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독서의 본질 고민하고… 굿즈 찾는 MZ ‘텍스트힙’ 만끽
2026.06.22 09:55
작가들의 ‘인간다움’ 강연
장동석 “AI 고민범위 확장”
책 키링 등 자체 상품 인기
한미화 “시장 침체 떨치길”
2030여성, 작년 흥행 주도
책여사 “젊은 현장감 기대”
|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5일간 약 15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린 가운데, 젊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에서 전시된 도서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2만9382명.’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대기 인원이 3만 명까지 치솟았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국내 최대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의 ‘얼리버드 티켓’ 예매 때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오픈런’ 행렬로 화제가 됐던 서울국제도서전이 올해도 24∼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개막 전부터 관심이 뜨겁다. 올해는 18개국 538개사가 도서전에 모여 416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기대감에 부푼 애독자들을 위해 도서전 ‘N회차 참여’ 경력의 출판평론가와 북 인플루언서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부탁했다.
◇“AI 시대, 독서의 본질 묻는 자리 돼야”= 25년 넘게 매년 도서전을 찾고 있다는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올해 도서전 주제인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에 주목했다. 주제는 인공지능(AI) 시대, 질문을 던지는 인간 ‘호모 두두리’의 태도를 제안하고 이를 기록한 책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장 평론가는 “주제문을 김연수 소설가가 AI인 클로드 소네트 4.6, 제미나이3와 공동 집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공개 당시 “신선한 시도”라는 평과 도서전까지 AI가 파고든 점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평이 엇갈리기도 했다.
AI 시대 ‘인간다움’을 조명하는 소설가 김애란·박선우의 주제강연이나, AI 시대 시 창작의 방법과 의미를 논하는 시인 신이인·안미옥·오은의 주제 토론 등도 펼쳐진다. 도서전 주제에 맞춰 기획된 한정판 도서 ‘인간선언’에는 11명의 작가가 소설, 시, 에세이를 통해 AI 시대를 탐색한 기록이 담겼다. 장 평론가는 “젊은 독자들이 행사장을 많이 찾는데, 이들이 지닌 고민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도서전이 이끌어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서울국제도서전 공식 굿즈인 에코백과 배지(왼쪽부터), 도서전에서 처음 발표되는 책들, 도서전 참가사 중 하나인 민음사에서 준비한 세계문학전집 키링. 대한출판문화협회·민음사 제공 |
◇“침체된 도서시장 살릴 출판사들의 다양한 시도 기대”= 30여 년 전 출판사에 근무했을 때 처음 도서전을 찾았다는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출판사들이 도서전에서 독자와 그냥 만나지 않고, 매해 새로운 방법을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서전에서 자체 선정한 책 외에도 각 출판사에서 새로운 책을 준비하거나 북토크들을 계획하고 있어 기대된다”며 “1∼2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출판사들에서 공동으로 책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도서전은 ‘여름, 첫 책’ 프로그램을 통해 신간 9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외에도 각 출판사들이 도서전 한정판, 선공개판, 신간 등의 도서를 준비 중이다. 한 평론가는 “출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출판사들이 도서전을 계기로 침체된 분위기를 떨쳐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출판사들은 독특한 부스를 차리거나 자체 굿즈를 제작해 독자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미니어처 키링, 사계절출판사의 공룡이 그려진 ‘멸종위기 독자’ 티셔츠와 상추쌈 모양 책갈피 등의 굿즈도 눈길을 끈다.
◇“젊은 독자들이 빚어내는 현장감 만끽”= 팔로어가 16만 명에 육박하는 독서 인스타그램 채널 ‘책여사’를 운영 중인 이지혜 씨는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도서전을 찾을 예정이다. 젊은 팔로어들과 소통하는 ‘북 인플루언서’인 이 씨는 “가장 기대되는 것은 수많은 책과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한곳에 모여 만들어내는 뜨거운 현장감”이라며 “최근 ‘텍스트 힙’ ‘포엣 코어’ 같은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젊은 층 사이에서 독서가 매력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데, 도서전에서 이를 확인하는 건 즐겁고 가슴 벅찬 일”이라고 말했다.
출판계는 특히 ‘2030여성’들이 지난해 도서전 흥행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한국 도서 시장에서 주요 구매층으로 자리 잡으며 ‘텍스트힙’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교보문고가 지난해 도서 판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책 구매자 중 2030여성의 비율은 26%였다. 책 구매자 4명 중 1명이 젊은 여성이었다는 의미다. 젊은 여성 독자들은 책 소비뿐 아니라 북토크 참여·굿즈 구매 등과 관련한 파생 소비까지 증가시키고 있다.
이 씨는 올해 도서전에서 “단순히 굿즈나 화제성 중심이 아니라 책 그 자체의 다채로운 매력에 집중하는 기획들도 있어 기대된다”고도 말했다. 그 예로 도서전에서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40권’을 선정해 보여주는 전시 프로그램을 지목했다. 도서전은 디자인, 즐거움, 재미, 지혜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기준으로 각각 10권의 책을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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