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전 금통위원 “집은 필수재, 보유세는 결국 세입자에 전가된다”
2026.06.22 08:01
“외국인 주식 매도에 환율 상승 “처음 보는 현상”
“삼전·하이닉스 쏠림 코스피, 정상 아냐”
“집은 ‘주거’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필수재입니다. 보유세를 올려 고가 주택 소유 부담을 가중시킬 경우 오히려 이 비용은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4년 간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임기를 지난달 마친 신성환 전 금통위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과거 경험으로 부면 부작용이 더 많았다”고 했다. 학계와 현장을 두루 경험한 경제학자이자 재무·금융 전문가인 신 전 위원은 이창용·신현송 두 한은 총재와 금통위에서 일한 후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로 복귀했다. 후임은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다.
신 전 위원은 인터뷰에서 금통위원일 때보다 편안하고 자유롭게 한국 경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금통위원으로 일하며 느낀 한국 경제의 ‘숙제’로는 지나친 양극화, 과도한 저축률, 과거와 달라진 환율 변수 등을 꼽았다.
-지금 한국 경제의 상태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좋은 곳만 너무나 좋다. AI(인공지능) 호황으로 반도체 업종은 로또를 맞았다. 아니, 그보다는 금맥이 터졌다고 비유하는 편이 더 적합할 듯하다. 로또는 한 번이지만 반도체 호황은 1~2년 정도 더 가리라고 예상된다니 말이다. 이 ‘너무 좋은 곳’이 성장률과 물가 등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 횡재로 인한 ‘낙수 효과’가 예전에 비해 매우 약하다. 경제의 다른 분야로 반도체 금맥의 온기가 잘 퍼지지 않는 모습이다.”
-낙수 효과가 왜 약한가.
“지금 잘되는 분야가 모두 엄청나게 자본 집약적인 업종이어서 그렇다.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해도, 비교적 빠르게 낙수 효과가 나타나는 고용으로 연결되는 효과가 낮다. 정부는 세수가 늘게 되고 주식 시장도 좋아졌지만 국민 모두가 이 과실을 나누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횡재의 ‘불길’이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거품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다.”
신 전 위원과의 인터뷰는 반도체 호황으로 시중에 넘치는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 집값을 끌어올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진행됐다. 정부는 집값 과열 조짐이 보이자 21일 한동안 금기시됐던 주택 보유세 인상까지 시사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왜 잘 잡히지 않는다고 보나.
“원하는 사람은 있는데 공급하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급을 한다고는 하지만 효과가 있으려면 교통 좋은 서울 도심 지역을 재개발하는 식으로, 수요가 있는 지역에 살고 싶은 집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곳은 많은 이권과 규제가 걸려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권이 정해진 임기 공급 주택 수를 늘려야 하다 보니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에 세금으로 집을 짓는 일이 생긴다.”
-주택 보유세를 인상해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은 어떤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보진 않는다. 보유세 인상의 목적은 보유 부담을 늘려서 그 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집은 ‘주거’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다른 자산과 달리 수요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집을 보유하고 있으면 전월세 같은 미래의 거주비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도 집을 보유하려는 수요를 유지시키는 요인이다.”
-보유세를 올려 초고가 주택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지금까지 경험을 보면 보유세를 올릴 경우 주택 소유주는 세금 증가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한다. 이에 따라 전세 및 월세 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이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세수 확보를 위한 보유세 인상이 필요할 수 있지만 집값을 잡기 위해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 세금 문제는 다른 나라 사례를 많이 참조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환율이 진정이 안 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달러 가치가 강해져 있기도 하지만 지금 한국의 고환율은 달러가 밖으로 많이 나가서 생기는 현상이다. 거주자는 수익을 올릴 자산이 미국에 더 많다며 달러를 매입해 해외로 나가고 비거주자는 국내 주식 투자로 단기간에 번 엄청난 수익을 달러로 환전해 본국으로 가져가고 있다. 먼저 거주자 해외 투자 문제를 생각해보자. 잠재성장률만 비교해도 미국이 한국을 앞선다. 그러다 보니 금리 또한 미국이 한국보다 높다. 당분간은 이런 현상이 이어지리라고 예상되기 때문에 이른바 ‘서학 개미’도 미국에 투자를 하러 자꾸 나가는 상황이다.”
신 교수는 “한편 비거주자의 한국 주식 매도에 따른 환전 문제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특이한 현상”이라고 했다. 최근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대거 순매도하고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서 주식 시장은 상승하고 원화의 상대적 가치는 반대로 하락(원화 환율 상승)하는 상황이다. 해외 주요 기관 투자자의 경우 국가별 투자 비율을 정해두고 투자 전략을 짜는데, 한국 주식 시장이 급등하며 투자 자산 중 비중이 올라가자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한국 주식을 팔며 일어나는 일이다. 신 교수는 “한국 성장률이 오르고 주식 시장은 엄청나게 좋다는 현실 자체가 외국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이에 따른 원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며 “어찌 보면 전통적 환율 이론과 반대되는, 연구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했다.
-외국인의 한국 투자 증가가 환율엔 위험 요소란 뜻인가.
“물론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원화가 비(非)기축통화란 점을 고려할 때 정부는 시장에서의 쏠림 현상에 대응할 외환시장 안정화 정책 수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가 고성능이 될수록 에어백이나 브레이크 시스템도 성능이 좋아져야 안전한 것과 비슷하다.”
-고환율 진정을 위해 외환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원화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외환 시장의 기대감을 안정화시킬 ‘도구’가 사실 마땅치 않다. 일단 심리라도 잡으려면 ‘고환율에 외환 당국이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고, 당국의 기조에 반하는 투자를 하면 큰 손실을 본다’라는 공포감을 형성해야 한다. 지금은 이런 정책적 압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고환율이 길어지면 수입물가에 이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려 국민들, 특히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해 정부는 특정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두고 환율 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다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1500원대 환율이 된 후 정부의 환율에 대한 경계감이 오히려 크게 약화되며 고환율이 고착되는 모습이다.”
