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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 속 앳된 중학생 ‘학도병 560 동기’···‘학적부’에 생생히 기록된 학도병 75년

2026.06.22 06:00

임무 중 목함지뢰 밟아 한쪽 다리 잃은 94세 윤석순씨
당시 자인중학교 1학년생으로 6·25전쟁 한 달 뒤 자원
경북교육청, 1950년 전후 중·고교 121곳 ‘제적부’ 조사
징집 입대·학병 등 학생 입대·복귀 내용 고스란히 담겨
김천·상주여중 ‘복무’도 확인…기억 아닌 기록으로 증명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한 윤석순씨(94)가 지난 15일 경북 포항 자택에서 참전 당시 사진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병원에 친구들이 찾아왔더라고요. 고등학교 다니는 친구도, 대학생도 있었는데 나는 다리도 없고, 학교도 졸업 못 했다고 생각하니….”

경북 포항에서 지난 15일 만난 윤석순씨(94)가 병원으로 면회왔던 학교 친구들을 떠올리다 말을 멈췄다.

윤씨는 한국전쟁 당시 경산 자인중학교 1학년이었다. 전쟁 발발 한 달 뒤인 1950년 7월 중학생 신분으로 학도병에 자원해 전선으로 향했다. 임무 중 목함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잃었고 지금도 의족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전쟁통에 윤씨가 간직해 온 사진은 몇 장 되지 않았다. 입대 첫날 받은 군복을 입고 촬영한 증명사진과 학도병 30여명이 함께 찍은 단체사진 정도만 남아 있었다. 사진 속 병사들은 미군 공병 장비 앞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지만, 아직 앳된 얼굴들이었다. 사진 뒷면에는 ‘그리운 학도병 560 동기’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한 윤석순씨가 보관해 온 단체사진. 군복을 입은 학도병 30여명이 공병 장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씨 제공


윤씨는 자인중학교에서만 20명 가까운 학생들이 함께 학도병에 자원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대구 고산초등학교에 있던 공병대 신병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았다”며 “위기에 놓인 나라를 구하자는 일념이었다”고 말했다.

참전 기억은 참혹한 상처로 남아 있다. 윤씨는 “밤에는 5보 간격으로 야간 행군을 했다”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못 먹으니 걸어가면서도 졸았다”고 말했다.

포격이 시작되면 주변은 순식간에 희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몇 m 옆에 있던 친구가 숨져 있는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의 눈에 또 눈물이 맺혔다.

윤씨의 기억은 최근 경북교육청이 학적부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학도병 기록과 맞닿아 있다. 경북교육청은 학도병 존재를 공식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1950년 전후 제적생 기록과 일부 제적부 ‘학병’ 표기에 주목해 전수조사 중이다. 그의 학적부에도 ‘입대’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사 대상은 1951년 이전에 개교한 중학교와 1953년 이전 개교한 고등학교 등 121곳이다. 지금까지 고등학교 32곳 학적부 1만5132건을 조사한 결과, 학도병 참전으로 추정되는 기록 615건이 발견됐다.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학도병 관련 기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의 학적부. 경북교육청 제공


학적부에서는 ‘징집으로 입대’ ‘응소’ ‘학병’ ‘학도의용대원’ ‘상이제대’ ‘종군 중 복교 졸업’ 등 전쟁 당시 학생들의 입대와 복귀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이 확인됐다. 포항고 한 학생의 학적부에는 ‘출정 시 복부관통’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전쟁 참상을 짐작게 했다.

김천여중과 상주여중에서도 ‘현역군인으로 복무’ ‘종군’ 등의 기록이 남아있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학도병의 존재를 보여주는 자료다.

정현규 경북교육청 기록연구사는 “이번 조사는 개인 기억에 의존해 왔던 학도병 역사를 공식 기록을 통해 확인하고 복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학교들의 학적부를 통해 학도병들의 삶과 활동을 기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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