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만스피 시대의 도래와 조세 형평성
2026.06.21 20:15
코스피가 지난 18일 종가 기준 9000선을 넘어섰다. 한 달 전 8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22거래일 만의 일이다. 증권가에서는 벌써 만스피(코스피 1만) 시대를 이야기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개인 투자자들의 증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귀환이 이끈 이 역사적 랠리 앞에서 모두가 즐거운 것은 아니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깊은 박탈감과 무력감이 번지고 있다. 증시 활황에 따른 불안과 우울감을 뜻하는 ‘코스피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연봉이 적지 않은 직장인들조차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포모(FOMO) 현상에 시달린다. 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하지만 이 좌절감의 바닥에는 단순한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서는,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바로 조세 형평성 문제다.
현재 한국의 조세체계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최고 45%에 이르는 누진세율을 충실하게 적용하면서, 상장 주식을 팔아 얻은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대주주가 아닌 한 사실상 한 푼의 세금도 매기지 않는다. 같은 사회에서 같은 시기에 소득을 얻었는데, 땀 흘려 번 돈에는 세금을 매기고 주식 투자 시세차익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면 이는 조세 형평성을 해치는 일이다. 이러한 비대칭은 사회 전반의 근로 의욕을 꺾어 자본시장을 떠받치는 경제의 펀더멘털을 저해할 수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당초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제도였다.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이 결정되었고, 주식 양도차익이 연 5000만원을 넘는 투자자에게 초과분에 대해 20~25%의 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그러나 시행은 두 차례 유예됐고, 결국 2024년 12월 국회에서 폐지가 확정됐다. 그 결단에는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증시는 낙후된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시장의 룰 부재로 인해 만성적인 저평가 현상을 겪고 있었다.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금투세의 도입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코스피는 90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고,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에게까지 확대되는 등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 틀도 바뀌었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주주환원 촉진세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도 본격화되고 있다. 자본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이렇게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면, 시장이 위축될까 두려워 과세를 미루어야 했던 시절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갈 이유는 없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자본이득을 보유 기간에 따라 단기와 장기로 구분해 과세한다. 1년 이하 보유한 자산의 매각차익은 근로소득과 동일하게 최고 37%의 누진세율이, 1년을 초과해 보유한 자산은 소득 수준에 따라 0%, 15%, 20%의 우대세율이 각각 적용되고, 고소득자에게는 순투자소득세 3.8%가 추가된다. 이 구조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자본이득도 분명히 과세소득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둘째, 장기투자에는 유리한 세율을 부여함으로써 장기투자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장 주식 양도차익에도 과세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금투세 도입을 다시 추진한다면, 폐지 당시의 논쟁에서 드러난 기술적 문제들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배당소득세, 상장 주식의 상속과 증여세제와의 정합성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인하해온 증권거래세는 금투세 폐지 이후 다시 원상회복되었는데, 양도차익 과세를 재추진한다면 증권거래세 부담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반도체 활황과 금투세 재도입에 따른 초과세수를 고려해 근로소득세 누진 구간의 재검토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보유기간 차등과세처럼 장기투자를 유인하는 장치를 마련해, 단기 매매차익과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구분해 다루는 정교함이 요구된다. 손익통산과 결손금 이월공제 같은 투자자 보호 장치도 함께 정비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만스피 시대의 도래는 한국 자본시장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이다. 그 성과가 일부 자산 보유자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의 건강한 근로 의욕을 저해하지 않으려면, 시장의 활력을 지키면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자본시장에도 다시 세우기 위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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