-외환 당국은 ‘1500원대 환율’이 한국의 경제 체질에 비해 너무 높다는 입장인데.
“동의한다. 이른바 ‘펀더멘털’을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시장은 펀더멘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융 시장이 실물 경제를 압도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시장의 흐름이 특히 중요하다. 실물 경제는 부드럽게, 시간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금융 시장은 한 번 쏠리면 반대쪽에 ‘균형추’가 없는 이상 바로잡기가 어렵다. 그나마 지난해 국민연금의 외환 스와프 등을 ‘균형추’로 활용하려 했던 것인데, 이렇게 미국으로 나가는 투자가 환율을 밀어올리는 경우 사실 지금 정부가 쓸 카드가 많지 않아 보이긴 한다. 지금도 이런데 한국 국채와 주식의 WGBI(세계국채지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으로 자본시장 중 해외 투자자 비중이 증가하는 경우 쏠림 현상으로부터의 영향이 더 커질 것이라 본다.”
-최근 한국 주식 시장 급등에 대한 평가는.
“역시 쏠림이 너무 심하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전체 상장 기업의 약 80%에 달한다. 두 종목이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는 코스피는 잘 분산된, 좋은 포트폴리오라 할 수가 없다.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미국 S&P500 같은 지수에 투자하는 이유는 지수 자체에 다양한 종목이 잘 분산돼 있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코스피는 이제 지수 투자를 할 이유가 없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쏠림이 심하다 보니 변동성도 엄청나다. 시장 자체가 수시로 급등·급락해 사이드카가 빈번하게 발동하고 하루에 7~8%씩 쉽게 오르내린다. 정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신 전 위원은 지난해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회의에서 다섯 차례 ‘인하’ 소수 의견을 냈다.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을 때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은은 지난해 5월 이후 금리를 동결 중인데, 최근엔 원화 환율이 급등하고 물가 상승률도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는 불가능해졌다. 신현송 총재는 사실상 다음달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신 전 위원은 지난달 퇴임 간담회에서 “이젠 경제가 고통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물가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한은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편 금통위원으로 일하며 느낀, 한국 경제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지나치게 높은 저축률을 지목했다. ‘저축’이란 소득에서 소비를 뺀 가계의 여윳돈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제로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2024년 기준 9.4%로, OECD가 집계한 회원국 30국 가운데 여덟 번째로 높다. 기업과 정부 부문을 포함한 총저축률은 35% 수준으로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저축률이 높으면 왜 문제인가.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저축이 국내 투자 자금의 중요한 원천이었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때는 과잉 생산한 것을 수출로 소화했고 이것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수출에만 의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어렵다. 지금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중상주의적 국제 교역 흐름을 보면 더 그렇다. 이제는 수출과 함께 견고한 내수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내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민간 소비다. 한국인은 개인의 자발적 저축도 많고 국민연금 같은 형태로 강제 저축도 상당히 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보았듯이 이렇게 저축된 돈이 한국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도 많이 나간다. 연금 보험료율이 오르면 저축률은 더 상승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지금 경제가 이렇게 뜨거운데도 민간 소비는 고가품 위주로만 활기를 띠고 소비 전반의 회복세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저축률이 왜 그렇게 높을까.
“일단 평균 수명이 늘며 미래를 더 준비해야 하니 불안해서 저축을 늘린다. 다른 변수는 집값 부담이다. 일단 집을 대출로 사고 갚아나가는 경우 이는 달리 말해 ‘집’의 형태로 저축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주택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식으로, 젊은 사람들이 은퇴를 하기 전까지는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을 좀 더 만들어줄 제도를 연구하고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인은 아주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달리 말하면 ‘저축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한다’고도 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런 상품을 만들려면 정부의 정책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투자를 통해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현실성 있게 구체화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모호하다. 정책 펀드의 성패는 펀드를 관리하는 주체가 장기적 관점에서 책임성을 갖고 전문적으로 투자 전략을 짜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지금 펀드의 구조를 보면 ‘뉴딜펀드’ 등 과거의 비슷한 펀드들처럼 돈을 나눠 주겠다는 구조로 보인다. 이 펀드 자금을 받아 굴리는 운용사라면 최대한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익을 많이 내려고 모험을 하기보단 손실이 안 나게 보수적으로 운용해 수수료만 챙기는 편이 나으니 말이다.”
-정부의 신기술 지원은 그럼 어떤 방식이 적합할까.
“국가의 경쟁력을 살리려면 미래에 매우 중요한 산업 또는 기술인데도 민간이 자체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워 정부가 도와주어야 할 분야를 골라야 한다. 단기적인 손실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투자로부터의 과실은 정부도 투자에 비례해서 가져가야 한다. 다섯 분야를 지원해서 넷은 실패하고 하나가 성공하더라도 이 한 개의 성공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만한 분야를 선정해서 이러한 위험 부담을 안고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성장펀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인가.
“국민성장펀드는 결국 운용사에게 위탁하는 구조이다. 운용사는 주어진 투자 조건에 맞는 범위 내에서 안정성 위주로 투자할 것이다. 이런 투자를 왜 정부가 나서서 하나. 이런 펀드는 민간이 자체적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니, 민간이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자원 배분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150조원이라는 큰 돈을 굴릴 계획이라면 차라리 싱가포르의 ‘테마섹’이나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와 같은 기관을 만들어 전문가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책임성을 갖고 투자자금을 운용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건건이 제각각 위원회가 심의하고 운용사에 나눠주는 이런 방식으론 제대로 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로또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