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전
온라인업무 불편했던 시각 장애 교사, 기술 소외 없는 학교 만들기 분투
2026.06.22 07:02
AI로 세상과 연결된 시각장애 교사
행정시스템에 ‘웹 접근성’ 제고 노력
바이브코딩 앱으로 학생들과 소통
노조 활동 위해 에이전트도 만들어
“장애-비장애 기술 따로 있지 않다”
한겨레가 주최하는 ‘2026년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에서 대상을 받는 김헌용(40·서울 신명중학교) 교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삶을 채우고 사회의 지평을 넓혀가는 사람이다. 16년차 영어 교사이자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를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선정한 이유로 심사위원들은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해 교육 현장의 접근성 장벽을 해소하고, 교육 행정 시스템의 웹 접근성 문제를 공론화하여 이끌어낸 활동으로 포용성과 공정성의 가치를 실현한 점”을 들었다.
2015년 상이 제정된 이래, 대상은 늘 사람에게 이로운 ‘기술’에 돌아갔다. 한국인의 대표 연결망으로 자리잡은 카카오톡(2015년), 야쿠르트 배달원을 위해 신선한 저장고이자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개발된 이동형 냉장카트 코코(2018년), 노인들의 고립감을 돌보는 로봇 ‘효돌’(2025년) 등이다. 테크놀로지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대상을 수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선 지금, 그가 대상에 선정된 의미는 더욱 크다.
그는 다섯살 때 급격히 시력을 잃어 고등학생 때 완전히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흐릿했던 형체마저 사라져가는 그에게 영어라는 희망의 지도를 보여준 건 아낌없는 관심과 사랑을 쏟아준 서울맹학교의 영어 선생님이었다. 영어 실력을 쑥쑥 늘린 비결은 인터넷과 축구였다. 2002년 축구에 열광했던 ‘월드컵 키드’는 국내외 선수들과 관련한 최신 뉴스를 얻기 위해 비비시(BBC) 웹사이트 등을 드나들며 정보를 얻었다. “점자책으로는 정보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용 화면 낭독기로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혔어요.”
곳곳의 걸림돌에 이리저리 차이던 와중, 2022년 11월30일 공개된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는 그에게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줬다. “출시 일주일 이후부터 챗지피티 헤비 유저가 되었어요. 텍스트로 소통하는 방식이 너무 유용했거든요. 또 매우 흥미로웠어요. 저는 실제 세계를 보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세상을 파악하잖아요. 챗지피티도 가끔씩 ‘글자가 잘 안 보인다, 읽지 못하겠다’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인공지능 역시 저처럼 신체 감각 장애가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랑 코드가 잘 맞았죠.”
인공지능은 지식과 활동의 반경을 확 넓혔다. “웹 접근성이 왜 필요한지 설득하고 개선을 요구하려면 기술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전문적 용어로 설명해야 합니다. 챗지피티한테 계속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기술에 대해 엄청 많이 배웠어요. 인공지능이 없었으면 혼자서는 공부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는 현재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 웹 접근성 자문단’으로 활동하면서 시스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학습도구도 제작했다. 바이브 코딩으로 영어 단어 게임 앱(Word Bomb), 학생 발표 순서 정하기 앱(Pick Me) 등을 만들어서 수업 시간에 쓰고 있다. “한달 전 1학년 학생 155명에게 설문을 했더니, ‘수업 시간이 재밌어졌다’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응답이 많았어요. 90% 이상이 앞으로도 이런 앱을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했고요. ‘종이’로는 못 하던 교육적 소통이 가능해졌어요.”
그는 교실 안과 밖을 잇는 활동도 열심이다. 2019년 장교조 창립을 주도했고 2021년부터 2·3·4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상근자 없이 220명 조합원과 함께 일하는 그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만들어 한글 파일 자동 변환, 회의록 작성 등에 요긴하게 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장애인을 위한 기술과 비장애인을 위한 기술이 따로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가령, 광학문자인식(OCR)이나 문서를 구조화하는 ‘파싱 기술’은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로 개발됐으나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핵심 기술이 되었다. 소외와 차별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모두를 위한 기술’로 자리잡은 셈이다.
그는 그간 다양한 교육적 실천과 활동으로 교육부·고용노동부로부터 표창을 받았고,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았다.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자랑스러운 경력에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가 추가되는 의미는 뭘까. “그동안은 ‘장애인 교사’로서 의미 있게 직업 활동을 한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면, 이번 상은 저의 정체성과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장애를 갖고 사는 사람으로서 기술에 소외되지 않도록 분투해왔는데 그게 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가 있는 일이었음을 평가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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