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5번가 ‘마지막 빈 땅’에 6조원 개발… 한국 자본도 참여 추진
2026.06.22 06:02
엑스텔, 18년 걸쳐 15개 필지 확보
‘570 Fifth Avenue’ 프로젝트 본격화
한국계 앤드류 정 공동 CEO 선임
박화영 인코코그룹 회장도 협업 추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 애비뉴는 뉴욕의 상징이다. 남쪽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할렘까지 이어지며 맨해튼을 동서로 가르는 기준축이다. 특히 34번가부터 59번가 사이 미드타운 구간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 공립도서관, 록펠러 센터,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등 뉴욕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몰려 있다. 티파니, 까르띠에,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세계적인 쇼핑가이기도 하다.
빈자리가 없을 것 같은 이 거리 한복판에 60년 만에 새 대형 건물이 올라간다. 미국 대형 부동산 개발사 엑스텔(Extell)이 추진하는 ‘570 Fifth Avenue’ 프로젝트다. 46번가와 47번가 사이 5번 애비뉴 한 블록을 통째로 개발해 오피스와 리테일 복합 빌딩을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40억달러, 우리 돈 약 6조원에 이른다.
이 사업은 엑스텔 창업자이자 회장인 개리 바넷(Gary Barnett)이 직접 주도했다. 그는 18년에 걸쳐 15개 개별 건물 소유주와 협상해 개발 부지를 하나씩 확보했다. 뉴욕에서도 가장 비싸고 복잡한 입지에서 한 블록 규모의 부지를 조립한 셈이다.
이 뉴욕 중심부 개발 사업에 한국계 인사와 한국 자본도 연결되고 있다. 엑스텔은 지난 3월 한국계 미국인 앤드류 정(53)을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정 CEO는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에서 미국 부동산 펀드 대표를 지냈고, 이후 부동산 자산운용사 IPG를 창업한 인물이다.
인코코그룹도 이 프로젝트와 협업을 추진한다. 인코코그룹은 이민 1세대 기업가 박화영 회장이 이끄는 기업이다. 박 회장은 ‘붙이는 매니큐어’를 처음 개발해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6년 전부터는 미국 부동산 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조선비즈는 정 CEO와 박 회장을 서면 인터뷰했다. 정 CEO는 “한국 투자자들은 세계 최대 자본 공급원 중 하나로 성장했다”며 “엑스텔과 한국 자본의 협력을 확대할 완벽한 조건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한국 금융 자본과 엑스텔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18년 걸려 5번 애비뉴 마지막 부지 확보”
다음은 앤드류 정 엑스텔 공동 CEO와의 일문일답.
-엑스텔은 어떤 회사인가.
“엑스텔은 개리 바넷 회장이 1989년 설립한 부동산 개발사다. 초고층 럭셔리 콘도와 상업용 부동산 개발로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미드타운 맨해튼에 ‘ONE57’을 개발했고, 202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건물인 ‘센트럴 파크 타워’를 완공했다. 개리 바넷은 허드슨야드를 개발한 릴레이티드 컴퍼니의 제프 블라우와 함께 뉴욕을 대표하는 부동산 개발자로 꼽힌다.”
-엑스텔 공동 CEO로 합류한 계기는.
“개리 바넷 회장이 올해 초 직접 영입을 제안했다. 그는 엑스텔의 성장을 한 단계 더 강화하길 원했고, 나에게 공동 CEO 자리를 맡아 달라고 했다.”
-엑스텔 합류 전에도 부동산 분야에서 일했나.
“그렇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칼라일에 입사했다. 이후 칼라일에서 미국 부동산 펀드 대표까지 맡았다. 엑스텔에 합류하기 직전에는 IPG라는 부동산 자산운용사를 창업해 경영했다.”
-‘570 Fifth Avenue’는 어디에 들어서나.
“맨해튼 5번 애비뉴 46번가와 47번가 사이 한 블록이다. 5번 애비뉴의 마지막 빈 땅이라고 할 수 있는 입지다.”
-맨해튼에서도 가장 비싸고 촘촘하게 건물이 들어선 곳이다. 개발 부지를 어떻게 확보했나.
“개리 바넷 회장이 18년 동안 15개 개별 건물 소유주들과 수차례 거래를 이어가며 순차적으로 땅을 매입했다. 전체 부지 규모는 약 5만1000ft²(평방피트), 약 4738㎡다.”
-왜 18년 동안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나.
