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뒤집은 항소심에 대법 "증인 다시 불러야"
2026.06.22 11:41
"피해자 진술 신빙성 달리 보려면 재신문 필요"
"공판 한 차례로 심리 종결... 석명권 행사했어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으려면 증인신문 등 추가 증거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같은 증거를 두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달리 평가하려면, 항소심이 직접 증인을 다시 불러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 5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대학 동창 B씨에게 "원금과 고정이율 수익이 보장되는 사모펀드에 가입시켜 주겠다"고 속여 8차례에 걸쳐 1억3,3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약정 이자와 수익금을 지급하다가 2022년 2월부터 지급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투자 능력을 믿고 돈을 맡긴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투자 실패로 원금과 수익금을 돌려주지 못했을 뿐, 처음부터 속일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1심과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B씨가 사모펀드 가입증서나 계약서를 요구하지 않다가 2022년에야 관련 자료를 요청한 점, A씨가 상당 기간 수익금을 지급한 점 등을 들어 기망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B씨 진술이 일관되고, A씨가 받은 돈을 생활비 등 개인 용도로 쓴 점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다. A씨가 사모펀드 투자 사실을 전제로 B씨와 대화를 나눈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1심의 증거 판단을 뒤집을 만한 새 사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유죄를 선고했다고 봤다. 1심의 진술 신빙성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심리 없이 결론을 바꾼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특히 항소심이 공판기일을 한 차례만 열고 심리를 마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1심 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곧바로 뒤집을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다시 증인으로 신문하는 등 추가 증거조사를 거친 뒤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금 송금 경위에 관한 피해자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에 의문이 있다면, 석명권을 행사하거나 필요한 증거조사를 통해 심증 형성에 영향을 줄 객관적 사정이 새로 드러나는지 면밀히 살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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