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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홍석현
과거 회사채 부도 사례 보면 안다...동양부터 레고랜드까지

2026.06.22 07:01

단기채 남발, 지방정부 신용불안, 업황부진 등 원인
지난 12일 JTBC가 206억원 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중앙그룹 5개 계열사가 14~15일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18일 중앙일보마저 220억원 기업어음(CP)을 갚지 못해 부도 처리됐고 별도 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다.

과거에도 회사채 부도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개인 투자자들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가장 근래엔 레고랜드 사태가 유명했고 동양CP 사태는 개인 투자자들의 큰 피해를 안겼다.

‘돈맥경화’라는 시장 충격은 동일했다. 하지만 강도와 속도는 사태마다 크게 달랐다. 처리 기간만 3개월에서 10년으로 다양했다. 개인과 국책은행, 실물 경제 등 최종 빚 청구서를 떠안은 주체도 제각각이었다.

위기의 발화점이 누구였는지, 충격이 어디로 번졌는지, 최종 청구서를 누가 떠안았는지에 따라 사태는 세 유형으로 나뉜다. 그에 따라 현재 사태의 충격과 전이 양상도 가늠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한계에 몰린 대기업이 경영권과 계열사를 지키려고 CP 같은 단기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쓰다 무너진 경우다.

2013년 동양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영업 부진으로 계열사 부도 위기를 맞았다. 현재현 전 회장은 그룹 해체를 막아 오너 지배력을 지키려고 부실 계열사의 CP와 회사채를 동양증권 창구를 통해 안전한 상품처럼 팔았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의 국회 출석일에 동양그룹 계열사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이 국회 앞 거리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한 사기성 CP·회사채 편취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4만1000여 명이 약 1조70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현 전 회장은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고, 그룹은 결국 해체됐다. 계열사 매각과 피해 배상 분쟁까지 사태 전체가 정리되는 데는 10년이 걸렸다.

웅진그룹 사태는 계열사였던 극동건설이 2012년 9월 25일 150억원 규모 CP를 막지 못하고 1차 부도를 내며 시작됐다. 다음 날 극동건설에 1조839억원을 연대 보증한 웅진홀딩스가 연쇄 도산을 우려해 함께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웅진은 웅진코웨이·웅진케미칼 등 핵심 계열사를 팔아 1년 5개월 만에 법정 관리를 조기 졸업했다. 그러나 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기업 집단 명단에서 탈락했다.

두 사태로 비우량(BBB급 이하) 회사채와 CP 시장이 얼어붙었다. 한계 기업의 자금줄이 장기간 막혔다. 그나마 AA급 우량채 금리는 안정세를 지켰다.


두 번째 유형은 민간 기업의 부실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보증 불이행에서 비롯됐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다. 채권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은 공공 보증이 흔들렸다. 충격은 개별 기업을 넘어 시장 전체로 번졌다.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사진은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당시 강원도는 춘천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발행한 205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보증 의무를 두고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ABCP는 2022년 10월 5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도 못 믿는다’는 공포가 퍼졌다. 한전채 같은 초우량 공사채까지 팔리지 않는 초유의 신용 경색이 닥쳤다.

정부는 사흘 만에 ’50조원+α' 규모의 자금시장 긴급대책을 내놨다. 강원도는 결국 예산을 편성해 2022년 12월 15일 보증채무 2050억 전액을 갚았다.

사태 촉발부터 전액 상환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부도 규모 자체는 여섯 사태 중 가장 작았지만, 시장 전체를 마비시킨 시스템 충격은 가장 컸다.


세 번째 유형은 산업 전반의 구조적 침체가 핵심 계열사를 무너뜨리고, 그 부실이 그룹 전체의 유동성 마비를 불러온 경우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장치 산업에서 주로 나타났다.

채권단 공동관리중인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에 비가 내려 야외작업이 중단된 가운데 우산을 쓴 직원들이 진수를 끝낸 선박 주위를 지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글로벌 조선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수주 잔량 기준 세계 4위 조선사였지만 2013년 3000억원 회사채를 막지 못해 그해 4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채권단이 4조5000여 억원을 쏟아붓고도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2016년 법정관리로 전환됐다.

채권단은 투입액 중 2조원을 출자전환했지만 완전자본잠식으로 사실상 손실 처리됐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최대 채권자로 대부분을 떠안았다.

한진해운은 2016년 국내 1위, 선복량 기준 세계 7위 국적선사였다. 그러나 고가 용선료와 해운 불황이 겹치며 최대 8000억원이 구멍났다. 2016년 8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이 자구안 부족을 이유로 신규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그달 말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약 6개월 만인 2017년 2월 17일 파산했다.

실물경제 충격이 압도적이었다. 약 140억달러(약 19조2700억원) 규모 화물이 바다 위에 묶이는 물류대란이 벌어졌다. 1위 컨테이너 선사가 무너지며 한국의 원양 정기선 선복량 세계 점유율은 5.1%에서 1.7%로 추락했다.

중앙그룹 사태는 방송광고 시장 위축과 OTT 확산 속에 무리한 투자가 겹친 결과다. 영화관 메가박스의 부실도 겹쳤다. 그룹 차원 빚의 규모는 회사채, 계열사 내부거래, 리스부채 등까지 합치면 2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현재까지는 금융권이 연쇄적으로 부실해지는 시스템 위기라기보다 선별적 신용 경색에 머문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은행권 채무는 대부분 부동산 담보가 설정돼 있어 실제 부실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고 채권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타격이 집중된 곳은 증권사와 개인이다. 증권업계가 떠안은 위험 노출액은 약 1251억원이다. 이 가운데 한양증권이 840억원으로 가장 많다. 지난해 영업이익 753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다만 신탁·우선수익권 구조여서 일부는 회수가 진행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BBB급 비우량 회사채를 약 7900억원어치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불완전 판매 분쟁이 동양그룹식 사회 문제로 번질지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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