“개리 바넷 회장의 탁월한 부동산 안목과 개발 성공에 대한 확신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끝까지 밀고 간다. 그것이 그가 계속해서 아이코닉(시대를 초월한 상징적인)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프로젝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총사업비는 40억달러, 약 6조원이다. 이 중 28억달러는 컨스트럭션 론, 즉 한국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달한다. 나머지 12억달러는 지분 투자다. 이 가운데 6억달러는 엑스텔이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 6억달러에 대해서는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와도 협의하고 있나.
“한국의 대형 기관 투자자들과 논의할 계획이다.”
-임차 계약을 체결한 곳이 있나.
“글로벌 대형 로펌인 심슨 대처 앤드 바틀릿과 이케아를 앵커 테넌트로 확보했다. 심슨 대처와는 27년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오피스 임대 가능 면적은 약 150만ft²인데, 심슨 대처가 이 중 약 91만6000ft²를 사용할 예정이다. 이케아는 전체 리테일 임대 가능 면적 약 11만5000ft² 가운데 지하 1층과 2층 약 9만5000ft²를 쓸 계획이다.”
-한국계 이민자로 알고 있다. 언제 미국으로 왔나.
“부산에서 태어났고 두 살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왔다. 너무 어린 시절이라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들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미국에 있었다.”
-어디에서 자랐나.
“뉴욕 퀸스와 브루클린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100달러만 들고 미국에 와 택시 운전을 했다. 이후 잡화점을 운영했지만 강도를 당해 파산했다. 그 뒤 한인 세탁소에 세탁 장비와 용품을 공급하는 회사를 차렸다.”
-한국계 CEO로서 목표는.
“엑스텔과 한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과거 엑스텔과 한국 자본 간 협력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훨씬 큰 협력이 가능하다고 본다. 엑스텔은 미국 최고의 디벨로퍼로 성장하고 있고, 한국도 세계 최대 자본 공급원 중 하나로 성장했다. 양측이 협력하기에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
“한국 자본과 뉴욕 개발 잇는 가교 역할 하겠다”
박화영 인코코그룹 회장은 ‘붙이는 매니큐어’로 세계 네일 시장에 새 길을 연 한상 기업가다. 성악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일상 속 불편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고, 액체 매니큐어를 건조 필름 형태로 구현한 제품을 개발해 인코코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웠다.
박 회장은 6년 전 부동산 개발업에도 진출했다. 브루클린과 롱아일랜드 일대 주거 개발, 맨해튼 첼시 복합상가 개발 등 총 5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이번 570 Fifth Avenue 프로젝트에서도 투자와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다음은 박화영 인코코그룹 회장과의 일문일답.
-인코코 그룹은 어떻게 엑스텔의 ‘570 Fifth Avenue’ 프로젝트와 협업하게 됐나.
“앤드류 정 CEO가 엑스텔에 합류하기 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사실 앤드류가 엑스텔 공동 CEO 제안을 받았을 때, 이것이 일생 최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추천했다. 그가 엑스텔 CEO로 취임한 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투자와 협업을 모색하게 됐다. 앞으로 한국 금융 자본과 엑스텔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계획이다.”
-앤드류 정 사장에 대해 각별히 기대가 큰 것 같다.
“한국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한인 이민자 1세들은 열심히 일해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과 일정한 부를 물려줬다. 하지만 미국 주류 사회의 네트워크처럼 2세들에게 꼭 필요한 사회적 자산은 충분히 물려주지 못했다. 그래서 한인 2세들은 주류 사회로 진출하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했다.
나는 미국 사회에서 한인 2세들이 정치, 경제, 문화 각 분야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고, 그 성공이 3세와 4세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앤드류 정의 엑스텔 공동 CEO 취임은 의미 있는 일이다. 더 큰 성공을 위해 한인 사회도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사업을 하면서 결국 좋은 입지와 공간이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드는지 체감했다. 화장품 사업도 제품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놓이는 공간, 소비자가 경험하는 장소, 사람과 자본이 만나는 플랫폼이 중요하다. 부동산 개발은 그런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된 사업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인코코그룹이 맡고자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무리하게 전면에 나서기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협력하려 한다. 한국 자본과 미국 대형 개발사의 접점을 만들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570 Fifth Avenue는 단순한 건물 개발이 아니라 뉴욕 중심부에서 이뤄지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다. 여기에 한국 자본과 한인 네트워크가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성과라고 본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국 부동산 개발은 규모도 크고 구조도 복잡하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 엑스텔은 뉴욕에서 이미 여러 상징적인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개발사다. 570 Fifth Avenue는 입지, 임차인, 개발사의 역량을 모두 갖춘 프로젝트다. 한국 투자자들이 글로벌 핵심 자산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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