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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검사하러 갔는데 안 된대요" 한국에서 엄마 된 그녀의 소원

2026.06.22 14:06

[함께 사는 얼굴들] 가까스로 출산했지만 정보도, 물어볼 곳도 부족... 옥천읍 금구리 니샤씨의 사연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은 258만 명. 우리나라 총 인구의 5%에 해당한다. 옥천 역시 10년 전 776명이던 이주민 수는 현재 138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옥천군 안남면 인구(1321명) 규모로, 이주민만으로도 하나의 작은 마을을 이루는 수준이다. 낯선 이름들이 마을의 정다운 이름으로 스며들기까지, 가족과 친구 때로는 홀로 옥천의 삶을 살아가는 그 이름들을 따라 일상을 들어보자. <기자말>

 니샤씨가 3주 전 태어난 아들 사옐의 사진을 보고 있다.
ⓒ 월간 옥이네

지난 4월 니샤(29)씨는 부모가 됐다. 아들 사옐이 태어나고 니샤씨의 일상은 자녀 위주로 흘러가며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인터뷰가 있던 5월 17일에도 니샤씨는 "아이가 잠을 안 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태어난 지 3주 된 사옐과의 일상을 이야기했다.

자녀 소식은 스리랑카에서 부부의 연을 맺은 니린드(33)씨와 기다렸던 일이지만 초보 부모인 두 사람에게는 걱정도 적지 않다. 사옐의 여권 발급부터 아플 때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는지, 유치원 비용과 입학 절차까지 두 사람 앞에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산적해있다. 게다가 니샤씨는 충북도립대학교 미래자동차전공과 졸업을 앞두고 있어 더욱 고민이 많다. 비자 문제로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돌볼 방법을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 학생에서 자녀를 둔 직장인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 어떤 고민을 했는지 니샤씨에게 들어봤다.

안부와 인사로 반겨준 옥천

니샤씨의 첫 한국 생활은 대구다. 2023년 겨울 D-4(일반연수)비자로 대구에 있는 어학당을 다니다가 2025년 2월에 옥천으로 왔다. 니샤씨보다 먼저 E-9(비전문취업)비자로 옥천의 자동차부품 회사에 다니고 있던 니린드씨와는 2년 여 만에 함께 살게 됐다. 그 전까지는 니린드 씨가 주말마다 옥천과 대구를 오가며 주말부부로 생활했다.

"옥천과 대구에서 따로 살면서 힘들었어요. 월세와 생활비가 두 배로 드니까요. 또 자동차가 없으니까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야 했어요. 남편이 올 때마다 반찬을 만들어 오고... 고생이 많았죠. 어학당 수업이 끝나고 옥천에서 함께 살게 돼서 기뻤어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외로움이 제일 힘들었거든요."

니린드씨와 함께 온 옥천은 대구와는 사뭇 달랐다. 어딜 가도 사람과 차로 꽉 채워진 풍경만 보다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다. 자신을 궁금해하는 이웃들 모습에는 조금 놀랐다고.

"보통은 언어가 다르니까 저희와 이야기하려 하지 않아요. 그런데 옥천 사람들은 먼저 인사도 하고 우리를 궁금해했어요.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아 놀랐어요. 인사도 하고 주변에 핀 꽃과 나무를 함께 보고 대화할 사람이 있어서 좋았어요."

두 사람 모두 기본적인 한국어를 할 수 있어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거기에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이주민 모임이 있어 궁금한 점이 생기면 서로 정보를 나누며 도움받을 수 있었다.

"남편 회사에 스리랑카에서 온 사람이 16명 정도 돼요. 생각보다 옥천에서 사는 스리랑카 사람이 많아요. 가끔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셔요. 고민이나 궁금한 게 있으면 묻기도 하고요. 덕분에 옥천에서 생활하는 데 도움을 받았어요."

옥천에서 출산과 육아 어떻게 하나요

 니샤씨 부부
ⓒ 월간 옥이네

그렇게 옥천 생활에 적응하는 듯했으나 어려움은 임신 후에 찾아왔다. 출산과 육아에 관해 물어볼 사람이 없었던 것. 스리랑카 외국인 이주민 모임에서도 자녀를 키우는 사람이 거의 없어 모든 걸 직접 찾아야 했다.

"임신 소식이 반가웠지만 출산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한 번은 배와 허리가 불편했는데, 아무 약이나 먹을 수 없어서 그냥 참았어요. 병원도 물어물어 대전에 있는 곳을 추천받아 갔어요.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셨지만 통역이 안 돼서 검진에 대한 설명을 다 이해하지 못했어요."

병원에 가는 것도 일이었다. 당시 두 사람은 자가용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하지만 배차 시간이 길고 거쳐 가는 정류장이 많아 한번 버스를 타면 이동하는 데만 진이 빠졌다.

"편도로 2시간 정도 걸렸어요. 병원에 다녀온 날은 피곤해서 바로 잠들었어요. 그러다 자동차가 필요해서 샀는데, 남편이 운전면허가 없어서 제가 직접 운전했어요. 어느 날은 운전을 못 할 정도로 몸이 힘들어서 자동차가 있는데도 버스를 타고 갔어요."

어느덧 출산 한 달을 앞둔 두 사람은 병원에서 출산 예정일을 알려준 덕에 미리 입원할 수 있었다. 출근하는 남편 대신 시어머니가 옆에 자리했지만 한국어를 몰라 의료진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3일 동안 이어지는 진통에 걱정과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

마침 일을 마치고 2주의 휴가를 받은 남편이 의료진과 소통하며 무사히 사옐을 만났다. 출산 후 니샤씨가 몸을 추스르는 동안 남편과 시어머니가 사옐을 돌보고 있다. 아기를 키우는 일은 부부도 처음이라 시어머니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고.

"집에 오고 첫날에는 아기가 한 시간도 안 잤어요. 우유도 주고 장난감도 보여주지만 잠을 안 자요. 잠을 못 자니까 머리가 아파요. 이렇게 힘들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남편이 더 힘들 거예요. 일하고 있으니까요. 격주로 출근 시간이 달라요. 한 주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30분, 한 주는 오후 7시 30분부터 오전 8시까지 일해요. 잠잘 시간도 부족할 텐데 육아까지 하려니 힘들죠. 남편 어머니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아기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할 수 있고 함께 해주시니까요."

인터뷰 중 그가 질문했다. "어린이집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보건소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나요", "아기가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여러 질문을 하던 그는 출산 후 유난히 질문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궁금한 것은 많은데 정보 얻을 곳이 없어요. 그래서 몇 단계를 거쳐야지만 답을 얻을 수 있어요. 아기 건강 검사하려고 병원에 갔는데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서 할 수 없다고 했어요. 보건소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읍사무소에도 가고... 우리는 늘 한 번에 답을 받을 수 없어요. 절차를 확실하게 알려줄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니샤씨는 내년 2월 충북도립대학교 미래자동차전공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일을 시작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은 사옐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잘 살기 위해 선택한 한국에서의 삶, 10년 뒤 상상한 모습이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는 한 가지 바람을 전했다.

"지금은 시어머니가 돌봐주고 계시지만 3개월 후에는 돌아가야 해요. 친정 아버지가 오셔서 도와주시기로 했는데, 머물 수 있는 기간이 3개월 정도라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옥천에서 일하고, 아이가 학교에 다니고, 주말에 밖에 나가 함께 공원도 걷고 외식도 하는 그런 평범한 삶을 원해요. 모든 외국인 이주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월간옥이네 통권 108호(2026년 6월호)
글·사진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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