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훈장 박탈에 우크라∙폴란드 관계 '빨간불'... 푸틴만 웃는다
2026.06.22 11:01
폴란드인 10만 명 살해한 UPA로 명명
폴란드 3년 전 수여한 훈장 박탈 방침에
젤렌스키, 선제적으로 훈장 반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훈장 박탈을 둘러싼 논란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간 역사 갈등을 재점화시키며 양국관계에 긴장을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는 폴란드는 한때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였다. 양국의 갈등이 격화할수록 러시아만 이득을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최근 폴란드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한 훈장을 박탈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선반납하며 불거진 양국의 역사적 갈등이 러시아의 팽창주의에 맞서는 협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태는 지난달 26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국 특수작전부대를 기리는 법령을 발표하며 ‘우크라이나 반군(UPA)의 영웅들’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발단이 됐다. 우크라이나에서 UPA는 옛소련과 나치 독일에 맞선 저항세력으로 통하지만 폴란드에선 자국민에 대량학살을 저지른 집단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1943~1944년 일부 분파가 “히틀러가 우크라이나 국가 건설을 지원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나치에 협력, 폴란드인 10만 명을 살해한 볼히니아 사건에 가담한 것이다. 이에 폴란드 의회는 이 사건을 제노사이드(대량 인종학살)로 인정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선 폴란드의 보복으로 자국민 1만 명이 사망한 만큼 쌍방 과실로 보는 측면도 있다.
폴란드로 훈장 돌려보낸 젤렌스키
이에 폴란드 민주화 운동의 아버지로 통하는 레스 바웬사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가슴에 달았던 우크라이나 국기를 뗐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이어 19일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한 폴란드 최고 명예의 백수리 훈장을 박탈하겠다고 예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3년 안제이 두다 당시 폴란드 대통령으로부터 안보, 회복력, 인권수호에 대한 공로로 해당 훈장을 받았다.
폴란드의 훈장 박탈 방침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20일 엑스(X)를 통해 “해당 훈장을 폴란드 대통령에게 돌려보냈다. 미래가 우크라이나인들이 받아야 할 존중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밝히며 키이우 우체국에서 폴란드로 발송되기 직전의 훈장 사진도 함께 올렸다. 그는 이어 “훈장 박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면서도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와 친러시아 성향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 과거 논란이 된 수여자들도 여전히 폴란드 훈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앙금을 드러냈다. 대통령 비서실장 키릴로 부다노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관리 4명도 훈장 반납 방침을 밝혔다.
러시아 "젤렌스키 진짜 나치 시인"
NYT는 “이번 갈등은 러시아에 맞선 동부 전선 유지라는 서방의 최우선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긴밀한 두 국가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미국과 유럽의 무기, 탄약 대부분은 폴란드 내 기지를 거쳐 철로와 고속도로를 통해 운송된다”고 전했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우파 성향의 나브로츠키 대통령 취임 이후 의회를 통과한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연장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거리를 뒀다. 나브로츠키 대통령과 대립해온 중도우파 성향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두 정상을 향해 “전선은 다른 곳에 있으니 감정을 누그러뜨리라”며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기쁘게 하고 동맹국들을 충격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타스통신에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관리 4명이 훈장을 반납해 100% 진짜 나치임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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