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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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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 교과서 아닌 교실에서 강화해야 [왜냐면]

2026.06.22 17:04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돼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연합뉴스
류영철 | 부산외대 글로벌미래융합학부 교수

교육부가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을 현행 20%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민의식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심의를 연기했고, 교육 현장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근현대사 교육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민주주의, 인권, 남북관계 등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은 대부분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었다. 학생들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근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논의는 중요한 질문을 놓치고 있다. 과연 교과서 속 근현대사 비중을 늘리는 것이 역사교육 강화로 이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교육학에는 ‘영 교육과정’(Null Curriculum)이란 개념이 있다. 교육과정엔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 수업에선 사실상 배제되는 내용을 의미한다. 교과서 분량을 늘린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이 가르치는 건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 다루지 않으면 학생들은 배우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근현대사 비중을 늘려도 교사가 가르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근현대사는 역사 교사들이 가장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영역 중 하나다. 민주화운동, 남북관계, 노동 문제, 정치사 등은 사회·정치적 논쟁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자칫 특정 정치 성향으로 오해받거나 민원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교과서 분량만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필요한 건 교사가 근현대사를 자유롭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특정 주제를 회피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양한 관점과 자료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성을 의미한다.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침묵하는 교실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토론할 수 있는 교실이 민주주의 교육의 출발점이다.

더욱이 민주시민교육을 역사교육 확대와 동일시하는 접근에도 한계가 있다. 민주주의는 특정 교과만의 과제가 아니다. 학생들은 교과서보다 학생자치, 토론 문화, 교사와 학생의 관계 속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내면화한다. 이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힘이다. 민주주의는 가르치는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체화되는 가치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은 역사 교과의 확대가 아니라 모든 교과와 학교 문화 전반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역사교육이 정권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정부는 근현대사 교육 강화를 강조하고, 다른 정부는 전통문화와 국가 정체성을 강조한다. 교육과정이 정권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정된다면 역사교육은 교육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아직 모든 학년에 적용되지도 않았다. 충분한 검증 없이 다시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정책의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역사교육은 정치적 유행에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 교육은 단기적인 정치 목표가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비전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근현대사가 교과서에서 몇%를 차지하느냐가 아니다.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며, 민주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결국, 역사교육 강화의 핵심은 교과서가 아니라 교실에 있다. 교사가 두려움 없이 가르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으며, 민주적 가치가 학교 문화 속에 스며들 때 비로소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은 살아 움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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