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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본가, 월급은 용돈”…청년 취업난에 뜬 ‘전업자녀’

2026.06.22 07:31

부모와 함께 살며 청소와 장보기, 식사 준비 등 가사와 돌봄을 맡는 ‘전업자녀’의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인공지능(AI) 챗GPT 생성 이미지 
청소와 빨래, 식사 준비부터 부모의 병원 동행까지.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전업자녀의 하루’, ‘전업자녀 집밥’ 같은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물가와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부모와 함께 살며 가사와 돌봄을 맡고 생활비를 지원받는 ‘전업자녀’가 새로운 가족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전업자녀’는 중국의 ‘취안즈얼뉘(全職兒女·전직자녀)’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직장이 없는 자녀가 청소와 식사 준비, 부모 돌봄 등 집안일을 전담하고 부모에게 월급이나 용돈을 받는 형태를 뜻한다.

2023년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현지 SNS를 중심으로 해당 표현이 확산한 뒤 국내에도 유입됐다.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캥거루족’과 비슷하지만, 가사와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가족 내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청년 고용 악화와 늦어지는 독립…현실이 만든 선택

‘전업자녀’ 관련 영상 콘텐츠. 사진=유튜브 갈무리 


전업자녀라는 표현이 확산하는 흐름은 최근 청년층이 처한 고용·주거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1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도 43.8%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대 상승하며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거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청년층의 주거 독립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의 54.4%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의 주거 독립 시기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늦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연구원이 출생 세대별로 35세 시점의 부모 동거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국 기준 1971~1975년생은 18.6%, 1976~1980년생은 26.2%, 1981~1986년생은 32.1%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같은 기간 22.8%에서 29.2%, 41.1%로 높아졌다.

● “현실적 생존 방식” vs “자립 늦추는 선택”…엇갈린 시선

전업자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는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가사와 부모 돌봄을 맡는 편이 낫다”, “월세와 생활비를 줄이며 취업을 준비하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공감한다.

반면 “결국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구조”, “자녀의 독립을 늦추고 부모의 노후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백수를 포장한 표현일 뿐”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 “살아남기 위한 선택”…청년 탓보다 구조 개선부터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전업자녀를 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경제·사회적 환경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저서 ‘전업자녀’를 출간한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청년 취업난과 저성장·고물가 시대에 전업자녀는 살아남기 위한 청년의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자녀를 돕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맞물려 나타난 새로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업자녀는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현상”이라며 “비난하거나 부정하기보다 새로운 가족 형태로 받아들이고 장점은 살리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적으로는 세제 개편 등을 포함한 지원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업자녀의 선택이 상대적 박탈이나 소외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세 중립부터 최대한의 복지 확대까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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