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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세상에” 탄식…‘여고생 살해’ 장윤기, 옥중서 자격증 계획

2026.06.22 11:47

첫 재판서 강간 목적 제외 모든 혐의 인정
‘수감중 자격증 취득’ 의견서…유족, 엄벌 촉구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23)가 첫 재판에서 강간 의도를 제외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성범죄 목적 살인이었는지는 다음 기일에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가 지난달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광주=뉴스1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정호 부장판사)는 22일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성폭행)·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윤기의 첫 재판을 열었다.
 
장윤기는 지난달 5일 오전 12시10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고등학교 인근 인도에서 귀가하던 이채원(16)양에게 성적 목적으로 접근하다 흉기로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자 고등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같은 달 3일 직장 동료인 20대 외국인 여성 A씨의 집에 침입해 13시간 동안 감금하며 성폭행하고 이어 스토킹한 혐의도 받는다. 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지난해 6월부터 7월 사이 7차례에 걸쳐 중학생 다리 일부를 몰래 촬영해 자신의 휴대전화 공기계에 저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같은 검찰 공소사실에 장윤기 측 법률 대리인은 “이양 살해, 남고생에 대한 살인미수, A씨와 관련된 공소사실도 인정한다. 앞서 수사기관에서는 부인해왔던 계획 범행에 대해서도 입장을 바꿔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이양에 대한 살인의 목적이 강간 등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해보고 다음 재판에서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형법상 살인 혐의만을 적용했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장윤기의 범행 전후 행적이 A씨를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와 수법이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성폭력특레법상 강간 등 살인으로 혐의를 바꿔 기소했다.
 
이날 검찰은 공소사실 의견 진술 과정에서 장윤기의 구체적인 범행 내용을 공개했다.
고(故) 이채원 양의 49재 추모식이 열린 지난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광역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에서 추모식에 참여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장윤기는 지난달 3일 자신이 스토킹하던 식당 종업원 동료인 A씨가 택배로 착각해 자택 문을 열어주자 침입해 13시간 동안 감금·감시하면서 성범죄를 저질렀다. 또 제압 과정에서 목 부위에 전치 3주의 부상도 입혔다. 이후 A씨가 식당에 구조 요청을 한 사실을 알자 생활용품점에서 흉기와 장갑을 미리 구입하고 도주까지 염두에 두고 현금 100만원을 인출하고 외박 준비를 해 A씨를 찾아다녔다.
 
A씨가 경찰에 스토킹 의심 신고를 한 뒤 신변 보호를 받으며 광주를 떠난 뒤에도 장윤기는 30시간여 동안 16차례에 걸쳐 A씨가 일하던 식당과 자택을 찾아 다녔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끄고 USIM칩을 제거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기도 했다.
 
A씨를 발견하지 못한 장윤기는 도심 번화가에서 귀가하는 이양을 우연히 발견하고 1.2㎞가량 자신의 차로 뒤따라가다 앞서가길 반복했다. 장윤기는 인적이 드문 대로변 인도 갓길에 서 있던 대형 화물차 앞에 자가용을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장윤기는 차량 옆을 지나가던 이양을 뒤에서 접근, 제압하며 성범죄를 저지르려 자신의 차량 쪽으로 끌고 가려 했으나 이양의 저항에 결국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를 보고 달려온 남고생에게는 “119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한 뒤 휴대전화를 든 남고생을 돌연 흉기로 공격해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범행 이후 장윤기는 세탁방에 들러 자신의 옷을 세탁하거나 미용실에 들러 이발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측 공소사실 요지 낭독 중 잔혹한 범행 장면이 묘사되는 대목에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장윤기가 법원에 제출한 자필 의견서에 “수형생활 중간중간 자격증을 취득하겠다”고 적었던 내용이 피해자 측 변호인을 통해 공개될 때는 “세상에”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22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여성혐오 살해사건 가해자 장윤기 엄벌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숨진 이양 측 법률대리인은 “장윤기의 범행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특별 가중 양형 인자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장윤기가 수형생활 중 제출한 진술서에는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피해자인 이양의 시간은 영원히 멈췄는데 장윤기는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유족의 고통을 헤아려달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생존 피해자인 A씨와 남고생, 이양의 유족, 부검의, 장윤기의 지인 2명 등을 증인으로 불러 법정 신문할 방침이다.
 
이날 재판에서 장윤기는 검찰이 준비한 범행 입증계획 PPT를 가끔 살펴볼 뿐 자기 앞의 책상에 시선을 고정했다. 검찰 공소 중에도 이를 꽉 깨물고 책상을 응시했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 “공소사실 인정에 대해 변호인과 의견이 일치하느냐” 등의 재판부 질문에 “아니오” 또는 “네, 그렇습니다”라는 짧은 답변만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서 증거 조사를 마치고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장윤기의 다음 재판은 7월13일 오전 열린다.
 
앞서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이날 광주지방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윤기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양의 어머니는 “법이 허용하는, 아니 법을 만들어서라도 가장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도록 해주십시오. 그것이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저희 딸을 위한 최소한의 정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장윤기의 첫 재판 기일인 이날은 숨진 이양의 49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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