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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인쇄 지침부터 투표지 보관상자 폐기 논란까지···선관위 국정조사 핵심 쟁점은?

2026.06.22 06:00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11일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오는 23일부터 본격 가동된다. 여야는 국정조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조사 방향을 두고 온도 차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 감시·견제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에 무게를 두는 반면, 국민의힘은 선관위와 친민주당 성향 업체 수의계약 유착설을 제기하는 등 투표용지 부족 사태 외에 선관위 운영 전반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정조사가 재선거 요구나 부정선거 논란으로 흐르면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본래 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향신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정조사가 집중해야 할 핵심 쟁점을 21일 짚어봤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12월 투표용지 인쇄 예산을 유권자의 110%로 배정받고도 투표용지 인쇄 하한 기준을 60%에서 50%로 낮춘 것이다. 선관위는 이 같은 지침 개정을 별도의 내부 회의나 중앙선관위원 의결 없이 사무총장 전결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지침 개정의 이유로 잔여 투표용지 과다에 따른 예산 낭비, 보관 장소 부족, 폐기 비용과 함께 투표용지 과다 인쇄 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시했다. 진상규명위는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혹을 차단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정작 유권자의 투표권 보장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헌법상 권리인 국민 참정권을 극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서울 송파구선관위는 회의록도 없이 서면 의결로 50% 축소 인쇄를 결정했고, 이 지침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무번호 투표용지 2000매를 제외하면 잠실 3·4동을 제외한 나머지 동에서 실제 인쇄량이 예상 선거인 수의 50%에 미치지 못했다.

노태악 당시 중앙선관위원장이 해당 지침 변경을 사전에 알았는지도 국정조사에서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노 전 위원장은 진상규명위 조사 초반 “사전에 보고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가 이후 입장을 바꿨다. 그는 “해당 내용이 42쪽 분량의 보고 안건 중 하나로 포함돼 있었지만, 별다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구체적 내용을 대면 보고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핵심 지침이 선관위 지도부의 실질적 검토 없이 시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 당일 현장 대응도 우왕좌왕했다. 오전부터 투표용지 부족 신호가 감지됐지만 보고·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송파구선관위 직원은 오전 11시40분 투표용지 부족을 우려해 서울시선관위에 예비용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을 문의했다. 오후 3시를 넘기면서는 선관위 내부 단체 채팅방에 “잔여 수량이 100매 미만이니 빠른 지원을 바란다” “언제 출발하나요. 10장 남았다”는 긴급 요청이 쇄도했다.

서울시선관위는 오후 1시49분과 오후 3시5분 두 차례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부여했지만, 중앙선관위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가 사태를 인지한 것은 투표 종료 1시간도 채 남지 않은 오후 5시쯤이었다. 그것도 현장 보고가 아니라 민원 전화를 통해서였다.

선관위가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을 보면, 노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오후 5시20분쯤 대변인으로부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구두로 처음 보고받았다. 오전부터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투표 종료를 불과 40분 앞둔 시점에야 인지하면서 중앙선관위가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위기 대응 매뉴얼도 사실상 없었다. 투표용지 추가 교부를 위한 일련번호 기재 방식, 교부 기준, 배부 절차 등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손으로 일련번호를 적었고 뒤늦게 넘버링 기계를 찾아내 사용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 투표용지 추가 배송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정당 추천위원 입회도 지켜지지 않았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5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사후 대응 과정에서 선관위가 사건의 규모를 축소·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선관위는 지난 5일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4726장이 부족하다고 발표했지만, 사흘 뒤엔 91개 투표소, 7194장으로 정정했다. 투표가 일시 중단됐던 투표소 개수도 22곳에서 26곳으로 늘었다.

송파구선관위가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폐기한 것도 논란이다. 선관위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송파구선관위는 지난 9일 오후 1시 투표용지 보관 상자 등 선거 물품을 폐기업체에 넘겼다. 같은 날 오후 1시51분 서울동부지법으로부터 “현장 증거를 보전하라”는 유선 전화를 받고도 즉각 회수하지 않았다. 4시간 뒤 법원의 정식 공문을 확인한 뒤에야 폐기업체에 문의했지만 이미 회수할 수 없는 상태였다.



국정조사에서는 선관위의 구조적 책임 문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관위는 현직 대법관이 겸임하는 비상임 중앙선관위원장이 정책과 의결을 담당하고, 사무총장이 행정 실무를 총괄하는 구조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비상임 의결기구인 위원회보다 상근 행정조직인 사무처의 영향력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사태에서도 50% 축소 인쇄 지침이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됐다.

비상임인 노태악 전 위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도 불거졌다. 노 전 위원장은 재임 기간 3차례 배우자 동반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2024년 11월 독일·에스토니아 7박9일 출장에 7194만원, 지난해 11월 덴마크·스웨덴 8박10일 출장에 9053만원이 들었다.

진상규명위는 선관위원장을 상근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선관위법 개정을 제안했다. 또 감사원 직무 감찰 대상에 선관위를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 감찰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한 바 있어 개헌 논의와 맞물려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여야 간에 의견 일치가 된다면 선관위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필요하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송파구에서 열린 선관위 개혁 토론회에서 “개헌을 통해서라도 선관위의 독립성을 존중하되 외부 견제와 감시를 받게 하는 쪽으로 가는 것만이 답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정조사가 진상 규명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빈 성균관대 교수(한국정당학회장)는 “국정조사 쟁점이 재선거·부정선거 논란으로 옮겨가면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원인과 선관위 대응 과정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신뢰를 회복하고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공감대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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