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로 甲乙 뒤바껴…출자 해주겠다고 GP에 몰리는 LP들 [자본시장 직썰]
2026.06.22 10:14
이 기사는 06월 19일 09: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발표 난 지 두 시간 만에 출자 모집이 끝났습니다. 금융사들이 서로 돈을 대겠다고 몰려드니, 이제는 누구 돈을 받을지 고르는 상황이에요."
지난달 국민성장펀드 위탁운용사(GP)가 발표된 이후 PEF 업계에서 나온 말이다. GP가 투자자(LP)를 찾아다니며 출자를 설득하는 것이 당연한 이 업계에서, 반대로 LP들이 "우리 돈 받아달라"고 아우성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국민성장펀드 1차 위탁운용사로 총 11개 운용사를 선정했다. 발표 난 지 2시간 만에 투자자 모집이 마무리된 운용사가 나왔는가 하면, 모집 한도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자금이 몰려든 곳도 있었다. 2차 위탁운용사 제안서 접수는 이달 10일 마감됐다. 업계 관계자는 "내로라 하는 운용사들이 대거 몰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열기의 배경엔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5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를 핵심 파트너로 삼고 있으며, 각 금융지주별로 총 10조 원씩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당국이 국민성장펀드에 출자하는 은행에 대해 특례를 적용하여 위험가중치(RWA) 비율을 기존 400%에서 100%로 낮춰주면서 안 할 이유가 사라졌다. 기대 수익률은 그대로인데 자본 부담이 4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민성장펀드의 취지는 당연히 긍정적이다.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5년간 150조 원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고, 민간 자금이 모험자본 시장으로 흘러들어오게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현장의 실무진들 사이에선 사뭇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 대신 정부가 정해준 할당 목표를 채우는 게 최우선이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인수금융 주선 권한이나 계열사 간 연계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GP를 고르고 투자 딜을 설계하고 싶지만, 정책 펀드 숫자를 맞추다 보니 자율적 판단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업계는 오래전부터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RWA 규제 완화를 요청해왔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답은 금융건전성을 명분으로 한 미세 조정에 그쳤다. 딜의 우량성·수익성과 무관하게 위험가중치 규제 자체 때문에 출자 확약을 못 해주는 분위기가 강했다는 게 업계의 오랜 불만이었다. 글로벌 기준이라며 타협 불가의 원칙처럼 여겨지던 규제의 장벽이 정책 펀드 활성화라는 목적 앞에서는 선별적 예외 적용이라는 방식으로 손쉽게 우회된 셈이다.
이러한 한시적 규제 인센티브는 단기적인 흥행을 이끌어낼 순 있지만, 민간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생적 투자 환경을 다지기엔 한계가 있다. 민간 자금이 첨단산업을 향해 스스로 움직이게 하려면, 이벤트성 인센티브가 아니라 모험자본 시장 전반의 규제 환경을 손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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