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 장윤기 첫 재판…살인동기 입장은 '유보'
2026.06.22 11:53
7월 13일 오전 10시 공판 속행밤늦게 귀가하던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장윤기(23)가 첫 재판에서 살인 동기 입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정호)는 22일 오전 10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장윤기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옅은 황토색 반소매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장윤기는 재판 내내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책상만 응시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검찰이 낭독한 공소사실은 장윤기의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행 행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조사 결과 장윤기는 지난달 3일 함께 식당에서 일했던 외국인 여성 A씨(26)를 성폭행하고 13시간 동안 감금했다. 이후 범행이 직장에 알려져 분리 조처되자 격분한 장윤기는 A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현금 100만 원을 인출하고 흉기 2개를 구입한 그는 영산강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린 뒤 공기계로 위치추적 등을 검색하며 사흘간 A씨의 주거지 주변을 맴돌았다.
A씨를 찾지 못한 장윤기는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도로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채원(16) 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장윤기는 이 양을 차로 1.2㎞가량 미행한 뒤 목을 조르며 차량으로 납치하려 했다. 이 양이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자 흉기를 수차례 휘둘러 다량 출혈과 쇼크로 숨지게 했다. 이어 이 양을 도우러 달려온 고등학생 고 모(17) 군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다 미치고 달아났다. 범행 직후에는 세탁소에 들러 옷을 빨고 미용실까지 방문하는 태연함을 보였다.
이날 재판에서 장윤기 측 국선변호인은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지만, 살인의 목적이 강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피고인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증거를 확인한 뒤 차후 기일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물러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사실 인정 여부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 열람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장윤기가 법원에 제출한 자필 의견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법정은 탄식과 분노로 뒤덮였다. 장윤기는 의견서에 "수형 생활 중 기회가 닿는다면 중간중간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겠다"고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족 변호를 맡은 김문석 법무법인 동행파트너스 변호사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의 시간은 16살에 영원히 멈췄는데, 구속된 상태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비통하다"며 "검찰 증거를 확인하고 강간 고의성을 따지겠다는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형량 줄이기 꼼수"라고 지적했다.
재판이 끝난 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윤기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회견에 참석한 이 양의 어머니는 "법이 허용하는, 아니 법을 만들어서라도 가장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도록 해달라"며 "그것이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우리 딸을 위한 최소한의 정의"라고 오열했다.
재판부는 내달 13일 오전 10시 장윤기에 대한 속행 공판을 열어 증거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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