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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칼에 맞고 쫓겨난 충신, 이창우의 20년 공안 인생과 그 결말

2026.06.22 12:59

[기고] 영국에서 읽는 『반헌법행위자열전』: 이창우

동백림·통혁당·인혁당을 거쳐 결국 안기부에 잘린 검사의 우화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4권을 펼쳤다. 이창우(李彰雨, 1934~) 항목의 부제가 의외였다.

"안기부의 칼 맞은 좀 특별한 공안검사."

20년간 박정희(1917~1979), 전두환(1931~2021) 정권의 공안검찰 핵심으로 충성을 다한 사람이, 정작 자신을 키운 안기부에 의해 검찰의 꽃 서울지검장 자리에서 쫓겨났다. 충성의 끝이 배신이었다.

영국에서 이 인물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역설적인 진실이 보인다. 권력에 충성하는 시스템 안에서 절대적인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가장 충성스러운 도구도 언젠가 권력의 다른 손에 의해 버려질 수 있다.

1934년 경남 김해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사법시험까지

이창우는 1934년 9월 12일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1955년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해 1959년 졸업했다. 대학 4학년 재학 중이던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해병기지사령부 법무실 검찰관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세계사 속의 동류, '체제가 버린 충신'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운명의 인물이 떠오른다. 소련의 니콜라이 예조프(Nikolai Yezhov, 1895~1940)는 스탈린(1878~1953)의 대숙청을 직접 지휘한 내무인민위원회 수장이었다. 그러나 그 자신도 결국 스탈린에 의해 숙청돼 처형됐다. 충성을 다한 도구가 권력자의 의심을 사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구조다.

이창우의 경우는 처형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구조는 비슷하다. 1982년 대법원장 비서실장 수뢰사건으로 안기부와 검찰이 갈등하자, 안기부는 밤중에 서울지검장 사무실을 뒤져 꼬투리를 잡아 그를 면직시켰다. 20년 충성의 대가가 한밤의 사무실 수색이었다.

5·16쿠데타 직후, 혁명검찰부에서 동료 군인에게 사형을 구형하다

이창우의 반헌법 행위의 첫 장면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직후다. 그는 해군대위 신분으로 군사정권 '혁명검찰부' 검찰관에 임명됐다. 쿠데타에 반대해 진압부대를 이끌고 서울로 진입했던 제30사단장 등을 "혁명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소급법률로 만들어진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해 참모장과 연대장에게 사형을, 사단장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군인이 군인을 쿠데타라는 명분으로 사형대에 세운 것이다.

1966년 한국비료 밀수사건, 재벌 봐주기의 교과서

1966년 삼성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졌다. 이창우는 대검 특별수사반에 투입돼 조사를 담당했다. 그런데 수사결과는 한심했다. 변기, 전화기 등 추가 밀수품이 확인됐지만 검찰은 추가기소를 하지 않았다. 검찰총장 신직수는 "통고 처분으로 그친 것은 법 적용을 잘못한 것이나 일사부재리 원칙상 방도가 없다"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 이병철(1910~1987)의 장남 이맹희는 훗날 진짜 주범이 이병철과 박정희였다고 증언했다. "삼성은 공장건설 장비를, 청와대는 정치자금을 위해 밀수를 합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창희(이병철의 2남)에게 사카린 원료 밀수만 적용했고, 그는 구속 7개월 만에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동백림 사건, 6명에게 사형 구형, 윤이상과 천상병도 연루

1967년 5월 서울지검 공안부로 발탁된 이창우가 처음 맡은 대형 사건이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이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 화가 이응로(1904~1989), 시인 천상병(1930~1993) 등 194명이 연루된 이 사건에서 이창우는 34명 구속기소에 관여해 6명에게 사형, 4명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법원은 1968년 간첩죄를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결국 1970년 말 독일·프랑스 정부의 외교적 항의로 34명 전원이 석방됐다. 국정원과거사위원회는 2007년 이 사건이 6·8부정선거 규탄시위를 앞두고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추정했다.

통혁당, 임자도, 8명의 사형 집행

1968년 이창우는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과 그 전남도당으로 지목된 임자도 간첩단 사건을 동시에 맡았다. 임자도 사건에서 최영도, 정태묵, 윤상수 3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최영도는 1969년 옥사했고, 윤상수는 1969년, 정태묵은 1972년 사형이 집행됐다. 통혁당 사건에서는 김종태, 이문규 등 6명에게 사형을 구형해 4명의 사형이 확정됐다.

1969년 박노수·김규남 사건, 7·4남북공동성명 직후 사형 집행

박노수·김규남 유럽·일본거점 간첩단사건에서도 이창우는 사형을 구형했다. 두 사람은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는데, 재심을 청구한 상태에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발표 직후 각각 사형이 집행됐다. 남북화해의 발표가 나온 그 직후에, 화해와 반대되는 죽음이 집행됐다.

최종길 교수 고문 사망 은폐, 부실한 현장검증

1973년 서울대 최종길 교수가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으로 사망했을 때, 이창우는 현장검증과 부검을 위법하고 부실하게 지휘해 중앙정보부의 사망원인 은폐조작을 도왔다. "투신자살"이라는 조작된 발표 뒤에 검사의 부실한 검증이 있었다.

크리스찬아카데미, YH 사건, 유신말기의 마지막 봉사

유신말기 서울지검 공안부장으로서 이창우는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을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그대로 기소했고, YH 농성사건 관련자 구속기소, 신민당 간부 구속기소를 지휘했다. 유신철폐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무더기로 가두며 독재정권 유지에 앞장섰다.

전두환 정권, 그리고 안기부의 칼

전두환 정권 출범 직후 부산지검 공안부 창설을 주도하고 대검 공안부장까지 올랐다. 그러나 전민학련 사건 처리에서 사건확대를 반대하다 안기부와 갈등을 빚었다. 1982년 서울지검장이 됐으나 1년도 안 돼 대법원장 비서실장 수뢰사건으로 안기부의 표적이 돼 면직됐다. 20년간 안기부와 손잡고 일했던 사람이, 안기부의 손에 의해 잘렸다.

드물게 인간적이었다는 평가, 그러나

『반헌법행위자열전』은 흥미롭게도 이창우에 대해 "일부 사건의 피의자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었고 간첩죄를 삭제하기도 했다"는 평가도 함께 기록한다. 외부청탁을 거절하는 강직함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 미덕이 그가 구형한 8명 이상의 사형, 수십 명의 중형이라는 결과를 상쇄하지는 못한다.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에서 소련의 예조프가 스탈린에게 숙청된 사건은 "혁명은 자신의 아이들을 먹는다"는 표현으로 설명된다. 권력에 충성하는 시스템은 충성하는 자들조차 영원히 보호하지 않는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이창우를 떠올렸다. 20년을 충성했지만 한순간에 버려진 그 운명이, 권력에 충성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 경고가 가르치는 것은 '충성을 더 잘하라'가 아니라 '충성할 대상을 잘못 골랐다'는 것이어야 한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이창우 ⓒ반헌법행위자열전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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