고려하면, 넷플릭스로 곧장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이 적어도 인지도 면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작품 순위와 노출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 시청자 평가를 따져보면 이들 작품이 성취만을 거두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데이터베이스라 해도 좋을 IMDb에서 <대홍수>의 평점은 5.4에 그친다. 또 다른 유력 영화평가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관객 점수는 35%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 이용자 중심의 왓챠피디아에선 2만4000여 명이 평균 별점 5점 만점에 1.9를 줬다.
심각한 신작
| ▲ 남편들 스틸컷 |
| ⓒ 넷플릭스 |
신작 <남편들>을 보고 이런 글을 적는 게 영화계에 몸담은 한 명의 비평가로서 안타깝다. <남편들>은 어떤 영화인가. 고경표, 이이경을 앞세운 전작 <육사오(6/45)>로 베트남 등지에서 화제를 일으킨 박규태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자극적 설정과 액션을 가진 코미디로 승부해 전작의 성취를 이어가려 한다. 시놉시스는 '범죄 조직에게 납치당한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얼떨결에 힘을 합친 전 남편 '충식'과 현 남편 '민석'의 예측불허 작전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라 적어두었다. 제목의 '남편'은 전 남편과 현 남편이란 것. 이들이 힘을 합쳐 납치된 아내와 딸을 구하는 이야기가 <남편들>의 얼개다.
마약밀매의 신기원을 연 신흥조직 두목 도준(김지석 분)을 검거한 형사 충식(진선규 분). 두목의 아내 혜란(이다희 분)에게 전처 시내(강한나 분)가 납치되자 현 남편 민석(공명 분)과 구출작업에 나선다. 마약밀매 조직의 성공부터 두목의 검거, 다시 납치와 구출, 권선징악의 결말까지 하나하나 짜임새 있기보단 얼떨결에 이뤄진다.
따로 그럴듯한 산업체도 갖추지 못한 조직이 마약을 팔아서 어떻게 한국 최고의 조직으로 번듯한 빌딩에 정상적인 기업을 꾸려갈 수 있는지, 또 경찰이 어떻게 이들을 검거하는지, 아내가 납치된 형사가 자신이 검거한 거물급 범죄자를 빼돌릴 수 있는지 등이 막무가내로 이어진다.
그저 서사만이 아니다. 영화 초반 힘주어 연출한 액션조차도 한 컷과 다음 컷 사이의 동선이 맞지 않는 등 현실성 없이 이뤄진다. 그저 흔들고 투닥거리며 나가떨어지는 모습만 보여주면 박진감 있는 것처럼 액션신이 관객을 윽박질러 강제로 재미를 납득케 하는 구조다.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연출하는 지난 시대 액션연출의 대가들, 또 근 몇 년 몰라보게 성장한 한국의 주목할 만한 액션영화 감독들이 보자면 속 터질 만한 장면들의 연속이다.
| ▲ 남편들 스틸컷 |
| ⓒ 넷플릭스 |
쉬운 실패 지양해야
코미디 또한 실패의 연속이다. 진선규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코미디는 작정하고 관객을 웃기려 들지만 그 작법이 구태의연해 도무지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 중요한 납치극에 갑자기 개 모양을 한 동물병원차를 끌고 오는 식의 엉뚱한 상황은 맥락 없이 느껴질 뿐이다.
넷플릭스 흥행작은 보통 스타 캐스팅에 자극적 설정, 잘 먹히는 장르, 초반부의 강렬한 액션 등의 전형을 공식처럼 답습한다. 그러나 이는 관객이 영화를 지속해 보도록 하는 이유일 뿐, 작품을 높게 평가하고 유사한 작품을 다시 찾아보도록 하는 유인이 되지 못한다. 매체와 장르, 또 K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을 그대로 소비할 뿐이다. <남편들>의 배우 진선규와 공명조차 이들이 가장 자주 연기한 캐릭터의 전형을 그대로 반복한다. 이 모든 생명력이 소진되고 나면 지난 시대 홍콩영화, 또 서부영화가 마주한 결말을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별도의, 독창적인 승부수다. 창작자가 고심해 마땅한, 관객을 이끌어 움직이려는 시도다. 아쉽게도 <남편들>은 그를 따로 준비하려 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이는 그대로 한국영화 전체의 독으로 돌아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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