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혁의 시선] 정청래·김어준의 ‘문제 바꿔치기’
2026.06.22 00:18
자신이 예고된 문제의 답이 아니라고 공표되자 정 대표와 그의 최대 우군인 유튜버 김어준씨는 ‘문제 바꿔치기’를 시도 중이다. 지난 12일 정 대표가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9글자를 적어 올린 게 시작이다. 김씨는 지난 17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을 방송에 불러 민주당 전대의 성격을 “(보완)수사권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기본 문제를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의 적임자가 누구냐”로 바꿀 수 있다면 2년 차 대통령과의 정면충돌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19일엔 문제 바꿔치기의 실현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날 오전 정 대표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는 민주당의 불가역적 당론이자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6시간 뒤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 같다”면서도 “보완수사는 안 하는 게 맞는데 악용될 여지가 없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까지 다 봉쇄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논의하세요. 하자는 대로 할테니까. 권한을 줬으니 책임도 지겠지”라고 덧붙였지만, 정 대표가 원하는 대로 전선을 그어준 모양이 됐다.
이제 당권 도전 선언을 앞둔 김민석 국무총리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찬성이냐 반대냐”의 이분법 공세에 말려드느냐가 남았다. 대거리하는 순간 문제 바꿔치기는 일단 성공이다. 맹목적 반(反)검찰 정서가 활성화된 당원들을 상대로 “완전 폐지”를 강변하긴 쉽지만, “예외적 유지”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비이성적 이분법의 광풍이 한번 더 분다면, 6·3지방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집권 세력에게 던진 숙제들은 민주당 전대에서 장외에 버려질 것이다. “내란 청산은 해야 하지만 국민 분열은 이용만 할 건가?” “코스피 9000 좋지만, 자산 양극화 심화는 어쩔 건데?” “AI·로봇 산업은 키워야 하지만, 2030 일자리 대책은 무엇인가?” 등등.
그 광풍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서 있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면, 그래서 승자가 누구든 관련 법안 처리의 총대를 멜 수밖에 없게 된다면 국민은 결국 국가의 수사 기능 마비로 인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묻지마식 검찰 수사권 폐지를 추진한 지난 1년 간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권력형 비리나 기업범죄·증권범죄 등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민주당이 양산한 특검팀의 수사는 대부분 파견 검사들에게 맡겨지고 있고, 당장 6·3지방선거 부실 문제도 검사들이 도맡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보완수사권의 절박한 필요성은 김창민 감독 사건, 여고생 이채원 양 사건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입증됐다. 그럼에도 곧 보완수사권을 없앤다면, 경찰이 6·3지방 선거로 양산된 선거사범 수사를 제때(공소시효 6개월) 정리해 낼 수 있을까. 10월 이후 법률 문외한인 특사경들이 수사 지휘도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한 사건들의 뒷감당은 누가 하겠다는 것일까. 예정된 부작용을 잘 아는 대통령은 “구더기가 생길 가능성(보완수사권 남용 가능성)을 찾아 막으면 된다. ‘도저히 못 막겠다’ 그러면 그때 가서 장 담그기를 포기해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 대표는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면 정 대표가 지방선거 수도권 참패의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오솔길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길은 2019년 조국 사태 전후에서 끝나는 막다른 역주행의 길이다. 당·청과 당원 주류가 모두 반(反)검찰 정서로 똘똘 뭉쳐 극단적 배타성을 보이던 그때 말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그 당심을 다시 타오르게 할 수 있다면 정 대표가 대권 도전의 꿈에 다가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 슬픈 결말을 알고 있다. 극성 지지층의 단결은 부동산 실정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지 못했고 결국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권좌에 올렸다. ‘검수완박’의 상징인 조국은 6·3 평택을 재선거에서 처절한 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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