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치솟고 증시 활황···청약통장 해지 가속
2026.06.22 07:01
[이투데이/이난희 기자]
코스피 랠리에 "청약보다 주식" 인식 확산
5월 9만 명 이상 이탈…전월보다 4배 확대
서울·수도권 및 1순위 가입자 감소세 뚜렷
"고분양가·물량 부족 탓에 기대심리 상실"
"대학생 때부터 15년 가까이 부부 각자 청약통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청약도 잘 안 되고, 적은 돈이기는 하지만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최근에 제 통장은 깼습니다." (30대 직장인 A 씨)
"처음에는 아까워서 청약통장을 유지하다가 최근 집을 갈아탄 이후에는 쓸모가 없다고 느껴져 결국 통장을 깨고 자금을 모두 주식 투자로 돌렸는데 목돈을 굴려서 오히려 잘됐습니다." (30대 공무원 B 씨)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로 이른바 '청약 무용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증시 랠리가 장기 가입자들의 해지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목돈을 묶어두지 않고 주식시장으로 옮기려는 수요자들의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월별 청약통장 가입 현황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총가입자 수는 2593만4673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9만4826명이 감소하며 그동안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60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해 8월 말(2637만3269명) 이후 10개월 연속 줄었다.
해지 속도는 급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전월 대비 전체 가입자 감소 폭은 2월 4만5248명, 3월 3만5575명, 4월 2만2430명으로 점차 완만해지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5월 들어 9만 명 이상 줄어들며 감소 폭이 전월보다 4배 이상 확대됐다.
신규 가입자 유입이 멈춘 것도 가속화의 배경이다. 3월과 4월에는 청약 가입 기간이 짧은 2순위 가입자가 각각 2만7551명, 3만2297명 늘어나며 전체 감소 폭을 상쇄해 왔다. 반면 청약 당첨 확률이 높은 핵심 대기 수요인 1순위 가입자는 2월(-3만4056명), 3월(-6만3126명), 4월(-5만4727명)에 걸쳐 매달 수만 명씩 꾸준히 이탈했다. 5월 들어서는 2순위 가입자마저 감소세(-6452명)로 돌아섰다.
지역별로는 고분양가 여파가 큰 서울·수도권 전체 감소를 견인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기준 인천·경기가 5월 한 달간 2만9239명, 서울이 2만777명 줄어 두 지역의 감소량이 수도권 외 5대 광역시(1만7573명)와 기타 지역(1만5114명)을 크게 웃돌았다.
실수요자들이 오랜 기간 공들인 청약통장을 깨는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와 대출 규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는 3.3㎡당 6355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00만원 선을 돌파했다. 한 달 새 8.85% 급등한 수치다. 전국 평균 분양가도 3.3㎡당 2140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서울 내 핵심 입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초기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제한 등으로 인해 입주 전 최소 10억원 안팎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9년 동안 부은 청약통장을 해지한 20대 후반 신혼부부 C 씨는 "자녀 계획이 1명뿐이라 가점 경쟁력이 낮은데, 당첨이 된다 한들 수억 원의 현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 통장을 깨고 대출 잔금을 갚는 데 보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분양가와 물량 부족, 제도적 한계로 인한 낮은 당첨 확률을 청약통장 이탈 현상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장 큰 원인은 분양가가 본인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보니 청약에 도전하려는 기대 심리 자체가 상실된 것"이라며 "여기에 공급 물량마저 한계가 있어 당첨 기회마저 낮아지다 보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청약을 기다리기보다 재개발 입주권 등을 매입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청약 가점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 급등으로 차라리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낫겠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통장을 깨 현금화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라며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중심의 일률적인 가점제가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청년층의 구조적 실망감이 커졌다는 점에서 연령대별로 쿼터(할당)를 나누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이난희 기자(nancho09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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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만 명 이상 이탈…전월보다 4배 확대
서울·수도권 및 1순위 가입자 감소세 뚜렷
"고분양가·물량 부족 탓에 기대심리 상실"
"대학생 때부터 15년 가까이 부부 각자 청약통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청약도 잘 안 되고, 적은 돈이기는 하지만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최근에 제 통장은 깼습니다." (30대 직장인 A 씨)
"처음에는 아까워서 청약통장을 유지하다가 최근 집을 갈아탄 이후에는 쓸모가 없다고 느껴져 결국 통장을 깨고 자금을 모두 주식 투자로 돌렸는데 목돈을 굴려서 오히려 잘됐습니다." (30대 공무원 B 씨)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로 이른바 '청약 무용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증시 랠리가 장기 가입자들의 해지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목돈을 묶어두지 않고 주식시장으로 옮기려는 수요자들의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월별 청약통장 가입 현황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총가입자 수는 2593만4673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9만4826명이 감소하며 그동안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60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해 8월 말(2637만3269명) 이후 10개월 연속 줄었다.
해지 속도는 급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전월 대비 전체 가입자 감소 폭은 2월 4만5248명, 3월 3만5575명, 4월 2만2430명으로 점차 완만해지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5월 들어 9만 명 이상 줄어들며 감소 폭이 전월보다 4배 이상 확대됐다.
신규 가입자 유입이 멈춘 것도 가속화의 배경이다. 3월과 4월에는 청약 가입 기간이 짧은 2순위 가입자가 각각 2만7551명, 3만2297명 늘어나며 전체 감소 폭을 상쇄해 왔다. 반면 청약 당첨 확률이 높은 핵심 대기 수요인 1순위 가입자는 2월(-3만4056명), 3월(-6만3126명), 4월(-5만4727명)에 걸쳐 매달 수만 명씩 꾸준히 이탈했다. 5월 들어서는 2순위 가입자마저 감소세(-6452명)로 돌아섰다.
지역별로는 고분양가 여파가 큰 서울·수도권 전체 감소를 견인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기준 인천·경기가 5월 한 달간 2만9239명, 서울이 2만777명 줄어 두 지역의 감소량이 수도권 외 5대 광역시(1만7573명)와 기타 지역(1만5114명)을 크게 웃돌았다.
실수요자들이 오랜 기간 공들인 청약통장을 깨는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와 대출 규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는 3.3㎡당 6355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00만원 선을 돌파했다. 한 달 새 8.85% 급등한 수치다. 전국 평균 분양가도 3.3㎡당 2140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서울 내 핵심 입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초기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제한 등으로 인해 입주 전 최소 10억원 안팎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9년 동안 부은 청약통장을 해지한 20대 후반 신혼부부 C 씨는 "자녀 계획이 1명뿐이라 가점 경쟁력이 낮은데, 당첨이 된다 한들 수억 원의 현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 통장을 깨고 대출 잔금을 갚는 데 보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분양가와 물량 부족, 제도적 한계로 인한 낮은 당첨 확률을 청약통장 이탈 현상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장 큰 원인은 분양가가 본인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보니 청약에 도전하려는 기대 심리 자체가 상실된 것"이라며 "여기에 공급 물량마저 한계가 있어 당첨 기회마저 낮아지다 보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청약을 기다리기보다 재개발 입주권 등을 매입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청약 가점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 급등으로 차라리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낫겠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통장을 깨 현금화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라며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중심의 일률적인 가점제가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청년층의 구조적 실망감이 커졌다는 점에서 연령대별로 쿼터(할당)를 나누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이난희 기자(nancho09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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